중국 로봇산업계의 부채 규모가 통제 불능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로봇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는 지방 정부가 로봇파크 등에 들어가는 자금을 부채로 충당하면서 자칫 로봇산업계가 중국 경제의 블랙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안후이성 우후시는 22억 위안(3억 3200만 달러)의 자금을 투자해 로봇산업 집적단지인 '로봇파크'를 건립했다. 이 로봇파크에 입주해 있는 '오케이로봇'은 카페에서 손님 시중을 드는 휴머노이드형 서비스 로봇 ‘히어로’를 개발해 시내 중심가에 설치했다. 히어로는 커페안을 돌아다니면서 손님을 맞이하고 클래식 음악에 맞춰 눈에서 붉은 빛을 쏟아내기도 한다. 히어로 로봇은 수익 발생과는 상관없이 이미 우후시 로봇산업의 상징이 되었다. 우후시는 호텔, 전시장, 문화광장 등 시설을 포함해 로봇파크를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우후시는 로봇파크 확장을 위해 ‘지방정부투자기관(LGFV:Local Government Finance Vehicle)’을 활용해 12억 위안을 조달할 계획이다. LGFV는 지방채를 직접 발행하기 힘든 지방정부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창구로 주로 활용되고 있는데, 지방 정부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로봇산업 육성책에 힘입어 LGFV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는 지방 정부는 우후시만이 아니다. 우후시처럼 인구 4백만명이 넘는 중국 중소도시 가운데 수십개가 LGFV에 의존해 로봇파크를 건설하거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중국 정부가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계획을 발표하면서 로봇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중앙 정부가 설마 LGFV 등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채무 지급 불능 상태로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투자를 하고 있다.

로봇산업에 대한 투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중국 로봇산업의 성장세는 한풀 꺾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산업용 로봇 시장 성장세는 전년대비 3분의 2 이상 떨어진 17%로 나타났다. 급격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지난 2년동안 로봇파크를 조성한 지방 정부가 40여개로 증가했다. 지방 정부가 로봇산업의 핵심 센터가 되려는 욕심 속에 과도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 궈빈‘ 중국 공업신식화부(工业和信息化部:MIIT) 부장관은 최근 중국 경제매체인 ’매경망‘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로봇산업이 과잉투자 징후를 보이고 있으며 하이엔드 섹터가 로우엔드 섹터로 변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의 발언은 중국 로봇산업에 대한 과잉 투자가 심각한 수준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중국 로봇산업에 대한 인프라 투자가 지나치게 LGFV에 의존하면서 로봇산업의 뇌관으로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지방 정부는 지난 1990년대부터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용이한 LGFV에 크게 의존해왔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도 LGFV는 중국의 경제를 지탱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방 정부의 빚이 점점 불어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다.

LGFV 의존도가 심해지면서 2015년말 현재 지방 정부의 총 부채는 GDP의 255%에 달하는 26조 56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중앙 정부가 LGFV에 대한 규제 조치를 취하기도 했지만 경제 성장률이 25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떨어지면서 분위기가 원위치로 돌아갔다. 올해 첫 5개월동안 중국 전체적으로 LGFV를 통한 파이낸싱 규모는 전년대비 72% 증가한 7400억 위안에 달했다. LGFV 총 부채규모는 5조위안에 달한다.

지방 정부 부채가 이처럼 눈덩이처럼 증가하고 있지만 지방 정부는 뾰족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않다. 중국은 분권화된 재정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방 정부가 재정 지출의 85%를 담당해야하는 구조다. 하지만 세금 수입의 50%만 받고 있다. 이 같은 간극을 메우기 위해선 부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향후 중국 정부가 로봇산업을 육성하면서 동시에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중차대한 과제에 어떻게 대처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