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명철 원장이 제104회 한림원탁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이명철)이 주최한 '제104회 한림원탁토론회'가 지난 22일 오후 4시부터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로봇기술과 미래’를 주제로 개최되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가 '로봇기술과 미래'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였다. 발제 요약문은 아래와 같다.

▲ 오준호 KAIST 교수가 '로봇기술과 미래'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최근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로봇이 미래에 어떤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올지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많다. 특히 로봇이 인공지능과 결합하여 일자리를 위협하고 자율주행차, 드론과 같이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경우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로봇의 기술이 아직 우리 실생활에 적용될 수준에 이르지 못해 아직 산업적 측면에서 완숙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적 측면도 존재한다.

로봇기술은 1960년대 산업용 로봇으로부터 시작하여 80~90년대에 전성기를 맞았고 금세기에 들어 지능형 서비스 로봇으로 일컬어지는 로봇의 '탈공장화'가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청소로봇, 안내로봇 등 서비스로봇, 군사용로봇, 의료용로봇, 위험환경 및 재난대응 로봇, 교육/연구/오락 로봇 등이 있으며 가까운 미래의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재활 및 보행보조 관련 로봇기술들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로봇들이 아직 실생활에 밀접하게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는 로봇기술이 아직 시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진입하기 위하여는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측면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응용사례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청소로봇, 자율차 등의 예에서 보듯 로봇기능이 기존의 장치에 내장(임베디드)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이러한 경향은 가속화 될 것이다.

로봇이 로봇답기 위하여는 적절 수준의 지능(자율성)과 움직임(모빌리티)이 보장되어야 한다. 로봇과 사람이 공존하기 위하여는 사용자가 로봇의 기능과 기술배경을 잘 이해하여야 한다.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의 강점이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사람은 이를 잘 활용할 때 그것들의 가치가 극대화 되고 상호 공존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 제104회 한림원탁토론회가 개최된 플라자호텔 행사장 모습

기조발제가 끝나고 KAIST 유진 명예교수의 사회로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기조발제를 한 오준호 KAIST 교수를 비롯해 신경철 유진로봇 대표, 심현철 KAIST 교수, 오세정 국회의원, 이석봉 대덕넷 대표, 이석한 성대 교수, 장병탁 서울대 교수 등이 참가했다.

▲ 한림원탁 토론회 참가자들. 사진 왼쪽부터 신경철 유진로봇 대표, 심현철 KAIST 교수, 오세정 국회의원, 오준호 KAIST 교수, 유진 KAIST 명예교수, 이석한 성대 교수, 이석봉 대덕넷 대표, 장병탁 서울대 교수

토론자들의 요약문을 게재한다.

△ 신경철 유진로봇 대표 - 서비스 로봇 상용화의 현재와 미래

서비스 로봇 개발은 2000년 무렵부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서비스 로봇은 실용화가 되지 못하고 시연용으로 발표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기술의 완성도가 사용자의 기대수준에 미달하는 점도 있고 상용화 하기에는 가격부담이 큰 이유도 있다. 그래서 아직 산업적 측면으로 부각되지 않고 미래성장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다.

사업화에 성공한 몇몇 로봇의 사례로는 수술로봇, 군사로봇, 청소로봇 정도이다. 수술로봇은 산업용 로봇 기술의 정교한 매니퓰레이터에 수술도구를 부착하여 숙련된 의사가 원격작동으로 수술하는 방식이다. 로봇의 정밀한 동작 기능에 아직 로봇기술이 확보하지 못한 지능기술을 전문가의 지능을 활용하여 수술작업을 휼륭하게 수행하여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사례이다. 군사로봇은 미국등 해외에서 반자율주행 및 원격작동의 방식으로 운행되고 있으며, 로봇에 각종 탐지센서 또는 무기를 부착하여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해외 방산업체에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청소로봇은 로봇의 자율주행 기능에 청소기능을 접목해서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이다. 대량생산으로 가격이 낮아지고 청소기능이 점차 향상됨에 따라 소비자 인식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초기에는 전문업체들이 생산하던 청소로봇을 이제는 글로벌 가전기업들이 판매하는 일반 청소기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처럼 서비스 로봇은 사람이 하기 어렵거나 힘든 작업을 일부 또는 전부 대신함으로써 안전함과 편리함을 제공하고 서비스 기능을 기술적 완성도가 일정 수준 이상 되어야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이다. 로봇기술의 완성도에 가장 어렵게 보이는 분야가 지능기술 분야인데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국을 보면서 인공지능이 로봇에 접목될 시기가 머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로봇과 인간의 상호작용이 원활해 진다면 이미 개발되었던 안내, 교육, 가사, 노인지원 등의 소셜로봇들이 상용화 될 것이며, 자율주행차, 드론 택배 등의 이송 로봇들도 상용화가 쉬워질 것이다.

△ 심현철 KAIST 교수 - 무인항공기 발전 동향

최근 무인항공기의 실용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무인항공기는 원래 군용으로 개발되어 정찰이나 공격용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고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드론으로 흔히 불리는 소형 무인기가 급속도로 보급, 활용되고 있다. 무인항공기는 발달된 전자기술이 항공기와 결합, 자동화된 것이 기본 발전 방향인데, 군용으로는 기존 정찰/공격용 뿐만 아니라 최근에 부쩍 발전한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되어 지능형 무인전투기가 탄생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같은 활용방향은 국제적으로 많은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자동살상무기(LAWS)의 실전배치 가능성과 맞물려 그 활용가능성 여부에 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드론은 세가지 형태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존 유인항공기와 같은 공역을 비행할 수 있는 중대형 무인기, 가시권 내에서만 운용가능한 소형 무인기, 그리고 기존 유인기와는 다른 공역을 쓰면서 비가시권으로 비행할 수 있는 고성능 무인기로 세분화 되어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 무인항공기는 아직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못한 자율주행차량과는 달리 이미 자동비행기술은 충분히 성숙하였으나 항공기의 운용시 추락 등으로 발생가능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의 수립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특징이 있으며, 무인항공기 운용 개념상 외부 통제를 받는 특성 때문에 해킹등의 위협에 대한 보안강화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민간 무인항공기는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기술의 추가적 발달, 제도 구축, 보안 기술의 확보등이 진행되면서 우리의 실생활에 널리 활용될 것이다.

△ 오세정 국회의원 - 로봇윤리와 법규 정비의 필요성

아이작 아시모프는 로봇 3원칙을 제안한바 있다. 로봇기술은 과거 주어진 환경에서 같은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던 산업용 로봇으로부터, 이제는 서비스 로봇, 의료용 로봇, 재난대응 로봇, 교육/연구/오락 로봇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로봇들은 산업용 로봇처럼 정해진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서 인간과 능동적으로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은 더욱 중요해진다. 로봇의 윤리적, 사회적,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이 결합된 로봇은 더욱 자율적이 될 것이고, 이에따라 사회적,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제 첨단 로봇 기술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기술 발달이 가져올 미래 사회에서의 윤리적 문제와 법률적 문제도 같이 고민해야 할 때 이다. 로봇 윤리는 궁극적으로 로봇 공학자의 윤리라고 할 수 있으므로 결국은 과학기술자들이 자신들이 하는 연구의 윤리적 함의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 이석봉 대덕넷 대표

로봇을 포함해 최근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은 이전과는 다른 패러다임에서 진행된다. 인공지능, 3D 프린터, 자율주행차, IoT등은 우리에게 전혀 색다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제조업의 2차혁명, 정보화의 3차 혁명과 다르게 4차 산업혁명은 지식혁명이란 특징을 지닌다고 하겠다. 우리가 비교적 늦게 2차, 3차 산업혁명에는 효과적으로 대응했음에도 왜 4차 산업혁명에서는 갈길을 못찾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일까. 현재 4차 산업혁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나라와 우리나라의 차이점을 보면 비교적 그 답이 쉽게 나올수도 있을 듯하다. 4차 산업주도국은 미국, 독일, 일본이다, 여기에 중국도 일부 가세하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과 우리의 차이는 무엇일까.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가장 간단히 말하면 지식의 양과 질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듯 하다. 이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하이테크를 중시하는 접근법과 함께 빙산의 뾰족한 부분 밑에 있는 안보이는 90%를 보고, 우리나름의 지식을 축적하는 접근법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울러 인류의 삶의 질의 관점에서도 접근하는 시각도 갖춰야 할 것이다.

▲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임원진들과 토론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석한 성대 교수

로봇기술은 지난 반세기 동안 괄목할 성장을 이루었다. 현재 로봇기술은 이미 자동화를 통한 제조업 경쟁력의 필수요소로서 자리 잡았고 센서기반 로봇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대량생산 공정은 물론 다품종 소량생산 공정의 자동화로 그 응용범위가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또한 자율 및 원격조작/주행기술의 발전은 우주/해저/극지탐사, 국방 및 원자력 등 특수목적을 위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뛰어 넘어 지능형 또는 무인자동차 기반의 교통혁명, 무인비행체 또는 드론 기반의 물류혁명, 지능형/스마트 농장 기반의 농업혁명 등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창출하고 있다. 한걸을 더 나아가 사람-로봇 상호작용 기술의 진보를 바탕으로 의료/수술 로봇, 재활/테라피 로봇, 인간활동 보조로봇, 청소로봇, ICT와 융합한 소셜 로봇 등 개인과 사회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주요 기반 기술로 정착하기 시작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현 시점이 로봇기술의 발전과 이로 인한 미래사회/산업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변곡점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향후 로봇 기술이 가져올 미래사회/산업의 변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전망하자면 1)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로봇과 로봇, 로봇과 사람이 협업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조업 2) 다양한 지능형 UGV/UAV/UUV 기반의 교통/물류 혁명 3) 의료/수술 및 재활/신체 로봇 응용확대를 통한 헬스케어 패러다임의 변화 4)로봇기반의 농/수산 생산 자동화를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농/수산 혁명 5)개인/가정용 서비스 로봇의 확대 등을 일례로 들 수 있다. 이는 또한 현시점이 로봇기술에 의한 미래 사회/산업 변화에 대응하는 국가적 전략 수립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시점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로봇기술과 미래를 위하여 어떠한 전략적/정책적 방향을 수립하여야 할까. 현시점에서는 투자규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전략적 운용이 중요하다고 본다. 1)먼저, 로봇 기술과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투자 및 사업화를 연결하는 자생적이고 효율적인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2) 현재 한국은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분야에서 세계 3~4위권에 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로봇을 수입하는 상황으로서 미래를 위하여 강력한 로봇 및 부품 제조업체를 키울 필요가 있다. 3) 로봇 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산업의 급속한 변화를 수용하기 위한 중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 장병탁 서울대 교수

IBM 왓슨, 애플 시리, 구글 알파고 등 인공지능 기술이 최근 급격히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인공지능은 몸과 행동이 따르지 않는 마음과 생각만을 구현하였다. 반면 로봇 연구는 몸과 행동을 구현하기에 바빠 마음과 생각을 심어줄 여유가 없었다.

다가오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가상 세계의 디지털 인공지능 기술과 현실 세계의 물리적 로봇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인공지능 로봇 종들이 폭발적으로 탄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 시대에 인간과 기계의 공존문제, 인간과 기계의 역할 문제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