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림다의 R-이볼브 로봇

지난 7월 17일 일요일 오전 6시 영국 옥스포드셔 카운티에 있는 발전소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테러나 사고가 아니라 발전소 해체를 위한 작업이었다. 해체 작업은 성공적이었다. 폭발을 통한 구조물 해체는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이번 작업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로봇의 투입이다.

‘기즈맥’ 보도에 따르면 이 발전소가 처음부터 해체를 위한 로봇을 투입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2월 보일러실을 해체하려다 부분 붕괴가 일어나면서 4명의 인부가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난 후부터다. 작업팀은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해체 작업을 잠정 중단했고 50평방미터의 접근 금지 구역을 설정했다. 사람에 대한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면서 로봇의 투입 가능성을 놓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40kg 무게의 작은 기계부터 몇 톤에 이르는 대형 시스템까지 적절한 로봇이 선택되었고, 아일랜드, 스웨덴 등 관련 기업의 참여로 다국적 협업이 시작됐다.

아일랜드 기업 림다(Reamda)는 로봇리처(Robot Reacher)와 R-이볼브(R-Evolve)라는 두 개의 원격조종차량(ROV) 로봇을 제공했다. 두 로봇은 현장 조사를 위해 사진을 찍고 비디오 영상을 촬영했으며 3D 레이저 스캐너를 이용해 구조물 내부의 여섯 개 지지 기둥을 파악하는데 이용됐다. 또 다른 기업인 알포드테크놀로지(Alford Technologies)는 림다 로봇이 파악한 데이터를 이용해 기둥의 복제물을 만들었다. 실제 해체에 앞서 계획을 사전에 테스트하기 위한 용도다.

그 다음 림다의 ROV를 이용해 세 가지 다른 유형의 폭발물을 배치했다. 하나는 주위 특정 대들보에 맞게 구축된 C모양의 화약, 또 하나는 기둥을 절단하도록 설계된 절단용 화약,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당 구조물을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키킹 화약(kicking charge)이다. 림다에 따르면 로봇리처는 회전하는 작은 탑모양으로 설계된 최초 ROV이다. 이는 로봇이 다른 모양의 하드웨어에 비해 더 정교하게 움직이도록 해주며 자석으로 적재된 화약을 정확한 각도로 배치해주는 역할을 한다.

우선 기둥 절단용 화약의 경우, 기계가 기둥 방향으로 화약을 옮기고 정확한 위치에 화약을 놓은 다음 ROV의 탑 모양 섹션을 벌린다. 첫 시도에서 화약을 제 위치에 놓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화약 적재에 사용된 강한 자석으로 인해 기기에 손상을 가하지 않고 위치를 재설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C모양의 대들보 화약은 높은 곳에 배치되는데 이때 두 대의 ROV가 함께 작업한다. 영국 국방부(MOD)는 이 작업을 위해 두 개의 원격조종 굴착기를 제공했다. R-이볼브 ROV가 굴착기의 삽 안에 들어가면 굴착기는 R-이볼브를 들어올린다. 들어올려진 R-이볼브는 조작 팔을 통해 화약을 배치한다. 이 때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른 ROV는 다중 카메라 뷰를 제공해 R-이볼브 조종사가 최대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