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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로봇 ERC 지원 사업에 거는 기대장길수ㆍ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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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7.22  11: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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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가 향후 7년간 총 125억원을 투자해 소프트 로봇 개발에 나선다. 이를 위해 현재 '소프트 로봇 선도연구센터(ERC) 지원사업'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다. ERC는 공학 분야에서 원천·응용연구 연계가 가능한 우수한 기초연구 성과 창출을 목적으로 10인 이내 중규모 연구그룹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미래부는 8월말까지 국내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참여업체를 접수하고 평가를 거쳐 11월부터 본격 연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향후 선정될 소프트 로봇 ERC는 현재 기초적인 연구 수준에 머물러 있는 국내 소프트 로봇을 상용화 전단계인 시제품 수준까지 발전시키고, 최종적으로 5개 내외의 소프트 로봇 시제품 개발과 성능 평가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 예산이 125억원이나 들어가는 상당히 큰 규모의 정부 지원 과제라는 점에서 로봇 업계의 관심이 높다.

이번 소프트 로봇 ERC 지원 사업은 기존 로봇 원천기술 연구 과제와 달리 ‘협업형’ 연구 사업을 지향하고 있다. 특정 연구기관이 연구과제를 독점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관이 힘을 합쳐 성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분업형 연구가 아니라 협업형 연구의 집단 과제를 통해 우수한 성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연구계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이미 미국, 유럽 등 로봇 선진국도 소프트 로봇 분야에서 협업형 연구를 국가적인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EU는 ‘로보소프트(RoboSoft)' 컨소시엄을 구성, 세계 38개 연구기관의 참여하에 소프트 로봇 공동 연구 과제와 경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유럽 연구 기관들은 지난 2011년부터 EU로부터 1천만 유로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옥토퍼스(OCTOPUS)‘ 프로젝트를 추진, 유연 동작 및 조작이 가능한 소프트 로봇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어 12개 유럽 연구 기관들이 참여해 ’STIFF-FLOP’라는 국제공동 과제를 추진, 내시경용 소프트 로봇을 개발하기도 다.

미국에선 국방성의 지원을 받아 유연하면서도 큰 동작이 가능한 소프트 로봇을 개발하는 ‘켐봇(Chembot) 프로젝트’가 지난 2009년부터 2034년까지 장기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이처럼 소프트 로봇 개발을 위해 여러 국가 또는 기관이 협력해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소프트 로봇 연구 개발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사실 소프트 로봇 분야는 한동안 로봇 과학자들로부터 정통적인 로봇 연구분야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을 받았다고 한다. 소프트 로봇 선구자 중 한사람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SSAS(Sant'Anna School of Advanced Studies)의 '체칠리아 라스키(Cecilia Laschi)' 교수가 문어의 동작을 모사해 소프트 로봇을 개발했을 때만해도 많은 로봇 과학자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로봇은 딱딱한 몸체를 갖고 있어야하고 기계 및 전자적인 메카니즘에 의해 동작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소프트 로봇은 뭔가 끈쩍끈적하고 물렁물렁한, 그야말로 로봇으로 보기 힘든 요상한 물건이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소프트 로봇은 전통적인 프로그램 알고리즘으로 해석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학회에선 소프트 로봇에 대한 연구를 홀대하는 게 당연시됐다.

하지만 불과 10여년만에 소프트 로봇을 보는 연구계의 시각은 크게 바뀌었다. 소프트 로봇만을 다루는 전문 저널이 만들어졌고, 국제로봇학술대회에서 소프트 로봇 분야가 중요한 주제로 당당하게 자리를 잡았다. 로봇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회인 ICRA(International Conference on Robotics and Automation)에서 발표된 소프트 로봇 분야 연구 논문은 지난 2011년 12편에서 2015년 28편으로 증가했다. 관련 논문 인용건수와 검색검수도 급증했다.

이제는 소프트 로봇이 기존의 로봇 연구와 결합돼 상호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꽤 설득력을 갖게 됐다. 게다가 소프트 로봇 분야는 기존 로봇 분야와 달리 다양한 분야의 기술 융합이 가능하고 창의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미래부가 소프트 로봇에 7년간 125억원을 투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미래부가 최근 발표한 국가별 소프트 로봇 핵심 기술 연구 수준(논문 발표 기준)을 보면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 일본, 캐나다에 이어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소프트 로봇에 대한 관심이 요즘 갑작스럽게 생긴 것은 아닌 모양이다. 국가별로 구체적인 점유율을 보면 미국(43.38%), EU(37.1%), 일본(9.41%), 캐나다(5.18%), 한국(4.86%), 중국(4.76%) 등 순이다. 한국의 연구 실적이 세계 5위라는 것이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도 일본과 중국이 의식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들 국가와 경쟁해야하는 우리의 처지가 무척 다급해 보인다.

사실 연구 조직별로 보면 소프트 로봇 분야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그다지 크지 않다. 하버드대(17%), MIT(14%), SSAS(13%), 카네기멜론(12%), 런던임페리얼컬리지(10%), 존스홉킨스대(8%), 피츠버그대(8%), 이탈리아기술연구소(6%), 도쿄대(6%), 스탠포드대(6%) 등 순이다. 미국 독주체제다. 이탈리아와 일본이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수준이다.

국내 로봇 과학자들은 소프트 로봇 연구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며 상대적으로 기술적인 격차가 심하지 않다고 얘기한다. 이는 우리나라 소프트 로봇 연구 수준이 지금처럼 세계 5위 수준을 유지하고, 두드러진 성과를 내려면 보다 헌신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우리나라가 소프트 로봇 분야에 투자하는 예산이 글로벌한 관점에서 보면 그다지 큰 금액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 예산 차원에서 보면 상당히 많은 돈이 소프트 로봇 분야 연구에 투자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소프트 로봇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도 남다른 각오가 필요해 보인다.

그동안 국내 로봇 과학계를 보는 외부의 시각이 꼭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로봇 과학계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는 이들은 우리 로봇 과학계에 ‘끼리끼리 문화’가 상당히 팽배해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 같은 끼리끼리 문화는 로봇 과학계의 창의성을 저해하고, 연구의 다양성을 해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사실 끼리끼리 문화가 로봇 과학계에만 돌출한 문제도 아니라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이 같은 사회적인 분위기를 타파하는 것은 우리 세대가 해결해야할 중차대한 과제이기도 하다. 이번 소프트 로봇 ERC지원 사업이 국내 기초 기술 연구에 대한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해주기를 기대한다. 로봇 과학자간 바람직한 협력 연구 시스템 구축, 창의력 높은 과제의 발굴 및 연구, 연구와 상용화의 간극 해소, 정부의 지속적인 연구 지원 등 노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장길수ㆍ본지 편집국장

장길수  ksjang@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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