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가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인 ARM을 35조 3천억원(31억 4천만 달러)이라는 거금을 주고 인수키로 한 것은 인공지능과 로봇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인터넷 매체인 ‘더 버지’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지난달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Singurarity)’이 오고 있다며 앞으로 인공지능 관련 사업에 집중할 뜻임을 시사했다. 그는 이처럼 말하면서 금세기 중에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패러다임의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은퇴 약속을 번복한 이유로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꼽은 것이다.

소프트뱅크가 이번에 ARM을 인수한 것은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파운드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보다 흥미로운 사실이 숨어 있다고 더 버지는 소개했다. 손정의 회장은 대담한 투자와 다방면에 대한 관심으로 유명한데, 그동안 주로 통신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왔다. 하지만 이번 ARM 인수로 하드웨어 분야에 본격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특히 인공지능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컴퓨팅 분야에 새로운 폭발 현상이 일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첨단 컴퓨터 비전시스템과 감성 지능은 이미 DJI의 신형 드론 ‘팬텀4’, 안키(Anki)사의 인공지능 로봇 장난감인 ‘코즈모’ 등에 채택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프트뱅크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인 ‘페퍼’에 인공지능 및 감성지능 기능을 탑재했다. 구글과 애플은 최근 발표한 모바일 소프트웨어에 인공지능을 핵심 기능으로 넣었다. 이들 업체들은 인공지능 관련 소프트웨어를 구동하기 위해 ARM의 프로세서를 채택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은 앞으로 인공지능의 개발이 언어 장벽을 없애줄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그는 “나는 아직 특이점과 관련해 미완의 사업이 있다”며 향후 5년간 인공지능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 ARM의 인수는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손 회장의 강력한 의지 천명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