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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2의 로봇대국 한국 로봇산업의 민낯장길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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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24  22: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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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로봇연맹(IFR)’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중국에 이어 세계 제2의 로봇대국이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판매된 산업용 로봇의 판매대수가 24만 8천대인데,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숫자가 3만 7천대에 달한다. 중국과 일본에서 각각 6만 8천대와 3만 5천대씩 판매되었다. 경제 규모가 우리 보다 훨씬 크고 , 로봇 및 자동화에 대한 인식이 높은 로봇강국 일본을 우리나라가 앞질렀다는 사실이 의외다. 2014년에는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3위를 차지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일본을 뛰어넘은 것이다. ‘로봇 굴기‘를 꿈꾸고 있는 중국의 절반 수준이라는 것도 우리의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대단한 일이다.

현재 세계 로봇시장은 아시아가 이끌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산업용 로봇 24만 8천대 가운데 무려 63%인 15만 6천대가 아시아에서 팔렸다. ‘조 젬마’ 국제로봇연맹회장은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의 물결이 2018년까지 지속되면서 로봇산업 붐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제2의 로봇대국으로 부상한 한국이 이 같은 로봇산업 붐에 편승할 것이란 점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이웃나라 중국의 ‘로봇 굴기’ 이면에는 '높은 해외 의존도'라는 복병이 숨어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산업용 로봇의 69%는 화낙, ABB, 쿠카 로보틱스 등 외국 로봇 기업의 차지였다. 중국 로봇기업들이 해외 유명 로봇 전문기업 인수 경쟁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 기업들은 해외 업체 쇼핑을 통해서라도 '로봇 굴기'를 꼭 성공시키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2의 로봇대국으로 부상한 한국 로봇산업의 속살을 들여다보는게 꼭 개운치만은 않다. 로봇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성장의 과실을 국내 기업이 아니라 외국 기업이 챙기면서 그들의 배만 불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일단 통계 수치만 보면 그리 나쁜 것이 아니다. 작년 산업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14 로봇산업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용 로봇의 내수액은 1조 4843억으로 전년대비 27.5% 증가했다. 비교적 가파른 성장세다. 같은 기간 산업용 로봇 수입액은 1728억원으로 나타났다. 로봇 수입액이 내수의 12% 수준이다. 중국에 비해선 아주 좋은 편이다. 그러나 이 통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뭔간 미심쩍다. 자동차, 전자 등 우리 주력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는 로봇들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점을 감안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로봇 관련 정부 통계를 액면 그대로 믿다가는 우리의 로봇산업 경쟁력이 세계 수준일 것이라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현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로봇혁명의 물결이 거세게 밀어닥칠 게 분명한 우리 로봇산업의 ‘미래’다. 세계 제2의 로봇대국으로 부상한 우리나라 로봇 시장에서 과연 누가 성장의 과실을 따먹을 수 있을까. 성장의 과실을 누가 따먹느냐가 ‘로봇 대국’과 ‘로봇 강국’을 가르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로봇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해도 단순히 외국 기업의 사냥터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우리 기업들도 당당히 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로봇대국을 넘어 진정한 로봇 강국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로봇 산업의 기술 수준이나 R&D시스템으로 진정한 로봇강국의 대열에 들어가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정부가 로봇산업 육성을 위해 투자한 돈이 대략 1조 5천억원 정도라고 한다. 최근 본지가 창간 3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전문가 좌담회에서 정부가 로봇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했는데도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쇼핑 리스트(인수 대상기업)에 국내 로봇 전문기업이 하나도 없다는게 국내 로봇산업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물론 해외 업체에 매각되는 게 결코 좋은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외국 업체가 눈독을 들일만한 로봇 전문업체가 지금쯤은 있어야하는데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그렇다고 1억 5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개발한 로봇 원천기술이 무의미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원천 로봇기술이 기업이나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지 못한 채 사장되고 있다는 현실은 개선되어야 한다. 연구기관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면서 ‘알피아’를 형성하고 있다느니 국가 R&D자금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좀비 기업’이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리는 것을 보면 우리 로봇 R&D 정책의 효율성이 많이 떨어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로봇 R&D 정책에 대한 획기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향후 3~5년이 국내 로봇산업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 이 시간을 잘 활용하면 우리나라는 기존의 선진국 추격형 경제에서 로봇 혁명을 기반으로 창조적 혁신 경제로 전환할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는 로봇 정책 측면에선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해이기도 하다. 로봇산업이 향후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정책 담당자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제는 우리 로봇산업의 민낯을 제대로 보고 새판을 짜야한다는 로봇업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할 때다. 장길수ㆍ편집국장

장길수  ksjang@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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