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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경 한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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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6.06  20: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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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협한 공학교육이 국내 로봇산업 성장 저해"

로봇하는 사람이 서비스까지 만들겠다는 생각 버려야
R&D를 위한 지속성 있는 전략기획실 필요
여성 로봇엔지니어로 특별 대우 원치 않아...선입견 버려라
STEAM 교육에서 교사 교육이 제일 중요
한성대 정보통신공학과 조혜경 교수(52)는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제어계측으로 석,박사를 받았다. 박사 학위 취득 후 대우고등기술연구원에 입사해 약 1년간 몸 담았다. 이후 1996년부터 현재까지 한성대 교수로 만 20년째 재직하고 있다. 여성 로봇 공학자로는 국내 최고참이다. 로봇 소프트웨어를 오랫동안 연구해 왔으며, 2014년에는 어린이용 로봇 콘텐츠 저작도구인 SiCi를 개발해 현재 어린이 로봇 교육용 교구재로 사용하고 있으며, 2014년 '인간-로봇 상호작용 국제학술대회'에서 최우수 시연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에도 성북구 지역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발된 교구재를 이용해 교육기부를 펼치고 있다. 2012부터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이사회 의장을 맡아 진흥원 내부 의사결정에 관여해왔다. 로봇학회 이사, 제어로봇시스템학회 이사, 대한전기학회 이사, 네이버 소프트웨어 교육 자문위원 등 활발한 외부 활동을 펼치면서 국내 로봇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다. 2009년 국내로봇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로봇대상 산업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최근 학교에서 하고 계신 연구가 있다면 소개 부탁 드립니다.

교육용 로봇을 원래 했는데 최근 사람과 로봇과의 소셜상호작용을 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쉽게 편집할 수 있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도구(소셜 인터렉션 엔진이라고 부른다)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산업부 과제이기도 한데 저희 한성대와 ETRI, 생산기술연구원, 세종대, 경희대 5개 기관이 같이 하고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페퍼, 지보 같은 서비스들을 하나 하나 따로 만드는게 아니라 여러개를 조금 효율적으로 빨리 만들 수 있는 도구입니다. 그러려면 표정이나 얼굴인식 같은 인식기술도 있어야 되고, 긍정인지 부정인지 의도도 알아야 되고, 표현도 천편일률적이 아니라 '안경이 멋있네요', 파란옷 입은 사람한테는 '파란 옷이 멋있습니다'와 같이 개인에 따라 변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해진 것만 구현하는 것은 어려운건 아니지만 그것을 일반화 해 쉽게 쓸수 있게하는 것은 충분한 리서치 주제가 됩니다. 현재는 중요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굉장히 중요해 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산업부 과제로 2014년 어린이용 로봇 콘텐츠 저작도구인 ‘SiCi(Smart ideas for Creative interplay)'를 개발했는데 그 이후 상황이 궁금합니다. 사업화가 되었나요?

저는 그것을 공익용 소프트웨어로 만든것이지 제 자신이 사업화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이것을 가지고 사회적기업이나 큰 이익을 바라지 않는 기업에서 사업화하겠다면 적극적으로 도울 생각입니다. 지금 저희 연구원 출신이 이것을 가지고 창업해 1인 회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을 보여주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은데 제가 학교 보직을 맡는 동안 확산시키는데 많이 신경을 못썼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하겠다는 데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이전에는 몇 개 회사와 이야기도 했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불발되었고 지금도 사람들은 계속 접촉하고 있습니다. 제가 공익용으로 쓰기 위한 걸 만들었으니 어떻게든 쓰도록 만들어야죠.

▲ 산업부 과제로 개발한 어린이용 로봇콘텐츠 저작도구 SiCi
사실 이 제품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습니다. 내년부터 소프트웨어 코딩교육을 의무화 한다고 하는데 이 제품은 코딩 교육붐이 일어나기 전에 기획했던 것입니다. 코딩보다 배우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코딩이 아니라 규칙이거든요. 코딩 가르치시는 분이 협소한 의미로 보면 재미있지만 코딩 가르치는게 아니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린학생을 대상으로 확산을 많이 하는 것이 코딩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개념면에서 혼돈을 주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 약간 우려스럽기는 합니다. 그러나 코딩 교육보다는 실물 같은 것을 빨리 만들 수 있는 도구는 없기 때문에 로봇 콘텐츠 저작 도구라는 이름으로 코딩교육과는 차별화해 가는게 오히려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 본인이 기획하여 2008년 로보월드에서 처음 시작한 가족창작로봇전: (좌) 2008년 (중) 2009년 (우) 2010년.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을 활용한 교육’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준 첫 시도였다고 조 교수는 회고한다
최근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관련해 커뮤니케이션 로봇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HRI 관련 최근 동향에 대해서 설명 좀 부탁 드립니다.

우리나라 로봇 커뮤니티는 HRI라고 하면 주로 피지컬하게 물리적으로 도와주는 HRI를 많이 생각하고 있는데, 저희가 하는 소셜 HRI는 물리적 컨택없이 상호작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로 말 같은 것으로 도움을 주는 '소셜리 어시스티브 로봇(Socially Assitive Robot :SAR)'이랄까 그런 범주를 갖고 있습니다. 현재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현실은 로봇이 굉장히 똑똑하거나 사회적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음성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들이 시연은 할 수 있어도 실제로 서비스 하기는 어렵습니다. 음성인식 해 보면 알지만 인식율이 90%라 할지라도 한 번 이야기 할 때 90%이고, 두 번째 이 말을 듣고 또 다음번 이야기할 때 90%, 그 다음 또 90%라고 하면 서너번만하더라도 이게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는 서비스가 됩니다. 실제로 페퍼가 전시된 호텔이나 전시장 같은데 가보면 음성을 쓰지 않습니다. 형태만 소셜이고 기분만 내는거지 아직도 기존 터치기반 정보 서비스하는게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현 시점에선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지보가 벌써 두 번이나 출하시점을 연기했고, 음성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세계 최대 음성인식 회사인 뉴앙스(Nuance) 사장을 CEO로 영입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안된다는 것은 결국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서비스라는 관점에서 로봇하는 분들은 모든 서비스를 다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IT업계에 능력이 출중한 분들이 많이 있고, 하루가 다르게 좋은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품는 플랫폼으로 로봇이 자리를 잡아야지 로봇만이 차별화된 컨텐츠까지 제공하겠다고 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 굉장히 무리라고 봅니다. 예를들어 구글이 인공비서 서비스를 한다면 그 소프트웨어를 품은 로봇이 약간 피치컬한 형태를 갖춘 비서가 되어야 하는 겁니다. 그 서비스와 연결할 때 필요한게 무엇인지, 추가로 인식해야 할 것이 무엇이고, 그런 서비스는 주로 문자 중심으로 되어 있으니 ‘오늘 날씨는 정말 햇볕이 쨍해요’ 라는 말이 나왔을 때 내가 굳이 하드코딩 안해도 ‘햇볕이 쨍해요’라고 하면 그에 맞는 동작이 자연스럽게 나갈수 있게 한다거나, 컴퓨터가 인식하지 못하는 다른 센서들을 결합해 자기가 조금더 그런 서비스를 연결하는 식으로 가야 길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렇지 않으면 로봇 인더스트리가 콘텐츠까지 만든다는 것은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과제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고, 대화엔진을 기반으로 로봇 서비스를 확장하는 준비를 하면 여러가지 IT 서비스들과 붙이기가 편할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알파고가 붐을 일으켜 일반인의 기대 수준이 많이 올라 갔지만 실제 음성기반으로 서비스 하는 것은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학부, 석, 박사를 모두 서울대에서 제어계측공학으로 하셨습니다. 제어계측공학을 선택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요.

중학교 때부터 공대는 가고 싶었습니다. 공대에서도 원자핵과를 갈까, 항공과를 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친척분이 제어계측과가 신설학과인데 여기서 로보틱스 같은 것을 한다고 알려주셨고, 학과 소개책자인 ‘나의 전공, 나의 학과를 말한다’를 보니 항공기 유도제어, 로봇분야도 있어 재미있을것 같다는 생각에 사실상 뭔지 모르고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중학교때 부터 공대를 가야지 생각하고 계셨으면, 본인이 공대 체질이라고 생각하고 계셨어요?

체질이라기 보다는 하고 싶어 했습니다. 아주 어린 마음에 남들처럼 평범한 것은 싫고, 저희 집이 딸만 넷이기 때문에 전형적으로 남자가 하는 일을 해야 된다는 압박 같은게 있었던거 같습니다. 그래서 괜히 그런쪽에 약간의 자기 암시 비슷한게 있었기 때문에 하나도 이상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로보트 태권브이’ 보면서 자랐는데 로봇을 보면서 로봇의 꿈도 키우셨나요?

TV에서 로봇이 싸움을 하면 가슴에서 레이저 같은 것이 나오고, 이 힘이 떨어지면 위에 있는 조종기가 분리되어 비행체를 조종하는 만화 보셨지요. 제가 항공과 생각한게 위에서 그것을 조종하는게 꽤 멋있었기 때문입니다. 브레인이 나와서 조종하는게 멋있었는데 사실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니까 제어계측으로 더 선택하게 된겁니다. 그래서 미니 자동차, 오토바이 헬멧, 오토바이 사진을 어렸을 때 많이 모으면서 '아, 멋있다!'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면 로봇은 대학교 진학해 제어계측하면서 하게 된 건가요?

로봇을 위해서 대학을 간거는 아닙니다. 그냥 공학계열로 진학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제일 멋있던 것은 파일럿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여자들에게는 거의 길이 없었습니다.

▲ 로보월드 2011을 마치고 연구원 및 학생들과 함께.
1996년부터 한성대에서 근무하셨으니 20년이 넘으셨네요.
네. 올해로 꼭 20년 되었습니다.

1994년 박사 학위받고 1997년에 한성대로 오셨으면 중간에 3년간은 직장생활을 하셨나요?

1993년 30살에 결혼을 했는데, 1994년 8월 졸업할 때 임신상태였습니다. 그때 6개월 정도 학교에 포닥으로 있으면서 원전 감시로봇 프로젝트를 했고, 출산 후 대우고등기술연구원에 취업을 해 1년정도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대우고등기술연구원에서는 무슨 일을 하셨나요.

선박용 소조립 용접로봇의 모션 콘트롤러쪽 경로 계획하는 소프트웨어 분야를 주로 했었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산업용 로봇에 어떤 이슈가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졸업논문도 멀티암, 여러대의 로봇이 뭔가를 제일 빠르게 움직이려 하면 어떤 경로로 가야되나 하는 것을 연구했었습니다. 논문 제목은 “협력작업하는 다중로봇 암(arm)에 최소시간으로 이동하는 동작계획” 그런 내용입니다.

석사때는 인공지능을 했었는데 공부를 혼자 하다시피 했습니다. 대학교 4학년때 뭐하고 싶냐고 했을 때 주위에서 들은 소리가 인공지능이었습니다. 로보틱스하고 인공지능하고 결합된 곳에서 뭘 찾다가 로봇을 자동으로 프로그래밍 해주는 전문가 시스템을 해보고 싶어 그것을 가지고 석사논문을 썼습니다. 30년 전의 인공지능은 데이터 기반이 아니라 기호로 심볼릭한 추론을 하는게 주였고, 그 다음에 탐색 알고리즘 같은 것은 제가 인공지능이란 이름을 보고 하고 싶다 했을 때와 막상 그것을 책을 보고 한줄 한줄 공부할 때 너무 괴리가 있는 겁니다. 왜 이 사람들은 이것을 탐색 알고리즘이라 하지 않고 굳이 인공지능이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싶을 정도로. 그래서 박사과정때는 심볼릭 AI 보다는 수학으로 푸는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바꾼거죠. 우리 연구실에서 보통하는 쪽으로. 그래서 석사하고 박사논문이 굉장히 다릅니다.

▲ 연구실에서 SiCi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는 모습.
최근 걸스로봇이라는 여성 로봇커뮤니티가 생기는 것도 그렇고 로봇을 전공하는 여학생들이 늘고 있는데 로봇연구에서 여성만이 가진 장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기본적으로는 그냥 똑같은 사람으로 보아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자한테 어울리는 연구, 남자한테 어울리는 연구라는 것은 사실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여성이라 특별히 이런걸 잘하고 이런걸 못한다가 아니라, 제가 평생 제일 신경쓴 것이 저도 이들과 똑같은 그냥 한 사람이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를 특별대우 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저를 처음부터 선입견을 갖고 보지도 말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로봇쪽에 여성 연구자가 많지 않다 보니 처음부터 공학쪽에서 로봇을 공부했다기 보다는 다른 영역에서 호감이 생겨서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지금 공부하는 학생을 보면 로보틱스의 어려운 코어를 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저 처럼 사실 평생 여자 엔지니어라는 것을 숙제로 갖고 살지 않은 경우에는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게 여자니까 어떤 특별한 부분, 남자분들도 어떤 악의가 있어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거기에 굉장히 엘러직한 반응이 있습니다. 그냥 ‘똑같이 대해 주세요, 제가 뭐가 다른가요’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겁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남자와 여자가 모든것에서 똑같지는 않습니다. 여자들이 멀티태스킹을 더 많이하고, 남자들은 조금 외골수로 빠지는 경향이 많다면 여자들은 조금 더 시야가 넓고, 그런 부분 때문에 로봇이 융합학문인데 다른영역과 협업할 때 조금 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아무래도 여성분들이 남자보다 감수성이 뛰어나 커뮤니케이션 로봇 같은 것들은 더 잘 할수 있지 않을까 해서 질문을 드렸습니다.

여성들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더 잘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여성적 커뮤니케이션이 꼭 남성한테도 먹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저는 그런식으로 스테레오 타입이라고 할까 정해 놓는 것은 경계하고 싶습니다.

저는 아주 어렸을때는 미대 가려고 했습니다. 미술 지망생이었고 사실 약간 팔방미인이라고 할까 피아노도 어느 정도 치고, 그림도 잘 그리고 체육만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티스트랑 일하는걸 되게 좋아합니다. 저는 소프트웨어 만들면 예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어 UI(User Interface)에 돈을 많이 씁니다. 그런데 그건 저의 특성일 뿐이지 모든 여자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게 일반화 되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우리가 암묵적으로 안다 할지라도 여성판사랑 남성판사랑 어떻게 달라요, 여성의사하고 남성의사하고 어떻게 달라요, 이런 이야기를 물론 할 수는 있습니다. 예를들어 여성 의사가 조금 더 친절하고 조금도 꼼꼼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더 해주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런 여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여자 의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판사도 마찬가지고. 그런거에 저는 항상 예민한 문제였기 때문에 아무렇게 받아 들여지지가 않는것입니다. 그런질문이 굉장히 경계심을 갖게 되구요.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본의 아니게 어디가나 저 한명 밖에 없는 상황에서 꽤 오래 지내다보니 회사에 갔을때도 첫 여자 선임, 첫 여자 박사다 보니 가만히 있어도 눈에 띄잖아요. 저는 공대가면 남자가 되는줄 알고 공대 간 겁니다. 그런데 공대 가보니 저의 모든 역량은 중요하지 않고 원하지 않지만 여자라는것 하나만 너무 두드러지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난 여자 대표다, 내가 망가지면 여자가 다 같이 망가지는거다, 나로 인해 여성들이 욕 먹으면 안된다는 숙제가 30년 가까이 살면서 굉장히 큰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허드렛일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도 힘든 보직도 시키면 다하고, 과제도 한성대 공대에서 저만큼 하는 사람 없습니다. 그 이유는 그냥 여자들도 남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제가 몸으로 보여줘야 된다는 약간의 부담감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 로봇은 피지컬 컴퓨팅 기반 소프트웨어 교육의 훌륭한 플랫폼이 되므로 소프트웨어 교육 분야와의 협력도 중요하다. 2014년 8월 발족한 네이버 소프트웨어 교육 자문위원회 발족식.
로봇산업진흥원 이사회 의장도 하시고, 대외활동도 활발히 하고 계신데요, 국내 로봇 산업이 생각만큼 빠르게 성장하질 못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로봇계의 문제는 아니고 저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공학 교육이 편협한데서 원인을 찾고 싶습니다. 엔지니어 문제가 주어지면 나는 그걸 푸는 사람이야, 나는 뭔가 만드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교육이 문제라고 봅니다. 엔지니어링이 다른 부분과 차이가 있는 것은 우리가 로보트 태권브이 영화 만들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SF영화 만들고 하지만 그것을 실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게 엔지니어들이 갖는 가장 차별화된 부분이라고 봅니다. 상상만 가지고 인류가 발전해 올 수 없었으니까요. 만드는게 중요한데 우리나라 교육은 너무 그것을 강조하고, 누군가 정해주면 나는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교육이 가고 있는게 어떻게 보면 근본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엔지니어들이 창업하면 누구한테 무슨 수요가 있고, 내가 뭘 해야 되는지를 스스로 찾기 보다는 훈련자체를 누가 준 문제를 받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그 다음에 비즈니스 같은 측면은 나중에 보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예를들면 화학공정이나 소재같은 것은 서비스와 연결된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서비스 로봇같은 경우 사실 그런 시각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어디에 뭐가 있고 그 다음에 소싱해서 나와 연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이런 시야 넓은 엔지니어가 다른 영역보다 서비스쪽은 더 중요한데 우리는 그렇게 훈련받은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옆 하고도 칸막이 치는 분위기가 일단은 큰 문제 같습니다.

그 다음 산업부 R&D를 기업, 대학, 연구소에 주는데 어떤 차별화가 안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기업에게 R&D하라고 돈 주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업이 잘 되게 세제혜택을 주거나 아니면 기술 이전 같은데 비용을 주거나 기업들이 원래 해야될 것을 잘 하도록 도와주는거지 그들을 R&D전문 회사로 만드는 것은 답이 아니라고 봅니다. 제안서 잘 쓰고 연구원들이 100% 어딘가 참여되어 있어서 참여율이 부족해 과제를 더 이상 할 수 없고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들이 원래 하고자 하는 아이템을 비즈니스 잘 할수 있도록 R&D 형태가 아니라 다른 형태로 돈을 주는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으로는 그 동안 축적된 게 없는게 사실 아쉬운데 완성도 높이는데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대학은 남이 한 것을 하면 관심 받을수도 없고 좋은 논문의 주제가 될 수도 없습니다. 바닥도 안되어 있는데 자꾸 새로운 문제를 팝니다. 파고 다음에 시연하고, 끝나고 시연하고 하는데 그걸 좀 차별화해서 리서치 하는데와 잘 알려진 기술이지만 완성도를 높이는 것을 평가해서 그것을 보상해 주는 방법. 그러니까 꼭 사전에 제안서내고 하는게 아니라 경진대회 같은 것을 해서 그 성능 가지고 돈을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차별화된걸 해야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제도적으로도 제일 근본은 동기부여인 것 같습니다.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그 생각만하고 거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사실 모든 제도가 그렇게 돌아가야 되는데 지금 그렇게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학생 밖에 없을겁니다. 졸업해야 하니까. 연구소에 있는 분들도 좀 유능하신 분들은 연구하지 않고 과제 따러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구조적인 맹점은 있습니다. 지금 PBS나 이런게 연구를 장기적으로 할수 없게하고 돈 따느라고 에너지를 너무 쓰니까 실제 결과물을 내는데는 용두사미가 되어 버리고. 그리고 남이 하나 찔러 놓은것은 중복이라고 해서 다시 못하게 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R&D로 돈을 받으면 그게 연구원이든 연구소든 대학이든 과연 내가 이 돈을 R&D를 위해서 받았기 때문에 얼마만큼 기여를 해야되고 내가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생각하는 것의 50%는 여기에 할애를 해야 하는데 실제 그렇게 실천하는지 의문입니다. 저는 최선을 다한 것 같지는 않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우리가 여러 가지 제도적으로 충분히 최선을 잘 할수 있게 만들어지지 않은것도 문제입니다. 지금처럼 제안서 써서 경합해 선정하면 모든 에너지를 제안서 작성해서 경합해 따는데 써버립니다. 선정되고 나면 예산이 깍일지언정 대충 굴러는 가니까. 그런 방식보다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결과물이 나오면 그것을 보상 해주는 형식으로 완성도를 계속 높여가고 그것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채널도 하나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라인업을 기업은 장사 잘하게 돈 대주는 걸로 하고, 논문 쓰는 사람은 논문 쓰는 걸로 하고, 그 가운데서 완성도 높이는 그룹들은 실용적으로 개발 많이하는 고수들이 할 수 있는 그런 종류로 말입니다.

▲ 2014 로봇창의교육사업 통합 워크샵에서. 앞줄 좌석 맨 오른쪽 끝이 조 교수
그리고 로봇산업에서 누가 R&D 콘트롤 타워냐의 문제인데 지금은 사실 콘트롤 타워가 지속적으로 분석해 가면서 끌어갈만한 구조가 아니라고 봅니다. 로봇PD가 있지만 사실 산업부 사무관이나 과장이 힘이 더 쎕니다. 예를 들면 진흥원에 그런 분석을 할 수 있는 팀을 꾸려서 외국 분석도 하고, 그 다음에 R&D도 이런 채널 저런 채널 차별화도 하는 그런 전략적인 기획실이 있어야 합니다. 기업도 기획실이 제일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나라 R&D는 그런 기획실이 좀 안정이 안 된 것 같고 너무 지속성이 없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팀이 사실 제가 진흥원에도 말씀드렸는데 필요하다고 봅니다. 옛날에는 사업단을 만들어 5년 10년간 돈을 받으면서 기획하고, 과제 런칭하고, 결과물 내는 것을 다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식이 아니다 보니 컨트롤 타워가 부족한것 같습니다. 로봇산업진흥원이 로봇분야에 지식이 많고, 시야도 넓고,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팀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리서치를 해 가면서 기계로봇과장이나 로봇PD나 지원하는 구조가 되면 기획이나 방향성이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 로봇 R&D는 전자도 아니고 컴퓨터 소프트웨어도 아니고 기계과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비스 로봇하려면 사실 기계하는 분들이 소프트웨어도 다 이해한다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그분들이 자기가 지능 전공이라고 주장하시면 안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뭔지 다 알아 하는 경향이 약간 있습니다. 저도 로봇쪽에서 소프트웨어 한다고 하지만 완전 소프트웨어 전공자하고 또 다릅니다. 그런분들이 더 로봇분야에 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쪽에서 너무나 일반화된 방법론이라든가 잘 활용되고 있는 서비스들을 품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해야합니다. 그러니까 의도적으로 그 분들을 자꾸 끌어와야 하는데 오히려 '당신들이 로봇을 알긴 뭘 알아', '로봇은 달라', '로봇은 달라'하면서 벽을 쌓고 있습니다. 다르지 않은데 다르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그 커뮤니티안에서만 뱅글뱅글 도니 뭐 좋은게 나오겠습니까.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로봇을 이용한 STEAM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는데요 아직도 현장에선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하실 말씀이 있다면...

교사 교육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교육현장에서는 어째든 교사가 동의하지 않는게 확산되기 쉽지 않고, 교사가 자신감 있게 해야 학생들한테 전달이 되는거고. 그러니까 일방적으로 양적으로 확산하려는 것 보다 의욕있는 교사 커뮤니티를 도와주고 키워주고 그 다음에 교사가 교사를 교육하도록 하는 방법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여성 선생님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배울수 있도록 좋고 쉬운 솔루션을 알려드리면서 경험시켜 드리는 것 때문에 교사지원이 제일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선생님들이 힘들어도 내가 하니까 애들한테 좋다 그러면 어느 선생님이 그걸 안하시겠습니까. 그러니까 제도적으로 의무화 보다는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진흥원에서도 지금 꾸준히 하고 있지 않습니까.

▲ 2013년 로봇학회 10주년 기념행사로 어린이 동반 로봇캠프를 주관하였다. 행사 후 운영진 및 참가자들과 함께. 둘째 줄 우측 끝에서 두 번째가 조 교수.
오랫동안 로봇을 연구해 오셨는데 가장 보람있던 적이 있다면?

저희가 만든 솔루션을 가지고 교육 기부 활동 했을 때 아이들이 '너무 재밌다'는 모습을 볼 때 제일 보람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칸막이가 있기 때문에 콘텐츠 저작 도구 솔루션을 보여줬을 때 이건 프로그래밍이 아니잖아라는 반응을 보인다면, 오히려 외국사람들은 훨씬 더 개방적인 것 같습니다. 못 보던거 보면 '참 신기하다'. '진짜 좋다'며 좋은 반응을 보여주는데 그때 보람을 느낍니다. 제가 어린이용 로봇 콘텐츠 저작도구인 ‘SiCi(Smart ideas for Creative interplay)'를 가지고 2014년에 인간-로봇 상호작용 학술대회 최우수 시연상도 받았습니다. 결국 엔지니어들의 기쁨은 자기가 무엇을 만드는데서 오는 경우도 있지만 내가 만든게 어딘가에 가치 있는 일이고, 누군가 한테 좋은 영향을 끼치는 변화를 만들어 낼 때 제일 보람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돌이켜보면 SiCi가 제일 열심히 했던 아이템 같습니다. 2008년부터 과제 기획해서 실제로 만들기까지 했으니까요.

로봇을 전공하고 싶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어떤 로봇을 만들면 누구한테 어떤 좋은 일이 생길까, 누구를 어떻게 기쁘게 해 줄수 있을까, 누구한테 어떤 편리함을 제공해 줄 수 있을까 그런 상상을 많이 하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게 결국은 그것을 하고 싶다는 동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로봇틱스는 알아야 될게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터프한 훈련의 과정을 잘 겪으면서 유능한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목표가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목표여야 되지 않습니까. 그런 상상을 많이 하는게 시야도 넓힐수 있고, 고된 훈련의 과정에서 보람도 찾을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혜경 교수 프로필]

1964년 7월 16일 서울생
서울 상명사대부속여자고등학교 졸업
1983 ~ 1987 서울대학교 제어계측공학 학사
1987 ~ 1989 서울대학교 대학원 제어계측공학 석사
1989 ~ 1994 서울대학교 대학원 제어계측공학 박사
1996.03 ~ 한성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2003.02 ~ 2004.02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 로봇공학연구소 방문연구원
2005.03 ~ 2007.01 한성대학교 입학홍보처 처장
2009 ~ 2012 제어로봇시스템학회 이사
2010.01 ~ 한국로봇학회 이사
2011.01 ~ 2011.08 한성대학교 산학협력단 단장
2012.05 ~ 2015. 04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이사(이사회 의장)
2014.11 ~ 2015. 09 한성대학교 기획처장
2014.08 ~ 현 네이버 소프트웨어 교육 자문위원
2014.01 ~ 현 제어로봇시스템학회 이사
2014.01 ~ 현 대한전기학회 이사

2014 인간-로봇 상호작용 학술대회 최우수 시연상
2009 대한민국 로봇대상 로봇산업발전유공자부문 지식경제부장관표창

조규남  ceo@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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