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게 성(gender) 정체성을 부여하기 위해선 로봇에 부착된 스크린에 성별을 알 수 있는 약간의 표식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굳이 로봇의 외모를 여성 또는 남성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 펜실바니아주립대 시암 순다르 교수와 박사과정 정은화씨는 몸체 가운데 부분에 스크린을 탑재한 로봇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 팀은 로봇의 몸체와 스크린에 여성 또는 남성임을 알 수 있는 검은 모자와 분홍색의 귀마개를 붙여 성적인 표식으로 활용했다. 로봇은 세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성적인 표식이 전혀 없는 로봇, 몸체와 스크린에 검은 모자 또는 귀마개를 한 로봇, 스크린에만 검은 모자 또는 귀마개를 한 로봇이다.

연구팀이 114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피실험자들은 몸체와 스크린 양쪽에 성적인 표식을 갖고 있는 로봇에 대해 가장 뚜렸한 성적인 정체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스크린에만 성적인 표식을 갖고 있는 로봇에 대해서도 높은 수준의 성 정체성을 부여했다. 스크린에 귀마개를 한 로봇에 대해 강한 여성성을 부여한 것이다.

연구팀은 스크린으로 성 정체성뿐 만 아니라 다른 인간적인 속성도 부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크린 조작을 통해 로봇의 인종, 민족, 나이 등 특성을 부여할 수 있으며 직업 또는 사회적인 역할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 은행원, 판사, 심리학자 등 직업을 부여하는 게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로봇이 성 정체성이 없을 때 피실험자들이 로봇을 남성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결론도 얻었다. 이번 연구는 11일(현지 시간) 개최된 'ACM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에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