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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는 우리보다 똑똑하다(The machine is smarter than us)배일한ㆍ미래학박사,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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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03  23: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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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라는 유령이 대한민국을 배회하고 있다.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은 충격적 사건 이후 우리 사회 도처에서 미래를 인식하는 분위기가 부쩍 냉소적으로 바뀌었음을 느낀다. 한 지인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고3 엄친아를 의대로 보내야할지 주저된다고 필자에게 털어놓는다. “자식 세대는 인공지능이 의학적 판단을 다 내리는 세상이 오겠죠. 의사는 기계가 시키는 대로 상처 꿰매고 처방전에 도장 찍는 역할이나 할텐데 그 비싼 의대 등록금을 투자할 가치가 있나 정말 고민이요”

정말 그러하다. 변호사, 회계사, 의사, 컨설턴트, 교수 등 차별화된 지식과 경험으로 고수익을 올리던 전문직종을 가진 계층일수록 위기감이 크다. 많은 분야에서 인간의 지적 능력이 기계를 앞설 수 없다면 우리 자식들은 무엇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단 말인가?

전문가들의 주된 미래전망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확산은 한국 사회와 지구촌에 새로운 차원의 모순, 지능의 불평등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우선 경제분야는 사무직 일자리 규모가 해마다 눈에 띄게 줄어든다. 알고리즘으로 해석이 가능한 지식 노동 중에서 사회성이 그다지 필요치 않은 분야는 조만간에 인공지능이 중추적 역할을 맡는다. 인간은 나름대로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온갖 구실과 명분을 내세워 지식상품의 생산보다는 관리 감독을 맡게 된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의 말처럼 인공지능은 실험실 조수처럼 활용하고, 최종 결정은 인간이 내리는 식으로 업무구조가 바뀐다. 로봇이 당분간 대체하기 힘든 육체노동 직종은 안정적인 일자리로 재평가를 받는다.

정치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은 기존의 권력시스템을 공고히 하고 정치적 변혁의 여지를 차단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는 생물이란 말처럼 정치 현안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인공지능이 바둑판의 돌을 세듯이 여러 정치주체들의 행동패턴과 지역, 계층별 이해관계를 미리 예측하는 수준에 이를지도 모른다. 이제 집권세력은 국가정책을 결정하고 정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민심을 크게 거스르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 항상 정권교체의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정치적 선택이 무엇인지 인공지능으로 예측이 가능하다. 사실상 인공지능이 관리하는 통치체제의 효율성을 무턱대고 수용한 대가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실수와 반성을 통해 큰 틀의 변혁을 꿈꾸기 힘든 답답한 정치구조가 생겨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은 국가간 역학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선 범용인공지능(AGI)을 확보한 선진국(기업)는 인공지능 적용범위와 기술수준을 통제해서 다른 국가들의 산업기반과 노동시장을 손쉽게 퇴물로 만들 수 있다. 아이폰 보안장치를 풀어달라는 FBI의 협조요구를 단칼에 거부한 애플의 사례에서 보듯이 글로벌 대기업들은 인공지능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개별 국가의 규제요구와 사회적 고통과 혼란을 무시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로봇기술과 인공지능의 진화에 따라 인간의 육체 노동과 지적노동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고 새로운 사회질서가 생겨날 때까지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비관적 예측은 딱히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예상보다 빠른 부상에 한국사회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인공지능도 인간이 만든 작품이니 실제로는 인간이 기계에 진 것이 아니다는 자기 합리화는 접도록 하자. 지난 2008년 산업자원부가 만든 로봇윤리헌장 초안처럼 로봇이 자아를 갖게 되면 잘 대해주고 사이좋게 지내면 된다는 식의 낭만적 접근도 도움이 안된다. 우선은 우리 사회가 “기계는 우리보다 똑똑하다”는 불편한 명제가 멀지 않은 현실임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어차피 인간이 기계보다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판단을 내리려 경쟁해서는 승산이 희박하다. 벌거숭이 호모사피엔스는 자동차보다 빨리 움직이고 컴퓨터보다 빨리 계산할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똑똑한 기계를 개발한 다음 과제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똑똑한 기계를 소유하고 다중의 이익에 따라 통제할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한국민은 똑똑한 기계를 소유한 누군가의 통제를 받게 된다. 인공지능분야에서 외국기업의 시장지배력이 더 가속화되기 전에 정부와 기업들이 힘을 합쳐 범용인공지능 기반기술의 국산화를 조속히 달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의 기술경쟁력 확보와 함께 인공지능의 민주적 통제를 제도화해야 한다. 무섭게 확산하는 인공지능의 통제권을 소수의 지배계급이나 특정 대기업, 정부가 독점하지 않도록 인공지능의 민주적 통제시스템을 구축하자는 뜻이다. 기계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우리가 기계의 소유권과 통제권을 놓치지 않으면 미래세상은 2016년 한국사회가 상상하는 우울한 모습보다는 훨씬 나아질 것이다.

차차기 대선 쯤에는 부의 불평등을 극복하는 경제 민주화에 이어 다중의 이익을 위해 인공지능을 통제하는 “지능 민주화”가 새로운 정치 공약으로 등장하길 기대해본다. 배일한ㆍ미래학박사,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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