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산업에 자본과 새로운 기술이 흘러들어오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로봇분야 특허건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벤처투자자들도 로봇업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허 전문 조사기관인 ‘IFI클레임스’는 로봇 관련 특허건수가 지난 10년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의 로봇 분야 특허 신청건수는 작년에 전체의 36%를 차지했는데 이는 일본의 두배를 상회하는 수치다.

▲ 국가별 로봇 관련 특허 신청건수

당연히 로봇 시장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IDC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은 연평균 17% 성장하면서 오는 2019년까지 1350억 달러(한화 약 154조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로봇 시장 성장은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이 주도하고 있다. 로봇 분야 신규 투자의 69%가 아시아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CB인사이츠’는 벤처 캐피털의 로봇 투자가 지난해 5억8700만 달러(한화 6692억원)로 배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 연도별 글로벌 로봇 투자 현황(단위: 백만달러)

새로운 투자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설 펀드 투자자들은 로봇산업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기 시작했으며, 구글에서 안드로이드와 로봇 사업을 총괄했던 앤디 루빈은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이라는 인큐베이터 업체를 설립해 로봇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SRI인터내셔널의 ‘매니쉬 코싸리‘는 미 국방부 산하 DARPA(방위고등연구계획국)가 로봇 팔과 다리 등에 투자하는 펀딩 금액이 지난 5년간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벤처 투자자들은 범용 로봇 보다는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로봇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에 로봇 등 하드웨어 분야에 투자할 1억 달러 펀드를 조성한 러시아 기업인 ‘드미트리 그리쉰’은 한 가지 일을 잘하는 단일 목적의 로봇을 개발하는 데 최종 목표를 두고 있다. 그는 단일 목적의 로봇을 만드는데 성공한다면 기계들은 ‘로봇’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진공 청소기나 ATM기기 처럼 일상적인 삶의 일부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또한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로봇의 현실화를 앞당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인 ‘디스패치’는 바퀴 달린 소형 박스 형태의 자율배송차량을 테스트하고 있는데 최근 200만 달러의 자금을 투자받았다. 디스패치는 센서 가격의 하락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자율배송 로봇의 상용화가 조만간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스패치의 공동 창업자인 ‘유리아 발케’는 “하드웨어와 기계학습 알고리즘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새로운 종류의 머신이 빠르게 보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 발전 속도가 특히 빠르다. 예를 들어 컴퓨터 비전시스템의 기술발전은 주변 환경을 인식하면서 자율주행 하는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크게 공헌하고 있다. 여기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의 발전으로 로봇들의 학습 능력이 배가되고 있다. 농업분야와 의료건강 분야의 로봇 업체에 투자하고 있는 벤처투자자인 ’비노드 코슬라’는 “지금 로봇들의 지능은 멍청한 수준인데 빠른 속도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터그 로봇

로봇들이 종전의 안전 펜스와 실험실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그동안 보급됐던 로봇들은 값이 비싸고 매우 정밀한 산업용 로봇이 주류를 이뤘다. 이들 산업용 로봇들은 생산라인의 안전 펜스안에 있었다. 하지만 로봇의 가격이 하락하고 보다 유연해지면서 로봇의 환경 적응력이 개선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협업 로봇 등 새로운 형태의 로봇들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병원용으로 공급되고 있는 에이슨의 '터그(Tug) 로봇', 새비오크의 호텔 고객 서비스용 '릴레이 로봇', 로커스 로보틱스의 물류 창고용 로봇 ’로커스봇(LocusBot)'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협업 로봇 전문업체인 리씽크 로보틱스의 ‘스콧 엑커트’ CEO는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이 메인프레임이었다면 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는 로봇은 PC급”이라고 진단했다. 로봇이 PC급으로 내려오면서 로봇을 보유할 수 있는 기회도 점점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리씽크 측은 협업 로봇인 ‘소이어’의 비용이 시간당 1달러선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많은 직업이 자동화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수준의 가격대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