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에이비스(Warren Avis)'는 지난 1948년 자신의 이름을 딴 렌터카 회사를 차렸다. 하지만 이 보다 30년 앞서 '월터 제이콥스'라는 인물이 1918년 시카고에서 렌터카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포드 자동차의 ‘모델 T'를 렌털 방식으로 제공했다. 그는 1923년 존 허츠(John Hertz)에게 렌털 사업을 매각했으며, 허츠는 렌터카 사업 브랜드를 ’Hertz Drive-Ur-Self System‘이라고 정했다. 렌터카 사업은 지금은 대표적인 자동차 사업 모델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자동차 렌털 사업의 역사는 오래됐다.

그렇다면 로봇도 렌털카와 같은 사업이 가능할까. 로봇을 임대해서 쓰면서 사용한 시간만큼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의 사업 말이다. 로봇 전문 매체인 ‘로보틱스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하이어보틱스(Hirebotics)'라는 스타트업이 로봇 렌털 사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매트 부시‘와 ’로브 골디에즈‘라는 인물이 공동 창업했으며 세계 최초 로봇 렌털 사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봇업계의 허츠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 하이어보틱스 공동 창업자인 매트 부시와 로브 골디에즈

이들이 주로 공략할 업체들은 중소업체(SME)다. 가령 중소제조업체가 갑자기 주문량이 몰리거나 성수기에 접어들면 생산인력을 고용하는게 쉽지 않다. 생산인력을 고용한다고 하더라도 근로자들이 작업 공정을 익히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이런 성수기에 사람대신 로봇을 한시적으로 도입한다면 중소업체들은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고 제때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하이어보틱스는 고객들에게 로봇 렌털 조건을 제시하고 계약이 성사되면 바로 로봇을 해당 제조업체의 생산라인으로 가져가 로봇 세팅과 작업 수행 등을 지원한다. 로봇은 실제 가동시간을 기준으로 과금되며 로봇이 가동되지 않은 시간에 대해선 과금을 하지않는다.

하이어보틱스는 로봇 렌털 사업이 ‘자동화의 민주화(democratizing automation)’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들은 로봇을 도입할 재정적인 여력이 충분하지만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재원 부족으로 로봇을 구입하기 어렵다. 이런 중소기업들이 필요한 시간만 로봇을 빌려서 쓴다면 로봇 도입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다. 로봇을 도입하는 데 보통 대당 3만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런 구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 현재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종소업체들이 로봇 렌털 사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 조사에 따르면 현재 메뉴팩처링 공정의 10% 정도만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0%는 자동화의 필요성이 있지만 비용 문제로 자동화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란 것. 게다가 로봇을 도입하면 모바일 앱을 통해 로봇의 가동 상태를 24시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으며 재료 부족 등 생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통보받는다.

현재 하이어보틱스는 6개 정도 업체와 로봇 렌털 조건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버설 로봇의 협업 로봇을 활용해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이 회사가 로봇 렌털 사업을 활성화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