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르세데스-벤츠의 자율주행자동차 내부 설계

자율주행자동차의 멀미 문제가 자율주행차 개발 및 설계에 의외의 복병으로 등장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입되면 좌석의 배치가 바뀌고 역방향 좌석에서 전자책을 읽는 등 승객들의 행동 패턴이 많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가 공개한 자율주행차 ‘F 015' 콘셉 디자인에 따르면 자동차 내부는 마치 라운지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멋진 내부 설계에도 불구하고 역방향 좌석에 앉아 이동하거나 전자책을 읽다보면 멀미를 느끼거나 구토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IEEE 스펙트럼’은 선박이나 우주선에 탑승한 '수동적인 승객(passive passenger)'들이 경험하는 멀미 현상이 자율주행자동차 승객들에게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전 미국 상원의원인 ‘제이크 가른(Jake Garn)’이 우주선에 탑승해 경험했던 우주선 멀미 현상을 거론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85년 셔틀 우주선에 탑승하고 지구 밖을 여행했는데 극심한 멀미로 고생을 했다. 그의 이름을 따 우주인의 멀미 정도를 말하는 ‘가른 척도(Garn scale)’란 용어가 생겼을 정도다.

자율주행 자동차 승객에게 멀미 현상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이유는 모두가 '수동적인 승객'이 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승객들은 자동차가 갑자기 덜컥거리거나 방향이 바뀌면서 일종의 감각의 부조화 현상을 경험한다. 눈에서 보는 것과 내이(內耳)에서 느끼는 것 사이에 부조화가 생기면서 멀미를 하게 된다. 이에 반해 자동차 운전자는 도로 상황을 정확히 보고 내이로 느끼기때문에 멀미를 느끼지 않는다. 청각 장애자도 멀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자율주행차 개발 업체들은 최근 멀미 문제를 신중하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영국 코벤트리대학의 과학자인 '시리엘 딜스(Cyriel Diels)'는 “현재 발레오, 포드 유럽 등의 자동차 부품 및 완성자 업체와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며 "최근 닛산, 재규어 랜드로버 등 업체들이 이 분야 연구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율주행자동차 설계 엔지니어들이 이제는 승객의 안락함을 고려해야할 때라고 지적했다. 자율주행자동차를 단순히 바퀴가 달린 거실, 사무실, 즐기는 장소로 생각해선 안된다는 것. 승객들이 멀미를 느끼지 않도록 시야를 확보하고, 전방을 편안하게 주시할 수 있도록 차량을 설계해야한다는 것. 다른 디바이스들과의 관계도 중요해진다. 게임 콘솔로 게임을 줄기거나 책을 읽는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외부의 풍경과 비교해 전자책이나 다른 전자 디바이스의 크기를 작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시리엘 딜스는 전문 저널인 ‘응용 인체공학(Applied Ergonomics)'에 발표한 논문에서 비행 시뮬레이터 처럼 자율주행자동차에도 증강현실 등 기술을 도입해 승객들에게 시각적인 신호를 새롭게 제공해주는 것도 연구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행 시뮬레이터 탑승자들은 '투사된 동작의 궤적'을 볼 때 비행기 멀미 현상이 4배 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