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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로봇]로봇역사 : 로봇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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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16  14: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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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SF소설 작가들이 사람을 대신하여 불쾌하고 위험하며 지루한 업무를 수행할 미래형 기계의 존재를 등장시켰다. 그리고 발명가와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상상 속 존재를 현실로 만들고자 각고의 노력을 펼쳤다. 유니메이트는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1950년대 후반 미국의 엔지니어인 조지 데볼과 조셉 엥겔버거가 고안했다. 유니메이트 개발은 엥겔버거의 회사인 유니메이션에서 진행하였다. 이후 산업용 로봇의 산업 규모는 급속도로 성장하였으며 곧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평범한 작업, 지루한 작업,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러한 로봇들은 초기에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물건을 옮기는 데 사용되었으며 또한 프로그램을 교체할 수도 있었다. 1961년 시제품 테스트 후 로봇 유니메이트가 제너럴 모터스의 생산 라인에 사용되면서 새로운 시대가 개막되었다. 고정식 산업용 로봇인 유니메이트는 제품을 옮기고 차량의 몸체를 용접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무게가 대략 2톤 정도인 유니메이트 팔은 자기 드럼에 저장된 연속된 명령대로 작동하였으며,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

1967년 일본 가와사키 중공업이 유니메이션의 산업용 로봇 유니메이트를 일본에서 생산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획득하였다. 이것은 일본 로봇산업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로봇들은 유압 구동기를 사용하여 다양한 관절의 각도를 잡아 기록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되었다. 그 후에 요구되는 작업을 위해 기록된 순서를 반복하면 되었다. 과업을 척척 수행해내는 미지의 존재가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항상 낯선 존재는 호기심과 불안함을 동시에 불러오는 법이다. 스스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기계에 대해 점차 사람들은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이들이 언젠가는 우리와 같아지지 않을까?
이러한 로봇에 대한 모종의 공포는 1968년 아서 클라크(Arthur C. Clarke)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 A Space Odyssey)"에서 잘 나타난다. 인류의 조상이 모노리스와 접촉한 후 집어 던지는 뼈다귀가 우주선으로 바뀌는,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한 이 오프닝은 단순히 미학적 의의만 가진 것은 아니다. 인류 최초의 폭력을 위한 도구인 뼈가 허공에 던져진 후 지구 궤도에 떠 있는 궤도 핵 폭격 플랫폼(FOBS)의 모습으로 갑작스레 넘어가는 이 상징은 수 만 년 동안 이루어진 인류 진화를 강렬하게 함축함과 동시에 인류에 내재한 폭력성까지 폭로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영화에서 인류는 초월적인 존재가 만들어낸 모노리스를 만날 때마다 진화를 거듭한다. 모노리스와의 만남은 총 세 번인데, 첫 번째 모노리스와의 만남을 통해 인류는 폭력과 도구를 얻어 우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달에서 발견된 두 번째 모노리스는 그때까지만 해도 달에만 묶여있던 인류는 목성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우주관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류는 인공지능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목성의 모노리스를 만나 세 번째 진화를 한다. 그곳에서 데이브는 새로운 인류인 스타차일드가 되어 지구로 돌아온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영화 내의 악역 인공지능 HAL 9000의 존재이다. HAL 9000은 기종 명으로, 특정 한 개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작중 HAL 9000은 보통 HAL(할)이라고 불리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대사가 많은 등장인물이며 시종일관 극을 이끌어가는 존재이다. 1992년 1월 12일 처음 가동된 이 인공지능은 사람과 자연어로 대화할 수 있으며 능숙하게 체스를 둘 수 있다. 또한, 사람의 입술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것은 HAL과 인간 간 모종의 의사소통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작중 시종일관 무미건조함을 유지하는 HAL 9000의 목소리는 결국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아질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때 HAL, 즉 인공지능에 의한 인간 살해는 흔히 알려진 로봇의 3원칙 ㅡ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한다, 로봇은 인간을 해치지 않는다, 로봇은 앞선 두 원칙을 지키는 범위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ㅡ 을 철저히 위배한 행위이다. 인류에 대한 일종의 도전인 셈이다.
HAL 9000은 원래 방대한 자료를 소유하고 인간을 돕도록 프로그래밍이 된 기계이나 인간을 끝없이 감시하며 급기야는 우주공간에서 우주선을 수리하는 인간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종국에는 강박증으로 미쳐가는 인간과 비슷한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이것은 마치 기계가 감정을 획득하게 되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영화 말미에 HAL 9000이 겁에 질려 목숨을 구걸하는 상황에서도 무미건조한 목소리를 유지하는 섬뜩한 장면은 인공지능이란 결국 인류와 다른 존재임과 동시에 새로운 경쟁자에 그친다는 것을 역설한다. 한편으로는 인간이 무의식중에 인공지능이라는 존재에 느끼고 있는 생경함과 공포심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같은 해 발표된 필립 K.딕(Philip K. Dick)의 기념비적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도 마찬가지로 당시 막 대두한 로봇과의 불안한 공존을 그리고 있다. 필립 K.딕의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작중 지구는 '최종 세계전쟁'의 방사능 낙진으로 모든 동물이 멸종하고 인간의 유전자까지도 위협받는 암울한 상황이다. 정부는 인간형 로봇인 안드로이드를 제공하며 지구인들의 화성 이주를 장려한다. 하지만 인간의 편의를 위해 보급한 안드로이드가 점차 인간과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에 이르자, 이들 안드로이드 중 일부가 화성을 탈출해 지구의 인간 속에 섞이며 인간을 위협하는 상황에 다다른다.
주인공 릭 데커드는 안드로이드 사냥꾼이다. 진짜 동물들이 대부분 멸종하여 희귀해진 세상에서 많은 사람이 진짜 동물을 구입하는 꿈을 갖는다. 데커드 역시 마찬가지로 동물 카탈로그를 보며 그것을 기를 수 있기를 꿈꾸지만, 그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의 선임자가 안드로이드에게 공격을 당하는 바람에 데커드는 좋은 조건으로 안드로이드 사냥을 할 수 있게 되어 현상금으로 진짜 동물을 사고자 한다. 하지만 데커드는 안드로이드 사냥에서 ‘인간’과 ‘안드로이드’, 즉 ‘진짜’와 ‘가짜’를 끊임없이 구별해야 하는 혼란의 과정을 겪게 된다. 또한, 인간에게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안드로이드에게도 느끼게 되면서 점점 그들을 사냥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작품을 관통하는 대 주제는 결국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로 정리할 수 있다. 물론 안드로이드 역시 더 나은 삶에 대한 꿈을 가지고 화성을 탈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꿈꾸는 것 그 이상의 사고가 존재하지 않기에 인간과 구별된다는 것이 작품의 결론이다. 작가는 동물을 기르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감정이입’을 말하고 있는데, 결정적으로 작중 설정상 안드로이드는 타인을 이해하는 ‘감정이입’을 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 작품 역시 인공 지능과 인간 간의 결정적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 작품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으로 유명하다. 리들리 스콧이 감독한 이 영화는 1982년에 처음 개봉하였으나 흥행에는 참패한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함께 손꼽히는 SF 영화의 명작으로, 이후에 나온 수많은 SF 작품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원작 소설과 영화는 다른 부분이 상당히 많다. 기본적인 설정과 등장인물의 이름 외에는 거의 모든 면이 다르다고 봐도 무방하다. 소설 원작이 워낙 SF임에도 불구하고 형이상학적, 종교적인 요소가 강한 탓도 있다. 큰 사건 흐름도 다르며 일부 장면과 대사만이 원작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이다.
영화는 인간과 거의 유사한 레플리칸트(Replicant)라는 존재를 통해 인간성의 정의를 묻고 있다. 21세기 초 인류는 유전학적으로 만들어진 인조인간인 ‘레플리칸트’를 만들어낸다. 레플리칸트는 인간과 동등한 지적 능력에 인간을 앞서는 신체 능력을 갖췄으나 인간과 격리된 채 전투원 등 인류의 노예로서만 이용당하는 존재이다. 완벽해 보이는 이들의 치명적 단점은 수명이 4년으로 매우 짧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 레플리칸트는 인류와 동일한 사고를 하는 탓에 자신들의 처지에 자연히 불만을 품게 된다. 당연한 수순으로 식민지 행성에서 레플리칸트 전투팀이 폭동을 일으키는데, 이 사건 이후 레플리칸트가 지구에서 거주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된다.
이렇게 지구에 불법적으로 들어온 레플리칸트를 찾아내고 처형하기 위해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라 불리는 특수 경찰 팀이 만들어진다. 이들은 인간과 레플리칸트를 구별해 내고 레플리칸트를 사살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런데 이 사살은 처형이라고 하지 않고 폐기(retirement)라고 명명된다. 이 단어의 사용은 레플리칸트를 인격체로 보지 않는다는 시각을 여실히 드러낸다.
다시 시간은 2019년, 은퇴한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가 옛 상사 브라이언 반장에게 호출을 받는다. LA 주변으로 잠입한 신형 레플리칸트 ‘넥서스(Nexus) 6’들을 찾아내 제거하라는 것이 그가 맡을 임무였다. 레플리칸트 여섯이 지구에 잠입했는데, 이들 중 둘은 레플리칸트를 제작해 판매하는 회사인 타이렐사에 잠입하다 제거되었고 남아 있는 넷은 수배 상태이다. 처음에 데커드는 임무를 거부했지만 결국 받아들이고, 그가 레플리칸트 추격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영화에서 진짜와 가짜의 경계는 분명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호하다. 주인공 데커드는 이 경계 선상에 서 있는 인물로 볼 수 있다. 인간의 ‘비인간성’과 대조되는 레플리칸트의 ‘인간다움’에 의해 이 모호함은 증폭되고, 마침내 데커드가 인조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암시에 이르러 절정에 달한다. 결국, 영화는 인간 구분기준에 대한 모호성, 미래나 혹은 현재의 자신이 과연 인간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해 반문한다. 그러는 한편 인간을 향한 경고 또한 잊지 않는다. ‘인간다움’이란 어떻게 정의되는 것인가? 또 어떻게 유지되는 것인가?
인간을 닮은 인공의 존재를 통해 역설적으로 ‘인간’에 대해 정의하고자 하는 이러한 시도들은 도리어 아직 로봇이 철저히 인간의 창조물이자 타자에 그친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로봇' 3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표기는 '월간로봇'의 규정에 따랐습니다.

박경일  robot@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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