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언론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기의 대결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인공지능 알파고가 승리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공지능 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 존재인지 확실히 각인시켜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본지에서도 인공지능이 지금처럼 발전하게 되면 30년안에 현재 존재하는 직업의 50%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과 2045년이 되면 인공지능이 사람의 지능을 능가하는 싱귤러리티가 도래 할 것이라는 기사, 그리고 스티븐 호킹 박사나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금처럼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면 사람이 로봇에게 지배당 할 것이라는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한 기사 등을 수없이 보도했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이 그렇게 피부에 와 닿지 않았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세기의 대결을 보면서 전문가들의 그러한 경고와 우려가 미래에 일어날 일이 아닌 바로 눈앞의 현실이 되어 있다는 사실에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 조차 큰 충격을 받았다. 필자는 바둑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이번 대국을 앞두고 몇몇 로봇 분야에 계신 전문가분들께 누가 이길것 같냐고 물어 보았다. 어느 분은 처음 한두판은 이세돌 9단이 이길지 몰라도 뒤로 갈 수록 인공지능 알파고가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는 분도 계셨고, 어느 분은 잘 모르겠다면서 확률을 50:50이라고 하셨다. 또 알고리즘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알파고가 경우의 수를 따지는 것 뿐만 아니라 스스로 학습해서 창의적이기까지 하다면 이기는 것은 힘들다고 하였다. 하지만 결과는 인공지능에게 인간 바둑 참피온이 4국중 3번을 지고 말았다. 아직 대국이 모두 끝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의 약점을 끝까지 파고 들어 한번이라도 이겼으니 위안이 되기도 한다.

지난 주에 있었던 제어로봇시스템 학회에서도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 이야기는 모두의 관심사가 되면서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이번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로 알파고는 하루 아침에 IBM의 왓슨을 능가하는 최고의 인공지능으로 전세계에 확실히 각인되었다. 100만달러의 상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천문학적인 홍보효과를 거두었다. 교육열로만 따지면 전세계에서 둘째 가라고 하면 서러워 할 우리나라 학부모, 그 중에서도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겠지만 알파고가 어디에 있는 고등학교 인데 이 난리들 이냐고 우리 애들도 그 학교에 한번 보내야 되겠다고 한단다. 들은 바에 의하면 실제로 캐나다에 알파고(Alpha High School)라는 고등학교가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세기의 대결에서 비록 인간 바둑고수가 인공지능인 알파고에 패했지만 우리나라는 하루 아침에 전세계에 바둑강국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주었다. 그뿐인가 바둑 열풍이 불면서 바둑판이나 바둑알 등 관련 제품들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국내 로봇기업들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내에서도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갑자기 정부도 인공지능 분야를 전략산업 분야로 육성하겠다는 기본 방침을 내놓았으니 말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관련 분야를 육성하겠다고 나서니 반가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인공지능 기술 관련하여 제대로 된 인적, 산업적 기반도 미약하고, 인공지능기술 전반에서 선진국과 비교해 격차가 크게 나는것 또한 현실이다.

빅 데이터나 딥러닝 기술은 인공지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의미하는 머신러닝은 인공지능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머신러닝을 활용한 로봇은 이미 다양한 서비스에 쓰이고 있다. 사실 인공지능 기술은 로봇산업, 자동차 산업, 의료 산업을 비롯해 제조산업 뿐만 아니라 금융, 법률 서비스, 교육 등 광범위한 분야에 접목되면서 새로운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아직 전문인력도 부족하고 제대로 된 전문가도 많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벌써 IBM, 구글 이외에도 애플, 바이두 등 글로벌 IT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기술에 경쟁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어느정도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 정부도 나서야 겠지만 제조, 금융, 의료, IT 관련 우리 기업들도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만드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도 인간의 손에 달려 있다. 제조, 금융, 의료 등 분야에 인공 지능 기술이 접목되면서 우리는 벌써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공 지능을 너무 두려운 존재로 생각하기 보다는 인간의 삶을 윤택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받아들이면서 어떻게 하면 인공지능을 인류에 잘 활용할 것인가 고민한다면 더 편리하고 윤택한 미래를 맞이 할 수 있지 않을까. ▒ 조규남ㆍ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