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틈새나 작은 구멍을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바퀴벌레 모사 로봇이 개발됐다. 좁은 공간에선 몸집을 줄일 수 있다.

미국 UC버클리 ‘폴리패달랩(PolyPEDAL Lab)’ 소속 로버트 풀, 톰 리비, 카우식 쟈야람 등 로봇과학자들은 바퀴벌레가 아주 비좁은 공간에서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에 영감을 얻어 바퀴벌레 모사 로봇 ‘CRAM(Compressible robot with articulated mechanism)’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를 '국립과학학술원 전문지(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기고했다.

연구 책임자인 로버트 풀 교수는 "바퀴벌레는 못가는 곳이 없는 곤충이다. 사람들은 이들을 혐오하지만 우리들에게 언제나 새로운 정보를 전해준다"며 바퀴벌레 모사 로봇의 의미를 소개했다.

UC버클리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에서 ‘미국 바퀴벌레(학명:페리플라네타 아메리카나)’의 이동 능력과 몸집을 축소하는 능력에 주목했다. 미국 바퀴벌레는 벽에 난 작은 틈이나 공간을 활용해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데, 공간이 아주 비좁을 경우 몸집을 줄이는 방식으로 공간에 쉽게 적응할수 있다. 보통 미국 바퀴벌레의 크기는 0.5인치 정도인데 10분의 1인치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1초당 몸길이의 50배를 달리며 몸을 압축시켰을 때에도 1초당 몸길이의 20배는 달릴 수 있어 건물 구멍과 갈라진 틈새 속을 자유자재로 다닐 수 있는게 특징이다.

연구팀은 미국 바퀴벌레에 착안해 다리를 바깥으로 뻗칠수 있는 손바닥 크기의 바퀴벌레 형태 로봇을 제작했다. 좁은 공간에서 몸집을 줄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번에 ‘CRAM’을 개발한 과학자들은 종이접기 놀이인 ‘오리가미’와 유사한 제조 기술을 활용했다. ‘대시 로보틱스’가 개발한 저렴한 키트를 사용해 로봇 모델을 만든 것. 대시 로보틱스는 UC버클리에서 분사한 로봇 벤처기업이다.

UC버클리대학의 로버트 풀 교수는 “지진이 발생하면 구조대원들이 건물의 안전도와 생존자 확인에 들어가는데 잔해 속을 사람이 들어가기는 힘든데 비해 바퀴벌레 모사 로봇을 건물 잔해 속이나 좁은 공간에 대량 투입하면 신속하게 구조 활동을 벌일 수 있다”고 말했다.

풀 교수는 “이번에 제작한 로봇은 시작품에 불과하며 향후 외골격을 갖추고 있는 동물을 모사해 효율적인 소프트 로봇을 개발하는데 기술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