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경제포럼'이 '일자리의 미래'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향후 5년간 5백만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하는 제26차 연차총회를 앞두고 발표한 ‘미래의 일자리(The Future of Jobs)' 전망 보고서에서다.

이번 보고서는 클라우스 슈밥 WEF 창설자와 이사회 멤버인 ’리차드 사만스‘가 공동으로 작성한 것으로, 전세계 15개국 371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보고서는 로봇,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분야의 기술이 보급 확산되면서 작업장과 근로자들에게 요구되는 기능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무직과 행정직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제조 및 생산,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건설, 채굴, 설치 및 유지보수 등 분야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오는 2020년까지 총 7백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며 이 가운데 3분의 2가 사무직과 행정직에 집중될 것으로 예측했다. 경영과 재무 분야를 중심으로 2백만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지만 전체적으로는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모바일 인터넷과 클라우드 기술의 확산으로 상당수 일자리들이 없어지고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의 발전이 근로자의 역할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작년에 옥스포드대학 연구진에서 발표한 전망보다는 그래도 긍정적인 편이다. 당시 옥스포드 연구진은 가정용 서비스 로봇의 보급과 자동화의 영향으로 미국인의 일자리 절반 정도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WEF 보고서는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이미 노동 시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용주들이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관련 분야의 경력자나 전공자를 채용하기를 원하고 있으나 10명의 고용주 가운데 4명이 자격을 갖춘 인력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시스템도 노동 시장의 변화에 맞는 인력을 배출하는데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을 잘 헤쳐나가기 위해선 준비된 차세대 노동인력들이 필요한데, 시간이 걸린다”며 “기업들이 현재 근로자들을 재교육시키고 근로자들도 평생 학습한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는 제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경제적인 불평등 문제에 관해 심도있게 다루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로봇혁명으로 인한 △빈부 격차의 확대 △ 성(gender)과 지역별 불평등 확대 등을 우려했다. 여성의 경우 STEM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남성 보다 훨씬 적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STEM 관련 분야에 상대적으로 좋은 대우를 받는 남성 근로자들의 진출이 늘어나면서 성별 소득 격차가 심화될 것이란 예측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또한 가난한 나라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경제적 난민들을 대거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젊은 세대의 실업률이 높은데, 이들은 인공지능, 로봇, 자동화 분야의 새로운 기술을 배울 기회가 적어 일자리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