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8년 초중고교 SW 교육 의무화를 앞두고 정부와 교육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SW교육이 정식 교과 과정에 들어가면 미리 챙겨야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교육 담당 교원 양성, 교과서와 학습도구 마련, 표준 교육 모델 정립 등이 차질없이 이뤄져야 정상적인 SW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

최근 SW교육에는 '피지컬 컴퓨팅‘이라는 개념이 강조되면서 로봇을 활용한 SW코딩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한다. '피지컬 컴퓨팅'이란 아두이노, 라즈베리파이 등 컴퓨터 보드와 각종 센서를 활용해 로봇을 조립하고 코딩을 통해 실제로 로봇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학습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 미국 등 선진국 과학 교육에서 도입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교육 현장에 적극 도입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아직 SW교육이 의무화되지 않았지만 방과후 학교, 실험학교, 연구학교, 선도학교 등을 통해 SW교육이 상당 부분 이뤄지고 있으며 로봇을 활용한 SW코딩 교육이 확산되고 있다. 로봇은 학생들이 호기심을 갖고 접근할 수 있는 도구라는 점에서 SW교육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로봇을 활용한 SW코딩 교육이 교육 현장에서 수용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 과학교육의 미래를 위해서도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다행스럽게도 학생들의 로봇에 대한 관심도와 학습 효과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로봇업계도 2018년 초증고교 SW교육 의무화에 큰 기대를 걸고 교육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교육 현장에 SW코딩 로봇을 공급해 SW의무교육의 취지를 살리고 매출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

SW코딩 교육이 가능한 로봇을 개발 및 보급하기 위해선 우선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게 가장 중요하다. 최근 산업부가 ‘로봇 활용 소프트웨어 교육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개최한 ‘2015년 로봇융합포럼’에서 일선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얼마나 힘겹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SW코딩 교육을 하고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소개해주었다.

“제발 망가지지 않는 드론을 만들어 달라” “코딩 교육은 커녕 로봇 완성체 조립하는데만 대부분 시간을 흘려보낸다” “여선생님이 로봇 코딩 교육을 위해 여러 대의 로봇을 수납하고 관리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와이파이 구축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블루투스를 이용해 로봇을 작동하는데 블루투스가 잡히지 않아 곤욕을 치른다” "왜 로봇은 주행기능 위주로만 개발됐나" 등등 현장의 목소리는 절실하기만 했다. 실제 로봇 교육을 하는 교사들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점을 실감할 수 있다.

오죽했으면 '망가지지 않는 드론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을까. 아이들을 데리고 드론 교육을 한다고 교실 밖에 나가 드론을 날리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드론이 작동 불능 상태가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아직은 고가인 드론을 열악한 교육 재정에 원하는 만큼 구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들다. 우리는 1990년대에 일선 학교에 PC를 적극 도입했으나 PC교체 주기가 빨라지면서 낡은 PC로 학생들을 공부시켜야 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공중전화 낙전 수입을 교육용 PC 구입에 활용했던 기억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로봇을 활용한 SW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저가 교육 로봇의 개발 및 보급이 시급하다고 역설한다. 그래야만 SW의무 교육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교육용 로봇이 너무 비싸면 빈부의 격차가 로봇 교육 현장에 그대로 투영될 수 밖에 없다.

결국 로봇을 활용한 SW코딩 교육이 안착하기 위해선 보급형 로봇 개발이 시급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물론 '보급형'이라고 해서 잘 망가져서는 안된다. 그래야만 일선 학교나 학생들이 보급형 로봇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 학습할 수 있다. 교육용 로봇 업체들은 일선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로봇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 같은 기술적인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로봇업체에만 맡기기에는 아직 우리 로봇 산업의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다. 산업계, 교육계, 정부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한다.

산업계는 교육용 로봇 시장이 열린다는 기대감에 앞서 해외 업체와도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 우수한 제품을 개발해 공급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며,교육계는 미래 우리 과학 꿈나무들에게 필요한 로봇 교육은 무엇인지를 지속적으로 파악해 산업계와 교감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가 앞장서서 교육계와 산업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열악한 국내 로봇 산업을 육성하는 데 필요한 조치와 정책들을 추진해 나간다면 국내 로봇 업체들의 경쟁력이 한층 제고될 것이다. 지금은 정부의 적극적인 교육용 로봇 육성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떻게 하면 국내 교육용 로봇업체들이 고품질의 로봇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할 수 있을지 정책적인 차원에서 지원책이 빨리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교육용 로봇의 품질 규격 마련, 교육용 로봇 구입 재정 확충, 해외 저가 교육용 로봇에 대한 대응책도 시급하다. 해외 로봇 업체들도 2018년 국내 SW의무 교육에 대비해 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로봇 산업을 국가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중국의 국내 시장 진입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산 교육용 로봇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중국산 교육 로봇이 우리 교육 현장을 장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기술적 발전 추세를 감안할 때 이런 시나리오가 충분히 가능할 뿐아니라 교육 수요자 입장에선 나쁜 대안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경쟁력 있는 보급형 교육 로봇 개발에 우리 과학교육과 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각오로 정책적인 지원책이 빨리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 장길수ㆍ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