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43ㆍ버지니아공과대)가 한국의 이공계 기피현상 해소를 위해 비영리재단을 설립한다. 홍교수는 또 로봇 기술의 특허를 관리할 영리법인도 세우겠다고 밝혔다.

데니스 홍 교수는 지난 4일 서울 인터콘텐네탈호텔에서 본지와 단독회견을 갖고 이 같은 구상을 직접 밝혔다. 홍교수가 비영리 재단과 기업 설립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 교수는 재단설립 방안에 대해 현대와 삼성 같은 한국기업들의 도움을 받을 계획이며 늦어도 2015년까지는 설립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단의 구체적인 활동방향에 대해 홍교수는 우선 매년 이공계 분야별로 젊고 유능한 엔지니어들을 선발, 이들에게 이공계 지망 학생들의 롤 모델로 키워나가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매년 우수 학생들을 일정규모씩 선발, 자신이 운영하는 로봇연구소 로멜라(RoMeLa)에서 단기연수를 통해 꿈을 키워 나가는 계획도 밝혔다. 이와 함께 홍교수는 재단을 통해 장애인 수영국가대표상비군인 김세진군의 로봇다리 제작비용 지원 등 불우한 학생들을 돕는 사업에도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교수는 이어 그 동안 로멜라에서 개발한 로봇 기술의 특허를 관리하며 자신이 지향하는 로봇에 대한 비전을 비즈니스 차원에서 제시해줄 영리법인을 1~2년 내에 미국에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로봇기업들에 대한 조언과 관련, 그는 현단계에서는 가격에 관계없이 정말 중요하거나 사람의 생명에 관련 있는 의학용이나 군사용 로봇 또는 액츄에이터, 센서,제어 소프트웨어 등 로봇 컴포넌트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이 진정한 ‘세계 4대 로봇 강국’ 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정부가 연구비 등을 지원해주는 차원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으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관리하는 점에서는 아니다”고 답했다.

▲ 로봇신문에 보내온 데니스홍 교수의 친필 사인

홍교수는 또 한국 정부가 자신을 로봇정책 최고 책임자나 연구 분야 최고책임자로 영입한다면 응하겠느냐는 질문에 “생각을 못해봤다”며 자신은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로봇을 연구하는 일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한편 홍교수는 현재 ‘DARPA 로봇 챌린지’(DRC)에 참가중인 ‘토르팀’(THOR Team)의 성적에 대해 일본의 샤프트팀과 미국의 NASA팀에 이어 3위를 예상했다. 그러나 홍교수는 자신이 이끄는 ‘토르팀’의 참가 목적이 처음부터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신기술 개발이었기 때문에 상금이나 승패에는 연연해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데니스 홍 교수는 지난 2009년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무인자동차 ‘데이비드’(DAVID)를 개발, 전세계 언론으로부터 ‘달 착륙에 버금가는 성과’라는 극찬을 받았다. ’파퓰러사이언스’지는 그를 젊은 천재과학자 10인에 선정하기도 했다. 홍교수는 미국에서 출생했지만 대학 3학년까지 학창시절을 한국에서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