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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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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8.07  19: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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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재는 아니다,조금 똑똑할 뿐…"

비영리재단 만들어 이공계 기피현상 해소 일조 하고 싶어

차기 연구 분야는 신체약자의 일상생활 돕는 로봇의 개발

한국정부로 부터 영입 제안을 받는다면…"생각도 못해봤다"

정말 중요하거나 생명 지켜주는 로봇만이 돈을 벌 수 있을 것

데니스홍 교수를 정말로 어렵게 만났다. 그로서도 두 달 전에 했던 약속을 비로소 지킨 셈이었다. 사실 그는 올 들어서 비교적 한국을 자주 방문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세계적 명사인 그를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것도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교수,연구원, 기업인,정부관계자에 이르기까지 신분과 소속 도 다양했다.

그래서 그와의 약속은 몇 월 며칠쯤 정도로 어림해놓고 당일에 가서 시간과 장소가 결정되는 식이었다. 약속이 몇 차례 펑크가 났다. 그렇다고 그를 탓할 수는 없었다. 약속을 어긴건 그의 본뜻이 아니었고, 또한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번 인터뷰를 전후해서도 그는 30분 혹은 한 시간 단위로 약속이 잡혀 있었다.

사실 데니스홍 교수는 너무 잘 알려져서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사람이긴 하다. 그래서 인터뷰는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끌어가기로 했다. 그를 지난 8월 4일 오후 숙소인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만났다. 인터뷰 내내 그는 호기심에 가득찬 12살 소년처럼 헤맑았고 창공을 날아오르는 독수리처럼 거침이 없었다.

저저서나 인터넷 어디에도 당신의 나이와 출생 년도가 나와있지 않다. 실례지만 올해 나이는?
페이스북에도 써놓았지만, 나이를 묻는 사람들에게 28살이라고 한다. 뒤돌아보니 가장 열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가 28살이었다. 지금도 뭐 정신적으로는 28살이다. 하하하…실제 나이는 1971년 1월 생이고 89학번이다.

지난 3월 출간한 책 ’로봇 다빈치, 꿈을 설계하다’가 많은 화제를 몰고 왔는데 많이 팔렸나?
독자들이 예상보다 많이 사랑해줬다. 사실 그 책을 쓰는데 꼬박 2년이 걸렸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얘기들이다. 그래서인지 한때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5위에까지 올랐다. 책의 수익금 전액을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쓰기로 했다. 내가 어렸을 때 읽었던 과학서적들을 점자 책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책이 아주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책 내용이 굉장히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본래 그렇게 글 쓰는 솜씨가 있었나?
나는 작가가 아니다. 게다가 한국말은 잘하지만 한글타자는 굉장히 느려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그래서 처음엔 책을 쓸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가슴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쓰겠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써지더라. 그런데 이 책은 로봇에 관한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꿈을 좇는 얘기,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에 관한 얘기이다.

▲ 지난 5월 국내 한 TV방송에 출연한 데니스홍 교수(가운데)와 세진이(왼쪽)
요즘 한국 방문이 빈번해졌는데…

사람들이 가끔씩, 한국에 와서 방송하고 강연 많이 하니까 직업이 바뀐 것 아닌가 하고 오해를 한다. 나의 가슴과 머리는 항상 내 연구소 로멜라 (RoMeLa : Robotics & Mechanisms Laboratory)에서 로봇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것에 모아져 있다. 다만, 앞으로 과학이나 로봇 분야를 이끌어갈 꿈나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그래서 책도 쓰고 TV에 나가 강연을 한다. 그러다 보니 구체적으로 추진하게 된 프로젝트가 하나 생겨났다.

로봇 분야에 관한 프로젝트인가?
꼭 로봇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내가 요즘 한국에서 소위 인지도란 게 조금 높아지고 인기도 많아졌다. 하지만 나는 교수이고 연구하는 사람이지 연예인이 아니다. 사실 인기라는 게 ‘파워’이다. 그런데 그 파워라는 것은 2~3년이 지나면 그 실체가 누군지 대중들은 잊어버리게 된다. 그 파워를 비축해두었다가 대중들로부터 잊혀진 이후에도 계속 좋은 일에 쓰고 싶다. 비영리재단을 만들어 그일을 하고 싶다.

한국에 설립하겠다는 것인가?
그렇다. 일단 현대나 삼성 같은 기업들의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 재단이 하고자 하는 일은 여러 가지이다. 작게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 로봇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정기적으로 버지니아공과대학에 있는 로멜라에 데려다 단기간 캠프를 차려줄 수 있을 것이다. 또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세진이(두 다리가 없는 장애인 수영 국가대표 상비군인 김세진군을 지칭. 홍교수는 한 TV 프로그램에 김군과 함께 출연한 적이 있다)에게도 완벽한 로봇 다리를 만들어주고 싶다. 그런데 세진이 다리를 만드는 것은 연구프로젝트가 아니라 개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로멜라의 연구 기금으로 할 수가 없다. 그런 기금을 재단이 마련해주는 거다. 그리고 소스를 모두 공개해서 누구나 좋은 목적에 쓰게 하고 싶다.

사회와 국가차원의 사업계획도 있는가?
재단을 만들어 좋은 일을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내가 고민하는 것은 로봇과학자로서 데니스 홍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 나아가서 한국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이공계 기피현상이라는 주제다. 사실은 한국에서 이공계기피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고 깜짝 놀랐다. 그렇게 중요하고 재미있는 것을 왜 기피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과 진지하게 의견을 나눴다. 재단을 통해 그 문제를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하고 싶다.

어떤 해결방법인지 궁금해진다.
▲ 미국 최초의 휴머노이드로봇으로 인정받은 찰리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이다. 예를 들면 기계공학 우주공학, 전기전자 등등 모든 사이언스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매년 젊고 유능한 5~10명의 엔지니어를 선발할 것이다. 선발 조건이 있다. 열정이 있고, 자기가 하는 일을 진짜로 좋아하고, 자기가 하는 일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들을 이공계를 지망하는 학생들의 롤 모델로 만들고 싶다. 한국에도 TED컨퍼런스와 같은 강연을 주도하는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십오분)이라는 모임이 있다. 그 무대에 올라 자신이 엔지니어로서 무슨 일을 하는지 스토리를 만들어 이야기하고 감동을 줘서 학생들에게 멋있게 보이는 일을 하는 게 그들의 역할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엔지니어는 저렇게 중요한 일을 하는구나, 엔지니어가 수학과 과학을 툴로 사용해서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구나, 그런 이미지를 학생들에 심어주게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각각의 스토리를 묶어 하나의 책을 출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매년 1기 2기 하는 식으로 롤 모델들이 배출되고 사례들이 쌓이면 이공계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재단의 윤곽은 언제쯤?
이번에도 그 일에 관련해서 여러 사람을 만난다. 늦어지면 기금 마련도 어려워질 테니까 가급적이면 일정을 앞당기려 한다.. 1~2년 이상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재단 운영은 내가 그 분야에 관해 잘 알지 못하니 일단은 믿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시작하고 싶다. 그래야 마음 놓고 다시 로멜라로 돌아가 로봇을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 것 아닌가.

당신이 참가하는 ‘DARPA 로봇 챌린지'(DRC)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KAIST의 오준호교수는 미국의 NASA팀과 일본의 샤프트 팀이 앞서고 있다고 평가하던데...
DRC는 미국방부 종합방위연구계획국(DARPA)이 주관하는 사상 최대규모 재난로봇 경연대회이다. 데니스 홍교수는 지난 6월 심사에서 본선에 오른 토르(THOR)팀을 지휘하고 있다. 올연말 치르게 되는 DRC 본선에는 트랙A 6개팀, 트랙B 9팀 등이 진출해 있다. 결선은 본선 통과팀을 대상으로 내년 12월에 치러진다.
두 팀이 앞서 있는 것은 맞다. NASA팀은 너무 비밀에 싸여 있어 잘 모르겠지만 엄청난 자금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잘해낼 것이다. 내가 보기엔 샤프트팀이 조금 앞서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대회가 상금목적의 성격도 아니고 이기고 지는 것으로 그 가치가 좌우될 일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대회를 통해 개발된 기술이 미래에 단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이다. 대회에서 이기려면 경기규칙을 잘 분석하면 된다. 또 이기려면 신기술 보다는 확신할 수 있는 기술을 잘 다듬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토르팀은 어프로치가 다르다. 우리는 진짜로 어려운 기술을 개발해서 진짜로 사용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게 목적이다. 물론 우리가 이기지 못할 것 같다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는 이 대회를 통해 새로운 접근방법에 의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

그래도 굳이 등위를 예상한다면?
3등 안에 들어가면 성공이라고 생각하겠다. 지금은 그렇게만 얘기하겠다.

본선 진출 팀이 수행할 9단계의 미션이 현재 로봇기술 수준으로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솔직히 말하면 올해 12월 본선 때는 지켜보는 이들이 실망할 수도 있다. 로봇들이 미션을 수행하다가 넘어지고 연기가 나면서 작동이 멈추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년 12월 결선에서는 대단한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종류의 로봇을 개발했다. 요즘엔 어떤 로봇을 구상하고 있는가?
현재는 DRC에 출전시킨 ‘토르’에 대한 마무리와 ‘탈러’(THALeR)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탈러’는 키가 3층짜리 건물높이만하고 다리도 3개나 되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로봇이다. 무인 로봇에서는 장애물을 만났을 때 이를 피해가는 회피기술이 필수적인데 ‘탈러’는 그럴 필요가 없다. 피해가는 게 아니라 넘어가면 되니까. 그 다음에 생각하고 있는 게 신체 약자나 노약자들의 일상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로봇이다. 언젠가 미국 폭스TV의 ‘매스터 쉐프’라는 프로그램에 요리사로 출연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새로 만든 로봇 ‘카알’(KARL)과 함께 요리하는 모습을 찍었다. ‘카알’은 요리 보조 로봇팔(Culinary Assistant Robotic Limb) 정도의 뜻이다. ‘카알’과 함께 출연한 이유는 로봇공학자로서 나의 미션이 뭔가를 사람들에게 인식시켜주기 위해서 였다.

▲ 데니스 홍의 4가지 꿈...마지막 네번째는 '놀이기구 디자이너' 이다
로봇에 대한 당신의 비전이 '사람을 돕는 로봇'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내가 로봇을 연구하는 것은 연구비를 타내기 위해서도 아니고, 논문을 쓰기 위해서도 아니다. 결국은 사람의 행복을 위한 거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일 테니까. 로봇 기술은 결국 사람을 위한 따뜻한 기술이 돼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로봇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체계적인 교육을 강조했는데...
한국에는 로봇을 가르치는 학원도 많고 경진대회도 많이 열린다. 학생들도 로봇을 조립 하는 것을 재미있어 한다. 그런 학생들을 만나면 “로봇을 한다”라고 말을 한다.. 그런데 그 말뜻을 모르겠다. 로봇을 조립하는 것을 로봇을 연구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자체를 의미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진짜로 로봇을 연구하는 것하고 만드는 것 하고는 의미가 다르다. 로봇을 ‘잘했다’는 친구가 나중에 연구소에 들어와 로봇을 연구하는데 수학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로봇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로봇을 조립하는 손재주나 열정만 갖고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학교공부, 이를테면 수학과 과학 공부가 돼 있어서 그것을 발판으로 문제해결을 할 수 있어야만 연구자가 될 수 있다. 그걸 학생들이 잘 모른다. 내가 학교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장래가 촉망한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서 로봇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느냐고 묻는 이메일이 많이 들어온다. 그때마다 나는 로봇 연구자가 되려거든 학교 다닐 때, 심지어 대학에 들어가서도 로봇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학원에도 가지 말라고 한다. 그 대신 수학 물리 과학 화학 이런 기초 과목을 잘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진짜 로봇 공부는 기초과목이 다져진 다음, 대학 후반기나 대학원에서 하는 거다. 로봇이 정말 좋아서 하면 모를까.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두 가지는 책과 공이다.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 놀아야 제격이다. 그런데 그런 얘기하면 학부모들이 쇼크를 받는다. 나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로멜라에서는 연구뿐만 아니라 로봇을 제작하기도 한다. 로봇 비즈니스에도 관심이 있나?
준비하고 있는 일이 하나 있다. DRC 프로젝트를 하면서 개발했던 액추에이터나 휴먼로봇 기술은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것들이다. 그 기술들이 앞으로 로봇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많은 특허도 출원했다. 이런 일들과 관련해서 내년이나 내후년쯤 회사를 하나 설립할 생각이다. 물론 그 회사는 우리가 기업가가 아니기 때문에 보통의 기업들처럼 체계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일이 그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될 것이다.

▲ 연구소 로멜라에서
한국에 로멜라 분소를 낼 계획은 없나?

그런 얘기 많이 들었다. 마산로봇랜드 같은 데서도 제안이 있었다. 그런데 로멜라가 성공한 것은 운도 많이 따랐겠지만 버지니어공과대학의 학풍이나 분위기, 학생들의 성향 이런 것들이 내가 추구하는 로멜라의 철학과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좋다는 캘리포니아 지역에 연구소를 갖다 놓는다 해도 여건들이 맞지 않으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마찬가지로 한국에 로멜라 분소를 세운다 하더라도 내가 거기에 항상 없으면 의미가 없다. 로멜라의 영혼은 나와 학생들인데 그게 없으면 그저 평범한 연구소일뿐이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로멜라는 아주 독특하다고 말할 수 있다.

로멜라에서 개발한 로봇 가운데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게 ‘다윈’(DARwIn)이다. 그런데 과감하게 플랫폼을 공개해버렸다.
2004년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는데 그 첫 결과가 ‘다윈’이다. 2004년 버전 0에서부터 1,2,3,4를 계속해서 냈는데 반응이 좋아서 여러 곳으로부터 ‘다윈’을 구입하고 싶다는 요청이 왔다. 그런데 이게 학교에서 만들다 보니 팔기도 힘들고 굉장히 복잡한 일이었다. 위험하기도 하고. 그래서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에 ‘다윈’을 교육용과 고성능의 연구용으로 개발하여 대학 같은 곳에 공급하겠다는 제안서를 내서 채택이 됐다. 이 과정에서 로멜라가 새로운 로봇을 설계하고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그리고 한국기업인 로보티즈가 더 쉽게 만들어 양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해서 개발한 것이 '다윈-OP'(Open Platform)와 '다윈-HP'(High Performance)이다.

라이선스 정책을 도입했더라면 돈을 많이 벌 수도 있었을 텐데...
친구들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인데, 너 바보 아니냐?”며 놀렸다. 처음에는 나도 흔들렸다. 그런데 나는 인생에서 고민이 닥칠 때마다 나 자신에 “왜?” 라는 질문을 던져보곤 한다. 그러면 의외로 쉽게 답이 나온다. 그때 “왜 이 ‘다윈’ 프로젝트를 시작했지? 라고 물으니 “연구와 교육을 위해서”라는 답이 나왔다. 너무 간단하지 않은가. 처음부터 돈을 벌기 위해서 ‘다윈’을 만들었다면 공개하면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윈’을 여러 사람이 무료로 사용하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임팩트는 생각보다 컸다.

2050년에 정말 로봇과 사람이 축구경기를 할 수 있을까?
하하하. 이런 얘기는 쓰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2050년이라는 시기는 로보컵조직위원회에서 사람 대 로봇 경기는 언제쯤 가능해질까라는 얘기를 하다 나왔다. 2100년이면 너무 멀어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질 것이고, 2030년이면 기술적으로 너무 빠르다. 그래서 2050년으로 정해진 거다. 내가 로보컵에 관심이 많은 것은 로봇축구가 기술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게임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것에 대한 도전 자체가 너무 좋다. 게다가 로봇축구는 어떤 한 부분만 해결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로봇비전, 인공지능, 디자인, 컨트롤, 이족보행 등등 로봇의 모든 분야가 종합적으로 해결돼야 가능해지는 게임이다. 한마디로 ‘그랜드 챌린지’ 이다. 종종 "로봇으로 할 일도 많은데 왠 축구냐"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축구도 못하는 로봇이 뭘 할 수 있겠는가.

▲ 2011년 1월 최초로 도로주행을 마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브라이언', 그리고 연구원들과 함께
100년 후의 사람들이 당신을 로봇 분야의 아인슈타인이나 노벨처럼 기억해줄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도 명성 때문에 일하는 건 아니지만 명성 때문에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 앞서 얘기했던 비영리재단 같은 일 말이다. 난 돈에는 관심이 없다. 부자도 아니지만 가난하지도 않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버지니아공과대학에서도 연구실적이 가장 왕성한 교수로 알려져 있는데, 1년 동안 연구비 펀딩 규모는?
200만~300만 달러 정도이다. 버지니아공대 교수 가운데는 1위다. 그래서 총장이 나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 하하하. 물론 처음엔 연구제안서가 채택이 안돼서 절망하고 혼자 울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의 대학 환경이 많이 다른데, 차이점을 한가지만 꼽는다면...
대학 2학년까지 한국에서 마쳤다. 고 3때는 독서실까지 다니면서 밤 늦게까지 공부 하느라 고생 많이 했다. 그걸 참고 끝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학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로봇연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대학에 가보니 그게 아니었다. 나는 그때 외국 대학이나 연구실에 가볼 기회가 많았다. 또 대학 연구실이 어떻게 운영돼야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내가 다닌 대학에서도 그렇게 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현재 로멜라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 가운데 하나가 학부 학생이다. 지금 30명의 학부 학생이 있다. 재미 있는 사실은 그들도 관심을 가져주고 지원해주고 할 일을 주면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은 'DARPA로봇챌린지' 프로젝트도 학부 학생들이 하고 있는 거다. 로보컵에 참가한 로봇도 대학원생이 아닌 학부학생이 만들어냈다. 학생들이 일찍부터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로멜라의 중요한 미션이다.

한국이 ‘세계 4대 로봇강국’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강국의 관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정부에서 로봇에 관심 있고 연구비 지원해주는 차원에서 보면 한국은 분명 로봇강국이다. 하지만 원천 기술이나 원천과학의 범주에서 볼 때는 아닌 것 같다. 현 정부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이전 정부에서는 프로젝트 비용을 줄 때 당장 돈이 되는 것만 지원했다. 연구자들도 당장 결과물을 내야 하기 때문에 원천 기술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밑에 있어야 할 기술을 다지지 않고 쌓으려다 보니까 전체가 휘청휘청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거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원천 기술 분야에 투자가 많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요즘 한국 로봇업계가 많이 어렵다. 기업인들에게 조언한다면...
10년 전인가 빌 게이츠가 PC 다음엔 로봇이라며 1가구 1로봇 시대가 될 것이라고 쓴 글을 보면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로봇비즈니스로 돈을 못 버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일상 생활에서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로봇을 만들 기술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지금 시점에서 그런 로봇을 만들면 팔리지 않는다.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쓰레기 버려주고 그런 일 다하게 하려면 페라리 스포츠카보다 비싸질 텐데 누가 사겠나. 결국 지금 단계에서 로봇 비즈니스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가격에 관계없이 할 수 있는 것, 정말 중요하거나 사람의 생명에 관계 있는 것, 예를 들면 의학용 로봇이나 군사용 로봇 혹은 로봇에 쓰이는 컴포넌트들이다. 컴포넌트의 경우는 새로운 종류의 액추에이터나 센서, 소프트웨어를 만든다면 가능성이 아주 많을 것이다.

▲ 데니스 홍교수 강연을 듣기 위해 몰려든 학생과 학부모들(8월3일 코엑스)
청소로봇은 성공한 모델이 아닌가?

청소로봇은 좀 특이한 경우이긴 하다. 니치마켓에 수요가 잘 맞아떨어졌다. 청소로봇처럼 현재 기술로 경제성을 따져서 진짜 쓸모 있는 로봇이 무엇일까 찾아봤는데, 아직 누구도 그 키를 찾아 내지 못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튼 로봇 자체로 돈 벌기에는 너무 이르다. 내가 세우겠다는 회사도 로봇 자체 비즈니스보다도 컴포넌트 부문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서 기업가로 성공한 김종훈씨를 각료로 영입하려 한적이 있었다. 혹시 한국 정부가 당신을 로봇정책 최고책임자나 연구 최고책임자로 영입한다면 응하겠는가?
일단 그런 자리는 최고 잘하는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나는 그런 조직에 맞는 사람이 아니다. 관료나 행정경험도 없고 생각도 못해봤다. 그리고 나는 교육자이고 학자이다. 학교와 연구소에서 하는 일이 너무 좋다. 지금으로써는 다른 일 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부모님의 나라, 조국이 아닌가.
가능성은 있을 수 있겠다. 물론 나 역시 한국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하고 싶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꼭 관리나 행정영역을 통해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해결점을 찾는 것도 한국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종훈씨가 영입됐다면 잘했을까?
난 그분을 잘 모르지만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불안함과 정치적 이슈들은 터져 나왔겠지만...

가족 얘기가 궁금하다. 결혼은 언제 어떻게 했나?
대학 1학년때 지금의 와이프를 만났다. 나는 고려대 기계공학과, 와이프는 서울대 미대를 다녔는데 센추리라는 대학연합서클을 함께 했다. 영어토론을 빙자 해서 재미있게 놀아보자는 모임이었다. 하하하. 서클에서 맨날 만나다 보니 관심이 있어서 다가갔는데 와이프가 받아주질 않았다. 실망해서 서클에도 나가지 않았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때는 연락도 하지 않았다. 이듬해인가 방학 때 들어와 일이 생겨서 서울대 캠퍼스에 갔는데 와이프와 우연히 마주쳤다. 그때. 와이프가 "어쩌면 연락도 안하고 갈 수 있었냐"며 눈물까지 글썽이더라. 그 뒤로 수많은 편지를 주고 받다가 대학원 다닐 때 결혼을 했다.

▲ 본지 조규남 발행인과 함께
'로봇 다빈치…'에서는 당신의 부친에 대해 "부드럽고 단호했지만 모든 것은 자식들에게 맡겼다"고 했는데 지금 당신의 자녀에 대한 교육 방식도 그런 타입인가?
그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왜 그랬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나중에 아빠가 되면 딸이나 아들이 "왜?"라고 물어오면 거기에 알맞은 답을 해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지금 내 아이가 5살이니까 한창 호기심이 많을 때다. 아이가 수시로 "왜?..." "왜?..." 하면 그거 대답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그 이유는 2가지인데 하나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질문이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한번 설명해주면 그건 "왜?" :"왜?" 라며 계속 꼬리를 물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챌린지'라고 생각한다. 한번 더 의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왜?"에 대해 아이에게 어떤 식으로 설명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집에서 저녁을 먹다가 아이와 제가 이런 대화를 했다. "아빠 왜 밖이 어두워져?" "해가 떨어져서 그런단다" "그럼 해는 왜 떨어져?" "그건 지구가 둥근데 자전하기 때문이란다" "자전은 또 뭐야?"... 결국 나는 실험을 통해 설명하기로 했다. 우선 아이가 좋아하는 파란 공에 사람 닮은 레고 미니 피규어를 테이프로 붙이고, 그 앞에 전등을 켜놓았다. 그런 다음 "피규어는 너, 전등은 해" 하면서 "자, 지구가 돕니다" "해가 뜹니다" " 해가집니다" 하면서 공을 천천히 돌렸다. 동시에 그 장면을 아이폰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그런데 그 순간에는 뭔지 모르고 단순히 재미있어 만 하던 아이가 동영상을 재생해주니 달라졌다. 동영상 속에서 "지구가 돕니다" "해가 뜹니다"라고 할 때마다 책상 위의 전등이 올라가고 해처럼 뜨고 해처럼 지고 그렇게 보이는 거다. 그러니 아이가 이해를 하더라. 아마 전세계에서 5살짜리가 지구가 둥글고 자전하기 때문에 해가 뜨고 진다는 것을 아는 아이는 별로 많지 않을 거다. 집에서든 로멜라에서든 일주일에 세 번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책은 다 좋은 것 아닌가. 그런데 사실 교수가 이런 애기하면 부끄러운데 요즘 책 잘 안 읽는다. 하하하.

한국에 들어오면 공식 일정 외에 어떤 사람들을 만나나?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나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다 만나고 싶은데 물리적으로 힘들다. 그래서 지난번에는 평일에 숙소에 있다가 주말에 가로수 길에 있는 작은 호텔에 가서 이틀 동안 지냈다. 그리고 페이스북에 "토요일과 일요일 48시간 동안 가로수 길에 있을 테니 나를 만나보고 싶은 사람은 그곳으로 오세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할게요" 했더니 부근 카페에 사람들이 몰려 오더라. 그런 식으로 몇 군데 다녔는데 이틀 동안 180명을 만났다. 주로 ‘로봇 다빈치…’를 읽고 찾아오는 사람들인데 그들한테는 내가 그 책을 쓴 이유와 꿈을 좇는 얘기, 그리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한다. 꼬맹이들의 경우는 같은 얘기라도 자기선생님이나 부모님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도 내가 얘기하면 눈을 반짝 반짝거리며 듣는다.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그런 꼬마들이 나중에 커서 내가 한 얘기 때문에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인데 어떻게 시간을 할애하지 않을 수가 있나.

▲ 호텔로비에서 자신의 저서를 들고 찾아온 학생, 학부모와 함께
예정된 시간을 10분쯤 넘겨 인터뷰가 끝났다. 홍교수는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음 약속 장소인 호텔 로비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 속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본인이 천재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천재는 아니다. 단지 조금 똑똑할 뿐이다. 내가 천재라고 하면 사람들은 "저 사람은 천재이기 때문에 저런 일을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가 해온 말들은 결국 천재가 하는 일을 일반사람들에게 강요한 셈이되는게 아닌가!

호텔로비에서는 한 중년의 부부가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1학년쯤 돼 보이는 7~8명의 아이들과 함께 데니스 홍교수를 맞이했다. '로봇 다빈치, 꿈을 설계하다'를 20권씩이나 사 들고 와서 홍교수 사인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를 보는 아이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홍교수에게 저마다 한마디씩 하려다 보니 호텔 로비가 순식간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바뀌어버렸다. 곁에서 보니 사인해주는 홍교수도 덩달아 신이 나 어깨가 들썩이기 까지 했다. 기자가 1시간이 넘는 인터뷰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홍교수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서현진 기자

[데니스 홍 교수는...]
1971년 미국 출생(한국명 홍원서)
1989년 고려대 기계공학과 입학
1994년 미국 메디슨대 졸업
2002년 퍼듀대학교 대학원 로봇공학 박사
2004년 버지니아공과대학교 교수
연구소 로멜라 설립
2008년 미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찰리' 완성
2009년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인자동차 '데이비드' 완성..."달착륙에 버금가는 사건"(워싱턴포스트)
2010년 다윈-OP 완성
2011년 TED
컨퍼런스 강연
'글로벌성공시대' (KBS) 출연
2013년 '로봇 다빈치, 꿈을 설계하다' (샘터) 출간


* 데니스홍교수는 로멜라를 통해 약 40여종의 새로운 로봇을 완성했으며 이러한 성과로 'NSF 젊은 과학자상' 'GM 젊은 연구자상' '미국자동차공학회 교육상' 등을 수상했다. 또 이를 계기로 워싱턴포스트,CBS,NBC,BBC,NHK 등 전세계 유력 언론에 크게 소개됐다.

서현진 기자  suh@irobo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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