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혁명의 영향으로 사회불평등이 확대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아직 로봇혁명의 열기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주 많은데, 사회불평등에 관한 담론은 계속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금융기관과 연구기관들이 앞다퉈 로봇의 확산과 이에 따른 일자리 상실, 사회적인 불균형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로봇혁명이 초래할 사회적 불균형과 차별이 머지않아 현실화되는 징후로 보인다. 가뜩이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폐해가 노골화되고 있는 마당에 로봇혁명으로 인한 사회 불평등 문제까지 덮친다면 미래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질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주 '영국은행(BOE)'의 '앤디 할데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봇과 자동화의 도입 확산으로 향후 20년안에 미국에서 8천만개, 영국에서 1천5백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대략 현재 일자리의 절반 정도가 로봇으로 대체된다는 충격적인 전망이다. 우리에게 앞으로 전개될 미래가 대강 그럴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을지는 몰랐다. '앤디 할데인'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자신의 전망이 비관적이라고 실토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대수롭게 넘어갈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로봇혁명은 우리에게 양날의 칼과 같다. 사람들이 하기 힘들거나 기피하는 일을 대신 해주는 측면에서 로봇은 분명히 고마운 존재다. 그러나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고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라는 점에선 경계의 대상이기도 하다. 흔히 로봇이 도입되면 저임금 노동자들이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하지만 중간계층의 직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매우 크다는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저임금 노동자 뿐 아니라 사회의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는 중간계층도 로봇과 자동화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이미 로봇 기자, 로봇 투자상담사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알 수 있듯이 로봇은 육체노동에 국한하지 않고 서비스 업종과 사무직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중간계층이 담당하고 있는 많은 직업들과 직무들이 로봇으로 대체되면서 '중간계층의 공동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예측이 현실화 될 수 있다. 이쯤되면 산업혁명 이후 기계의 도입을 반대했던 노동자들이 '러다이트 운동'으로 저항했듯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러다이트 운동'의 등장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새로운 일자리가 기대만큼 만들어지지 않거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속도가 지체된다면 노동자들의 좌절감은 어느 순간 분출하고말 것이다.

'로봇혁명'이라는 현상을 단지 산업적인 측면, 또는 경영의 효율성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는 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동안 로봇을 산업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면서 로봇혁명이 몰고올 사회문화적인 변화상을 이해해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선 로봇의 도입 및 확산이 필수불가결하다는 단선적인 사고로는 미래 로봇 혁명에 적극 대처할 수 없다. 로봇혁명이 진정으로 의미하는 바는 로봇이 우리의 삶을 전면적으로 바꿔놓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데 있다. 단지 일자리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법률과 제도, 인간과 로봇간 상호관계, 교육과 윤리, 문화 등 전반에 걸쳐 거대한 파도가 우리를 덮치는 것이다.

일자리 상실과 사회 불평등은 이런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준다. 로봇혁명이 초래할 사회적인 불균형과 불평등 문제, 나아가 사회적인 병리문제에 대해 미리 지혜를 모으고 방책을 마련하는 게 옳다고 본다. 우리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정보화 시대를 거쳐오면서 '디지털 격차' 라는 문제를 그나마 슬기롭게 대처한 경험을 갖고 있다. 정보통신 인프라가 전국적으로 촘촘하게 구축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마련되면서 '디지털 격차'는 사회적인 불평등 또는 병리 현상으로 비화하지 않았다. 물론 디지털 격차문제는 정보화 혁명의 단면에 불과하다. 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정보화 시대의 어두운 단면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우리가 머지 않은 미래에 봉착할 '로봇혁명의 위기(자동화의 위기)'는 우리가 그동안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산업화 시대에는 없어지는 일자리 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과 사람의 창의력이 부각됐지만 로봇혁명 시대에도 그런 낙관적인 전망이 통할지는 의문이다.

우선 로봇과 자동화의 확산으로 빼앗기는 일자리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설령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시간적인 지체 현상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로봇혁명이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산업현장에선 고임금과 노동력의 부족을 산업용 로봇으로 해결하겠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며, 노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서비스 로봇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자본력 등 여러가지 문제로 로봇을 소유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 로봇을 도입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로봇의 간호를 받는 노인과 그렇지 못한 노인, 로봇으로 공부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등 다양한 격차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로봇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킬러 로봇, 섹스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로봇을 둘러싼 찬반 논쟁은 로봇과 인간 상호간의 관계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분법적으로 논쟁을 정리하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의견과 시각, 그리고 이해관계들이 존재한다. 어찌보면 이런 논쟁들은 이제 우리가 로봇혁명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이제 로봇혁명에 관한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로봇혁명과 자동화의 위기가 한꺼번에 그 모순을 분출하기 전에 사회적인 대응 역량을 키워야한다. 과거 '디지털 격차'를 슬기롭게 헤쳐나갔듯이 로봇혁명 시대가 초래할 사회불평등 문제에 대해서도 예민한 촉수를 갖고 있어야한다. ▒ 장길수ㆍ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