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 <빅히어로6>. 필자는 로봇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꼭 이 영화를 권한다. 왜냐하면 로봇이 가야할 길, 온갖 어려운 수식어가 붙어 듣기만 해도 어지러운 그 철학적 사유를 너무 쉽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도시의 이름 ‘샌프란도쿄’만 봐도 그렇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구글, 애플 등 최고의 기업들이 몰려있는 ‘샌프란시스코’와 로봇의 메카라고도 할 수 있는 나라 ‘도쿄’. 그 둘을 합친 것만으로도 감독의 의도가 엿보이는 건, 필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안녕? 난 베이맥스야. 건강도우미 로봇이지. “
자그마한 상처에도 항균 스프레이를 뿌려대며 온갖 주의사항을 말하는 잔소리쟁이 로봇 베이맥스. 주인공인 14살 천재소년 히로에게 그것은 로봇(혹은 기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형을 잃고 삶의 의욕마저 사라지려 할 때, 그를 꼬옥 안아준 것은 바로 로봇 베이맥스다. 그 순간부터, 히로에게 그 존재는 더이상 로봇이 아니다. 형을 대신할 소중한 친구가 된다. 오늘 다시 보기 할 장면은 바로 이 부분이다.

로봇이 인간을 위로 할 수 있을까?

‘로봇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 강연을 다니다 보면 이 질문을 꼭 받는다. 어려운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자는 보통 되묻곤 한다. 그럼 과연 감정이란 무엇이냐고 말이다. 필자는 감정이란 ‘주변의 모든 정보를 받아들인 후, 여기에 자신의 경험을 덧대어 판단한 결과’라고 정의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슬퍼하고 있는 친구를 위로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친구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 순간의 상황, 표정의 변화, 목소리의 흔들림과 몸의 떨림 등의 다양한 정보를 시각과 청각 등을 통해 받아들인다. 여기에 당신이 슬펐던 순간의 경험을 더해, 친구의 슬픔의 정도를 가늠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마음이 무거워지고, 눈물을 흘리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즉, 당신의 슬픔을 표현하는 것이다.

로봇은 어떠한가? 당신의 곁을 지키고 있는 로봇은 당신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 단어들의 의미를 해석한다. 여기에 여러 센서들을 이용해 당신의 표정 변화, 목소리의 흔들림이나 몸의 떨림, 체온의 변화 등과 같은 정보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에 대한 종합적 반응으로 당신을 안아주거나,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다. 로봇이 사람의 감정에 반응하는 것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사람이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외부의 여러 자극들을 신경을 통해 받아들이고, 이를 뇌로 보내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다만 이 모든 과정이 너무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로봇 역시 외부의 자극들을 여러 센서(신경)를 통해 받아들이고, 이를 컴퓨터(뇌)로 보내 연산 처리한다. 그리고 사람도 로봇도 처리 과정을 거쳐 나온 결론대로 행동을 한다.

상대에게 필요한 위로를 주기 위해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고, 토닥여준다. Input과 Output이 똑같아 보인다. 자 그렇다면 과연 로봇은 감정을 느낀다고 할 수 있는가? 사람의 행동은 공감에 의한 거고, 로봇의 행동은 반응에 의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이냔 말이다. 감정의 본질로 파고들어 갈수록 사람의 행동도 뇌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인간이 로봇에게 위로 받을 수 있는 이유

필자는 인간의 감정은 진짜 감정이지만, 로봇의 감정(?)은 그저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로봇의 반응은 프로그램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서 쉽게 달라질 수 있지만, 인간의 반응(?)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렇기에 로봇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논쟁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하는 것처럼 끝없는 논쟁이 될 것 같다.

다만 저 끝없는 논쟁에 가려져서는 안될 정말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로봇이 감정을 느끼건 말건,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로봇에게 투영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영화 속에서 히로는 베이맥스의 푹신하고 포근한 품 안에서 형을 잃은 슬픔에 대해 위로받는다. 주인공의 이름이 아무리 히로(영웅)이어도, 영웅도 사람인지라 살면서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후로 베이맥스와의 모든 시간은 소중한 추억이 되기 시작한다.

아무리 ‘로봇은 기계일 뿐’이라며 논리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결국은 내 곁을 지키고 앉아 나의 얘기를 들어주고, 내가 듣고 싶었던(혹은 내게 꼭 필요했던) 위로의 말을 건네오는 로봇. 인간은 그 로봇에게 결국은 동요하고, 의지하며,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감정은 로봇과 달라서 프로그램에 의해서 반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로봇과 달리 ‘인간’이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월간로봇' 10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표기는 '월간로봇'의 규정에 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