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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으로 만들어낸 43명의 미국 대통령, 디즈니월드 매직킹덤김혁ㆍ테마파크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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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12  00: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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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입장객 1933만명으로, 2001년 이후 15년 연속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방문한 테마파크 자리를 지킨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 디즈니월드의 디즈니 테마파크, 매직킹덤(Magic Kingdom). 월트 디즈니가 꿈꾼 재미나고 밝은 세상을 즐기며, 공원 안 쪽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 가다 보면 리버티 스퀘어(Liberty Square)라는 테마 영역을 만나게 된다. 두번째 디즈니랜드를 표방하며 1971년 10월 1일 문을 연 매직킹덤은 메인스트리트 USA, 투모로우랜드, 판타지랜드, 프론티어랜드, 어드밴처랜드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얼핏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의 원조 디즈니랜드와 데깔꼬마니 마냥 닮은 꼴을 하고 있지만 일부분에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데, 리버티 스퀘어가 그 대표적인 테마 영역이라 하겠다.

▲ 매직킹덤 리버티 스퀘어 테마 영역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 리버티 스퀘어는 미국 독립의 역사와 정통성을 테마로 한 곳. 기본적으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테마파크의 한 테마 영역이지만 미국 사람 아닌 이들이 들어서도 미국이라는 나라, 그 독립 시대를 이끈 인물들에 대한 존경심으로 몸과 마음이 경건해지는 곳이다. 굳이 우리 식으로 친다면 200여년전을 재생시킨 민속촌같은 경우라 하겠는데, 그 자체가 미국의 독립, 미국이라는 나라의 건국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미국인들에게 더욱 각별하게 다가 가는 듯 하다. 그런 리버티 스퀘어 테마 영역 한 가운데는 대통령의 전당, 홀 오브 프레지던트(The Hall of President)라는 어트랙션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독립 기념관(Independence Hall) 건물을 그대로 본 떠 만든 건물 외형. 어트랙션이라고 해서 놀이 기구를 탑승하는 라이드 종류는 아니고 일종의 공연장인데, 그 공연 콘텐츠가 세계 유일무이의 대규모 로봇 멀티미디어 쇼이다. 실제 사람과 똑같은 사이즈의 로봇들이 등장해 공연을 펼치는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한다면, 초대 죠지 워싱턴에서 현재의 버락 오마바까지 미국의 역대 대통령 43명을 로봇으로 만들어 그들의 대화와 커뮤니케이션을 보여주는 공연이다.

▲ 홀 오브 프레지던트 건물 외경
약 23분간 펼쳐지는 이 공연은 관람객의 입장과 퇴장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쉴 틈 없이 이어진다. 미국 독립기념관의 그것을 축소해 놓은듯한 로비에서 기다리며 역대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와 그분들, 그분들의 가족이 쓰던 물건들을 구경하다 보면 입장 안내를 받게 되는 형식이다. 대단한 콘텐츠들은 아니지만 죠지 워싱턴 대통령과 그 가족이 사용하던 커피잔 셋트, 죤 아담스 대통령의 코트 버튼, 포드 대통령의 테니스 라켓, 낸시 레이건 여사의 파티 드레스 등 다분히 인간적인 느낌을 주는 콘텐츠들로 구성해 놓은 것이 또 다른 재미를 주는 연출이다. 700석 규모의 극장에 입장하게 되면 제일 먼저 미국 대통령 문양이 박힌 푸른색의 커튼이 눈에 들어 온다. 입구에서 무대까지의 거리보다 좌우간의 거리가 길게 설계된 극장 내부.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면 그 이유를 이내 깨닫게 된다.

▲ 홀 오브 프레지던트 공연 장면
어두웠던 실내가 더욱 어두워지면, 커튼은 어느새 스크린으로 바뀌며 그 위로 미국의 초기 역사가 흥미로운 영상으로 펼쳐진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영화 배우 모건 프리먼의 나레이션. 영상은 객관적이라기보다는 다분히 미국의 위대함과 독립과 건국 초기 인물들의 지도력을 추켜 세우는 쪽으로 집중하는데, 대략 5분 가량 미국의 독립과 건국을 다루던 영상이 에이브러험 링컨 대통령의 남북전쟁을 다루기 시작하면 갑자기 중앙의 스크린이 위로 올라가고 영상이 멈춘다. 그리고 무대 한가운데 영상이 아닌 실물의 링컨대통령이 등장하게 된다. 눈썰미가 어둡거나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이들은 대부분 배우가 그리 분장하고 등장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지만 그것은 100% 기계로 만들어진 로봇 에이브러험 링컨 대통령이다.

어색한 부분이 완전히 없다 할 수는 없지만 사람의 그것과 다름이 없는 로봇 링컨의 이야기가 끝나면 다시 스크린이 내려오고 영상 쇼가 이어진다. 계속되는 미국의 역사와 찬가, 노예 해방, 대공황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 젊은 대통령 죤 F 케네디의 등장, 인종 차별에 맞선 킹목사의 저항, 911 그라운드 제로의 모습 등이 보여지며 그 사이 사이로 펄럭이는 성조기. 그야말로 위대한 미국 스스로에 대한 찬가가 울려 퍼지는 것이다. 마침내 영상은 성조기와 우주 비행선 콜럼비아호 발사 장면이 오버랩되며 마무리되는데, 콜롬비아호와 함께 커튼이 올라가며 양 옆으로 길쭉했던 무대가 한꺼번에 그 모습을 드러 낸다. 그리고, 그 무대, 링컨을 중심으로 양 옆으로 길게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등장한다. 당연하게도 43명 모두 로봇.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간형 로봇이 등장하는 멀티미디어쇼가 펼쳐지는 순간인 것이다. 멋진 음악과 함께 대통령들이 집권 순서에 따라 차례 차례 호명이 되는데, 그 때마다 가벼운 목례를 하거나 손을 들고, 미소를 짓기도 하는 대통령들 아니, 로봇들.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죠지 부시, 빌 클린턴 등 이름이 익숙한 근래의 대통령들이 불려지면 지지자로 보이는 이들은 박수와 환호성을 지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현직 대통령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이르면 박수가 제일 커진다. 이후 이어지는 초대 대통령 죠지 워싱턴과 에이브러험 링컨, 버락 오마바의 대화. 로봇 배우들이 이루어낸, 시공을 초월한 극적이고도 멋진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로봇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실제 그의 목소리로 녹음된 음성으로 연설을 하기도 한다.

▲ 1971년 개장 당시의 홀 오브 프레지던트
1971년 10월 1일, 플로리다 올랜도에 매직킹덤이 개장하면서 문을 연 홀 오브 프레지던트는 비록 그 개장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지만, 월트 디즈니의 애정과 집념이 이룬 성과였다. 1955년 디즈니랜드를 개장해 성공적으로 그것을 이끌었던 월트 디즈니는 미국의 역사, 그 중에서도 미국을 지휘했던 대통령들을 뭔가 특별한 의미로 다루고 싶어했다. 그의 첫 아이디어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을 밀랍인형으로 만든 왁스 뮤지움. 실제 매직킹덤이 기획되고 준비되기 훨씬 이전부터 디즈니 내부에서는 역대 대통령들이 밀랍인형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 만족하지 못한 월트 디즈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요구했고 그런 그의 생각은 1964년 로봇으로 만들어진 링컨 대통령이 되어 대중에게 선보이게 된다. 1964년 뉴욕에서 개최되었던 엑스포, 뉴욕 월드 페어에서였다. 지금의 기술과 비교한다면 그 수준은 한참 많은 차이가 나지만 당시로서는 최고의 기술력과 투자를 통해 만들어낸 에이브러험 링컨 로봇. 그 때나 지금이나 많은 이들이, 배우가 분장한 것일 거다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사람처럼 움직이고 연설까지 하는 링컨 대통령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몇 시간씩 줄을 섰다고 한다.

▲ 1964년 뉴욕 엑스포에 선보였던 링컨 대통령 로봇
재미난 사실은 우리가 통상 로봇이라 부르는 그것을 월트 디즈니는 다르게 불렀으며 그러한 전통이 지금도 디즈니랜드 내부에서 지켜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그것과는 기술적 차이가 뚜렷하기도 하지만, 수많은 연구와 노력 끝에 만들어낸 링컨 대통령을 쉽게 로봇으로 부르고 싶지 않았고 뭔가 차별성을 부여하고 싶었던 월트 디즈니는 오디오 애니매트로닉스(Audio-Animatronics)라는 합성어를 만들고 그것을 그리 불렀다. 즉, 소리가 나는 자동 작동 장치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조금 다른 시각이긴 하지만, 엄밀히 이야기해 그가 만들어 낸 링컨 오디오-애니매트로닉스는 로봇이라 부르기에는 애매한 그 무엇이었다. 수많은 기술적 진보가 더해져 현재도 공연 중인 홀 오브 프레지던트의 대통령 로봇들도 마찬가지. 그들은 스스로 외부 정보를 읽고(Perception), 연산한 후(Cognition), 작동하는(Manipulation), 엄밀한 의미의 로봇이 아니라 정해진 전기적 신호에 따라 움직임을 재현하는 로보틱스 장치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 속에 남아 있는 대통령들의 몸 동작, 습관까지 그대로 따라 하는 그들의 기술적 완성도는 그것을 단순한 기계 장치로 보기에 무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디즈니랜드와 D23 디즈니 엑스포에 기획 전시된 1964년 뉴욕 엑스포 당시의 링컨 대통령 로봇
1964년 로봇 아니, 오디오-애니매트로닉스 링컨의 뉴욕 엑스포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1971년 매직킹덤 개장 시설로 결정된 홀 오브 프레지던트. 당연하게도 시간이 지나며 이들은 현대식 기술로 개조되었고 영상 역시 업그레이드 되었는데,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는 4년 혹은 8년마다 새 대통령을 그 중심에 세우고 그 이가 초대 죠지 워싱턴,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존경을 받는다는 링컨 대통령과 함께 연설을 하는 형식으로 쇼를 바꿔 나갔다. 42대 빌 클린턴 대통령부터는 자신의 모양을 한 로봇 대통령 연설을 당사자가 직접 녹음하는 전통을 만들기도 했다. 아마도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그러한 전통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2016년, 새로운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홀 오브 프레지던트 최초의 여성 로봇 아니, 오디오-애니매트로닉스가 설치될지 아니면 과격한 극우 성향의 부동산 재벌이 그 대상이 될지 벌써부터 호기심이 일어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자화자찬식 애국의 전당이라 평가절하시킬 수도 있는 매직킹덤 홀 오브 프레지던트. 그렇지만, 현존하는 모든 로봇 기술을 다 동원해 새로운 형태의 로봇으로 진화시키고, 그것을 대통령이라는 대중의 우상으로 형태화시켜 보여주려는 노력은 오늘도 끊이지 않고 있다. 카네기 멜론, MIT 등 매년 전세계 최고의 로봇 공학자 수십명씩이 그 연구를 위해 디즈니랜드에 입사하고 있으며, 현재 제 자리에 서서 연기를 펼치고 있지만 2020년경에는 몇 몇 대통령 로봇들이 무대를 걸어 다닐 것이라 예고를 하고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연간 2000만명 가까이 방문하는 테마파크에서 펼쳐지는 로봇 멀티미디어쇼. 단순히 생각하면 가볍고 신기한 볼거리 정도에 지나칠 수 있지만 그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자연스레 로봇을 접하고 그들이 인간의 수고를 대신하고 감성을 이끌어내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부럽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한낱 놀이동산으로 치부되는 테마파크.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디즈니 테마파크에서는 지금도 세계 최고의 로봇 과학자들이 모여 대통령 로봇을 만들고, 그것을 본 이들은 가슴 깊은 곳에서 그들 스스로의 애국심을 찾아내고 있다. 그것은 IOT며, IOA, 드론, 재생에너지, 태양광 등 거의 모든 미래 과학, 미래 테크놀러지에 연관되어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그저 자동 그네 매달고, 작은 롤러코스터 하나 설치하고, 솜사탕 팔면서 시간이나 죽인다 생각했던 테마파크. 그러나, 그것이 미래 기술, 우리가 곧, 우리 아이들이 먹고 살아야 할 내일의 기반이 되는 과학과 기술을 실습하듯 활용하고 연구 고민하고 보여주는 장소가 된지 오래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로봇랜드라는 미래 먹거리에 관한 테마파크를 준비하고 있기까지 한 우리나라. 그러나, 그 당사자들조차 저런 테마파크의 순기능, 숨겨진 능력을 읽지 못하고 그저 놀이동산 취급하는 현실. 테마파크 산업박람회, 홀 오브 프레지던트의 매직킹덤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올해도 어김 없이 개최되는 IAAPA 테마파크 산업박람회 참관을 준비하며 많은 생각을 가다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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