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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혁명' 시대를 준비하자장길수ㆍ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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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11  16: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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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산업에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최근 로봇산업계 뉴스를 접하면서 드는 생각이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란 54200만년전 갑자기 다양한 동물군이 지구상에 번성한 것을 일컫는 지질학적인 용어다. 지질학자들은 캄브리아기에 생존했던 다양한 동물 화석을 지구촌 곳곳에서 발굴,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질학자들과 과학자들은 캄브리아기에 다양한 동물군이 번성한 원인에 관해 여러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이 바로 '시각의 발달'이라는 관점에서 대폭발 현상을 보는 것이다. 동물들의 시각 능력이 혁신적으로 개선되면서 동물들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론이다. 시각의 발달은 짝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고, 먹잇감을 사냥할 수 있는 훨씬 많은 기회를 만들어줬다. 사냥으로 영양 상태가 좋아지고, 배우자를 만날 기회가 많아지면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길 수 있는 확률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지구는 동물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극심한 생존 경쟁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최근 로봇산업계에 캄브리아기 대폭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원래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인터넷의 대번영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됐다. 인터넷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인터넷산업이 순식간에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이제 우리는 인터넷 없이는 하루도 편하지 않을 정도로 인터넷 세상에 함몰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로봇산업이 인터넷 산업의 발흥기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진단한다. 초집적 반도체 기술, 고속 컴퓨팅 시대의 도래, 광대역 인터넷 통신의 발달 등이 인터넷 산업의 대폭발을 가져온 것 처럼 로봇산업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초고속 프로세서의 보급 확대, 광대역 인터넷의 보급, 클라우드 시스템의 도입, 비전 시스템의 발전, 로봇 개발 및 제조 비용의 하락 등 다양한 요인이 한꺼번에 분출하면서 로봇의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예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로봇산업의 캄브리아기 대폭발 가능성은 최근 글로벌 로봇 산업계의 역동적인 분위기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마치 혁명 전야처럼 물밑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동안 산업용 로봇만이 로봇 시장을 대변하는 것 처럼 보였으나 최근 로봇산업의 외연이 갑자기 확대되기 시작했다. 소셜 로봇, 재해구조 로봇, 고객 서비스 로봇, 분신 로봇, 로봇 스마트폰 등 다양한 로봇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드론, 자율주행자동차 등 기존 기술에 로봇 기술이 결합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중후장대한 산업용 로봇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람과 동일한 작업 공간에서 협력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협업 로봇이 중소업체로 확산되고 있다. 과거 중소업체에서 산업용 로봇을 도입하려면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었으나 이제는 저렴한 비용으로 산업용 로봇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산업용 로봇의 가격이 하락하면서 투자 회수기간도 1~2년 정도로 빨라졌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산업용 로봇 가격의 하락세는 전통적으로 노동 비용이 싼 곳을 찾아 이동하던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꿔놓을 태세다. 로봇을 도입하면 미국, 일본, 유럽 등 인건비가 비싼 곳에서도 얼마든지 제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실제 그런 방향으로 글로벌 업체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와 시장 조사업체의 로봇산업에 관한 미래 전망은 로봇 혁명이 바로 우리 옆에 바짝 다가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글로벌 로봇산업이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보스턴컨설팅 그룹은 제조업 분야에서 산업용 로봇이 수행하는 작업의 비중이 현 10%선에서 202525% 수준으로 크게 높아지고, 로봇의 도입으로 제조업 생산성이 30% 향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BCG는 전세계적으로 로봇 설치대수가 연간 2~3%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향후 10년동안 연간 1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조업 부문에서 사람을 로봇으로 대체해도 ROI(투자대비 수익)가 충분히 보장되는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다.

가트너 그룹도 로봇산업의 성장에 주목했다. 가트너는 2018년이면 전세계 3백만명의 근로자들이 '로봇 상사'의 통제를 받게되며 '로봇 필자(robot writer)'가 기업의 주요 콘텐츠와 문서를 주도적으로 생산할 것으로 봤다. 또한 자율적인 소프트웨어 에이전트들이 실제적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과 가트너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마디로 '로봇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로봇혁명이 정책적인 수사나 구호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로봇 혁명의 큰 그림을 제대로 그리지 못하고 있다. 큰 그림을 그리기는 커녕 우리 로봇산업의 현 상황을 보면 심히 걱정스럽다. 로봇 혁명을 아직 정책적인 수사나 구호로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산업계도 로봇 혁명의 본질을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 정책 당국이 내놓는 로봇 산업 육성책도 여러 산업 중 하나로 로봇산업을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로봇산업의 성과는 매우 미흡하고 발전 속도는 더디게만 느껴진다. 로봇산업이 전반적으로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 처럼 인식된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는 분명하다. 로봇 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데 강건너 불 보듯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술개발 측면에서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로봇산업이 갖고 있는 창의력과 자발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노력이다. 로봇산업은 일종의 종합 예술이다. 다양한 학문과 기술이 융합하고 상상력과 결합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하는, 그런 분야다. 정책적인 역량과 개발 역량을 이 분야에 쏟아부어야한다.

로봇혁명의 사회경제적인 영향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일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로봇 혁명은 산업 현장과 기업의 문화, 노동의 질과 새로운 노동 인력의 양성, 학교 교육의 변화, 가정의 변화, 로봇과의 협력 관계, 법률 및 제도적인 차원의 변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새로운 시각을 요구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로봇산업을 로봇혁명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정의하고 그 영향력을 치밀하게 계산해볼 필요가 있다. 로봇 혁명 시대에 관한 미래 백서라도 만들어 우리 인식의 지평을 확장하는 일도 긴요하게 필요해 보인다. 로봇혁명 시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산업 혁명의 도래에 뒷북만 치고말 것이다. 로봇혁명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자세로 우리 사회의 지혜를 모아야할 때다. 장길수ㆍ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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