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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틸리티 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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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7.29  06: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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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로봇 전문가 세 사람이 있다. 그 가운데 두 사람은 한국에서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로봇전문기업의 최고경영자 S씨와 K씨, 또 한 사람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재미 로봇과학자인 데니스 홍교수이다.

S씨는 요즘 우리나라 로봇산업이 헤매고 있는 이유중의 하나로 엔지니어들의 창의성 부족을 꼽는다. 로봇의 궁극적인 목표가 인간을 닮아가는 것인데, 요즘 로봇들은 엔지니어링적인 가치에만 함몰되다 보니 사람들이 외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S씨는 우리나라 로봇계가 엔지니어링 측면에서는 세계적으로 앞서갈지 모르지만, 아이디어를 추출하고 창의적인 컨셉트를 잡아내는 능력에는 크게 뒤진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하드웨어부터 만들어 놓고 거기에 맞는 소프트웨어나 제어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쓰임새가 반 쪽짜리로 전락해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로봇산업은 콘텐츠 부문이 이끌어 갈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S씨는 언제부턴가 회사의 직원을 채용할 때 인문 사회 분야 전공자들을 우대하고 있다.

반면 K씨는 기초 학문에 충실 하는 것이 좋은 로봇을 만들어 내는 지름길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여기서 기초 학문은 수학(Mathematics)이다. 새로운 로봇을 만들려면 초기에 모델링이나 최적화 같은 과정이 필요하고 여기에 동력, 제어, 기계설계 분야 등의 이해가 따라야 하는데, 그 중심에 수학이 있다는 것이다. 수학적 기초 없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만으로 만드는 로봇은 금방 무너져 내리는 모래성일 수 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런 K씨를 더욱 마뜩치 않게 만드는 것은 수학교육을 등한시하는 공과대학들의 실태이다. 그가 로봇을 전공하려는 장남을 애써 미국에 유학 보낸 것도 미국의 공과대학들이 수학교육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K씨 역시 이런 이유 때문에 회사 직원을 채용할 때 수학전공자를 적극적으로 우대한다고 한다.

데니스 홍 교수는 요즘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꿈을 로봇 설계에 담아내는 드림 메이커 전도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강의 때 학생들이 그에게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로봇을 잘 만들 수 있는가”라고 한다. 이때마다 그는 학생들에게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다용도 허리띠인 유틸리티 벨트(Utility Belt)를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이 벨트에는 배트맨이 악당과 싸울 때 필요한 갈고리, 만능 열쇠, 폭약 같은 도구와 무기들이 가득 들어 있다. 로봇 역시 잘 만들기 위해서는 수학, 기하학, 전기, 전자, 물리 요즘에는 화학, 생물, 지리와 같은 다양한 연관 지식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트맨처럼 유틸리티 벨트에 다양한 무기와 도구를 갖고 있어야 좋은 로봇을 개발할 수 있다는 논리인 셈이다.

몇 년 전만해도 철저하게 무명이었던 홍 교수가 로봇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시각장애인용 무인자동차 ‘데이비드’를 개발하면서부터 이다. ‘데이비드’는 그때까지도 전세계 로봇기업이나 로봇공학자 어느 누구도 투자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던 아이템이었다. 그도그럴것이 시각장애인이 일반도로에서 일반인들과 똑같이 자동차를 운전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어서 상상할 수도 없고 상상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라. 시각 장애인도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로봇기술이라면 모든 인류에게도 엄청난 도움을 줄 것이고, 자동차 산업은 혁명적으로 발전할 것이 아닌가.

‘데이비드’가 시각장애인에 의한 시운전에 성공하자, 전세계 유수의 언론들은 ‘달 착륙에 버금가는 성과’라며 극찬하는가 하면 그를 ‘과학을 뒤흔든 젊은 천재 10인’에 선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를 정말로 기쁘게 한 것은 자신을 ‘로봇의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of Robots)’에 비유한 워싱턴포스트의 기사였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누구 인가. 찬란한 르네상스에 대한 꿈을 완성시킨 천재 화가이자 과학자이며 철학자이자 엔지니어가 아니던가.

‘데이비드’ 이후 버지니아공대에 있는 그의 로봇연구소 로멜라(ROMELA)의 연구실적은 무인로봇분야에서 세계 3위,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미국 내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제 데니스 홍교수는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 앞에서 자신의 꿈이 “로봇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일”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로봇공학자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다시 S씨와 K씨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사실 S씨와 K씨의 입장은 서로 상반되는게 아니다. 기업의 궁극적인 활동 목표는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최고경영자가 엔지니어들에 기대하는 것은 어느 기업에서든 결국은 비슷할 수 밖에 없다. S씨는 너무 융통성 없는 경직성이 싫었고, K씨는 지나치게 가벼운 경박스러움이 싫었을 뿐이다. 바꿔 말하면 S씨에게는 트렌디한 감성이 필요했고, S씨에게는 오래 버틸 수 있는 진증함이 필요했던 것이다.

악당이 악당일 수 밖에 없는 것은 그 악당이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명한 배트맨의 유틸리티 벨트에는 오늘도 악당을 통쾌하게 물리칠,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도구들이 가득 들어 있을 것이다. 서현진• 본사 편집고문

서현진 기자  suh@irobo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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