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지능 로봇 무기(일명 킬러 로봇)에 대한 반대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반대론자들의 맹점을 지적하는 주장도 본격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킬러 로봇을 둘러싼 찬반논쟁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앨론 머스크, 스티븐 호킹, 스티븐 워즈니악 등 세계 IT 및 과학계 리더들은 지난달 인공지능과 자율 능력을 갖춘 '킬러 로봇(Killer Robot)'의 개발 및 확산 금지를 촉구하는 공개 서한에 서명, 로봇 무기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들은 자율 비행 드론, 무인 군용차량, 전투로봇, 로봇 군인 등 킬러 로봇이 전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돼 화약, 핵무기에 이어 전쟁 무기의 제3차 혁명 시대를 열 것이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비영리단체인 'FLI(Future of Life Institute)'가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 자율 능력을 갖춘 킬러 로봇의 개발 및 확산에 반대하는 서명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 전문가인 스탠포드대학 '제리 케플란' 교수는 뉴욕타임즈에 게재한 '로봇 무기:무엇이 해로운가?'라는 제목의 컬럼에서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반대론자들이 인공 지능 기반의 로봇 무기를 생화학무기나 우주 기반의 핵무기 등에 비유했는데 잘못된 인식이라고 꼬집었다. 생화학무기나 핵무기가 군인과 민간인을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피해를 입히는데 반해 인공 지능 로봇 무기는 민간인 시설이나 민간인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긍극적으로 민간인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 인공지능 로봇 무기는 지리적인 경계, 시간을 선택할수 있어 민간인과 비전투원의 생명을 안전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케플란 교수는 재래식 무기인 지뢰의 피해를 예로 들었다. 지뢰는 특정 환경에서 사람이 밟으면 무조건 터진다. 심지어 전쟁이 끝나더라도 지뢰는 그대로 남아 사람에게 심각한 상해를 입힌다. 하지만 인공 지능 로봇 무기에 현재 보급형 스마트폰에 탑재된 카메라와 센서만 탑재해도 로봇 무기는 성인, 어린이, 동물 등을 쉽게 식별할 수 있으며 근처에 있는 사람이 군복을 입었는지 아니면 무기를 소지하고 있는지도 알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전투가 치열해지고 증오심이 높아지면 군인들은 자신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발사하지만 로봇 무기는 편견이나 증오에 의해 영향을 덜 받는다고 주장했다. 만일 사람이 모든 결정을 한다면 컴퓨터가 아주 짧은 시간에 결정할 수 있는 것을 사람이 미루면서 오히려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란 주장도 펼쳤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인공 지능 로봇 무기의 반대론자들의 맹점을 비판하는 컬럼을 게재했다. 월스트리는 이 컬럼에서 킬러 로봇의 등장을 막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신 과학 기술 분야 전문가들과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정부의 지원을 받아 킬러 로봇이 개발되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자동 무기 시스템을 가능케 하는 핵심 기술은 구글과 아마존, 3DR(드론 제조업체)을 비롯한 민간업체가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무인자동차도 얼마든지 군사 무기로 바뀔 수 있다.

전투에 직접 응용하려는 용도에 초점을 맞춘 킬러 로봇 연구를 금지하려는 움직임은 그 의도 자체는 숭고하다고 했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전장에서 로봇이 인간보다 목표물을 구별하는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미군은 아직 인공지능에 공격 명령을 맡길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직 미군이 로봇 무기에 인공 지능을 탑재하려는 단계는 아니라는 의미다.

최근 'IEEE스펙트럼'이 킬러 로봇 찬성론자와 반대론자의 주장을 담은 컬럼을 나란히 게재하는 등 최근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