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브 필로니 감독의 애니메이션 <스타워즈: 클론 전쟁(2008)>

몇 해 전엔 그토록 불가능해 보였건만, 이제 로봇은 자동차를 운전하고, 벽을 뚫고, 사람도 가기 쉽지 않은 험지 위를 걸어가고 있다.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의 결승전을 관람하며 애니메이션 <스타 워즈: 클론 전쟁>에 등장했던 로봇들을 떠올렸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어쩌면 우리는 예상보다 빨리 클론전쟁의 로봇들을 현실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거였다. 고작 3년 안에 불가능해 보이던 과제들을 수행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다면, 그 이상 가는 것도 시간문제 아니겠는가?

2015년 6월 6일 캘리포니아 포모나. 팔에 태극마크가 그려진 로봇 한 대가 운전석에 반쯤 걸터 앉은 채 거침없이 차를 몰아 온다. 사랑하는 나의 남편과 나의 동료들이 만들어낸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이름은 ‘똘망2.0’이다.

지난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에서 원전이 폭발했다. 일단의 과학자들이 뿜어져 나오는 방사능을 온몸으로 맞으며 원전 안으로 뛰어들었다. 스스로 죽을 자리를 향해 걸어 들어간 사람들의 뒷모습은,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한 최후의 결단이었음에도, 우리 모두를 경악과 슬픔, 무기력 속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바로 그다음 해인 2012년 여름, 미국 국방부 산하 기관 DARPA(다르파)는 2012 전세계 로봇공학자들을 대상으로 도전적인 과제를 제안했다. 후쿠시마 사태와 같은 재난의 현장에서 인간을 구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당시 다르파가 공표한 로봇이 수행해야 할 과제들은 전 세계의 날고 뛰는 로봇 공학자들에게도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려운 것들이었다.

로봇이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기, 벽 뚫기, 사다리 오르기 그리고 울퉁불퉁한 험지 주파하기 등. 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어쩌면 이러한 수행과제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 로봇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었다.

그러나 2015년 최종 결승의 장에서 막상 비밀 상자의 뚜껑을 열자, 우리는 모두 서로의 발전과 그간의 성장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몇 해 전엔 그토록 불가능해 보였건만, 이제 로봇은 자동차를 운전하고, 벽을 뚫고, 사람도 가기 쉽지 않은 험지 위를 걸어가고 있다.

필자는 다르파로보틱스챌린지파이널의 모든 순간들이 어느 영화의 장면들과 겹쳐졌다. 바로 데이브 필로니 감독의 애니메이션 <스타워즈: 클론 전쟁(2008)>이다.

Impossible = I’m possible

이 애니메이션은 스타워즈 영화판 에피소드 1~3 사이의 시간대를 배경으로, 등장인물의 성격과 스토리전개를 잘 살린 것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디즈니가 만들고 미국의 케이블채널인 카툰네트워트에서 방영 중이다. 현재 시즌6가 나올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다. 사실 필자는 주변에 로봇을 좋아하는(혹은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클론전쟁>을 보았느냐고 묻곤 한다. 아직 국내에 방영되지 않았으니 아는 사람도 드물고, 알고 있다 하더라도 자막 없이 영어로 방영되니 보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애니메이션은 내용을 전부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등장하는 로봇들의 온갖 화려한 디자인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하다. 또한, 극 중 로봇들의 움직임이라든가 수행 과제별 보행 형태를 관찰해보면, 얼마나 많은 로봇공학자에게 자문을 얻어 제작하고 있는지가 짐작된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 속에 오래 남는 로봇은 어쌔신로봇(암살 로봇)이다.

낮은 언덕에 몸을 숨기고 손바닥의 전극을 바꾸어 벽을 타고 오르기도 하고, 바퀴처럼 데굴데굴 굴러오다가도 목표물 앞에 정확히 멈춰 서며 총구를 들이대는 로봇들이다. 또한, 어쌔신 로봇들은 목과 허리를 180도 회전해 순식간에 앞뒤를 바꾸어 도망칠 수 있다. 악당 로봇 캐릭터인 제너럴 그리버스도 역시 인상적이다. 그리버스는 양팔에 광선검을 들고 싸우는데, 자신이 불리한 상황이 되면 등뒤에서 팔 2개를 추가로 펼쳐, 총 4개의 검으로 공격해 들어온다.

물론 로봇을 전투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미화하는 것은 아니며, 기실 로봇의 살상목적 이용에 절대 반대한다. 그러나 <클론전쟁> 로봇의 진보적인 디자인 형태를 보라. 인간은 특정한 상황에 따라 팔이나 다리를 더 추가할 수 없고, 고개나 허리를 아예 180도 돌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로봇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로봇은 인간의 능력을 그대로 수행하는 것을 넘어, 불가능한 기술을 구현하는데도 문제없다.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의 경기를 관람하며 클론전쟁에 등장했던 로봇들을 떠올렸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어쩌면 우리는 예상보다 빨리 클론전쟁의 로봇들을 현실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거였다. 고작 3년 안에 불가능해 보이던 과제들을 수행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다면, 그 이상 가는 것도 시간문제 아니겠는가?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 스스로 로봇팬이라고 자부한다면, 부디 클론 전쟁을 한번 보시라. 내용은 이해 못할지라도, 눈이 충분히 즐거울 것이다. 클론전쟁은 스타워즈 홈페이지(www.starwars.com)에 들어가서 TV Show부문에 들어가면 전 시즌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유튜브에서 Clonewars라고 검색하면 된다.

* 본 기사는 '월간로봇' 7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표기는 '월간로봇'의 규정에 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