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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를 위한 과학 교육의 출발점장길수ㆍ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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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7.17  15: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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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킥스타터나 인디고고 등 해외 유명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관심있게 보다 보면 교육용 로봇을 개발해 자금 펀딩에 나서는 스타트업들을 간혹 보게 된다. 어린이나 학생들이 쉽게 프로그래밍이나 코딩을 배울 수 있는 교육용 로봇을 개발해 사업화에 나선 것이다.
어린이나 학생들이 교육용 로봇을 갖고 놀다 보면 로봇과 친숙해질수 있고, 자연스럽게 프로그래밍이나 코딩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막연히 갖기 쉬운 프로그래밍에 대한 거부감을 상당 부분 없앨 수 있다.

얼마나 논리적인 사고력이 배양되는 지에 관해선 보다 실증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일찍부터 교육용 로봇과 친해지면 로봇이나 프로그래밍에 대한 흥미 유발이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교육용 로봇을 잘 선택한다면 과학적인 사고나 논리적인 사고력를 키우는 데 안성맞춤일 것이다.

우리나라 제도 교육이 제역할을 못하면서 '수포자(수학 포기자)'나 과학 포기자를 양산하고 있는 현실은 정말 안타깝다. 학생들이 교육용 로봇과 같은 과학적인 놀이기구에 일찍 눈을 뜬다면 지레 겁을 먹고 수학이나 과학을 포기하는 현상은 없을 것이다.

이런 현실에 비춰볼 때 해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일고 있는 교육용 로봇이나 체험ㆍDIY용 콘텐츠들의 확산 움직임은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몇년전부터 미국 대학에선 프로그래밍과 코딩에 관한 강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공계를 전공한 학생은 물론이고 인문 및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이런 강좌에 흥미를 느끼면서 코딩 강좌에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의 경우 지난해 '컴퓨터공학개론' 수업에 전체 학생의 12%가 몰렸다고 한다. 이는 하버드대만의 현상이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불고 있는 바람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는 것은 남학생만의 현상이 아니다. 여대생들도 컴퓨터 강좌 프로그램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때문에 남성 프로그래머들의 주요 근거지였던 실리콘밸리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 머지않아 여성들의 진출이 늘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왜 프로그래밍과 코딩이 필요하고, 조금이라도 이해해야 하는 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해가 현대를 살아가는 데 중요한 덕목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선진국은 창의력을 교육의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굳이 교육 과정을 거론할 필요도 없다. 선진국에선 스스로 제품을 만들어보고 조작해보는 DIY 문화나 체험 문화가 오래전부터 뿌리를 내리고 있다. DIY 문화나 직접 체험해보는 문화가 발달했다는 것은 그만큼 호기심을 장려하는 사회문화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과학의 뿌리가 깊다는 것을 방증한다. 선진 과학교육은 그런 사회 문화적 토대위에 만들어진다. 가령 최근 스마트폰이 생활 곳곳에 깊숙히 스며들면서 간단한 앱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분위기도 퍼지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사실 우리는 문화보다는 교육 당국이 어젠더를 선정해 정책적으로 밀어붙이는 측면이 매우 강하다. 선진국의 문화나 정책 이슈를 연구해서 마치 자신의 것인냥 포장해 하나의 '정책' 또는 '어젠더'로 만들어낸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목청을 높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에서 한걸음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뇌는 아직 그렇게 학습되어 있지않다. 교육정책이 패스트 팔로어 전략 마저 쫒아가지못하면 다음은 당연히 사교육의 영역으로 넘어갈수 밖에 없다.

최근 우리도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정부는 오는 2017년부터 초등학교에 소프트웨어를 정규 교과로 편성하기로 했다. 2018년부터는 '코딩' 과목이 중고등학교 정규 과목에 편성될 예정이다. 정부도 프로그래밍과 코딩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그게 시대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교육 정책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사회문화적 기반이 이 같은 변화를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지않다면 교육정책의 효과는 반감되고 만다. 호기심을 충족해주고 과학적인 탐구심을 장려해주는 문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과학 마인드'가 일상생활, 문화적인 차원으로 승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될수 있다. "과학을 하는 사람은 나와는 다른 인간이겠지" 하는 의식이 우리들의 뇌리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일례로 '프로그래밍'이나 '코딩' 하면 이공계를 전공하는 학생들만의 영역으로 간주하는 의식이 우리에겐 팽배하다. 이공계를 전공한 학생들도 사회에 진출해서는 다른 쪽에 관심을 갖는다. 한때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엔지니어가 갑자기 자신의 전공을 포기하고 관리직이나 기획 관련 직무로 이동하는 게 사회적으로 너무 쉽게 용인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엔지니어나 장인을 사회적으로 대우해주지 않는 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들을 만나 얘기하다보면 다른 어떤 일보다도 개발자나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관리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쓸만한 개발자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소연한다.

로봇 분야라고 해서 예외가 아닐 것이다. 결국 마땅한 기술 인력을 찾기 힘들고 이들이 자리를 잡지못하다 보니 로봇산업의 기반을 따받치는 인프라가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우리 로봇을 뜯어보면 핵심 부품 가운데 우리 것은 별로 없다는 얘기도 많이 들린다. 솔직히 로봇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우리 로봇 산업의 현실을 듣다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로봇 수요처에선 엔화 가치 하락으로 경쟁력이 높아진 일본산 로봇을 선호하는 현상이 노골화되고 있고, 중국 로봇 업체는 조만간 우리의 기술을 따라잡을 태세다. 이미 추월했을지도 모른다. 공공기관이 국산 로봇 업체를 육성하기 위해 국내 로봇 업체에 자금을 지원했지만 정작 정부 기관 입찰에선 중국업체들이 과실을 따먹는게 비일비재하다. 안타까운 노릇이다. 세계적으로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 사람이라는 칭송이 허망한 소리로 들릴뿐이다. 우리에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관'이 그야말로 강물을 이루고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 시작점은 어디일까? 현상은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고, 문제는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온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선 미봉책들만 쏟아지기 십상이다. 우리는 현재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발목이 잡혀있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시점이다. 우리는 그동안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는 환상에 젖어 있었다. 물질문명은 발달했지만 우리의 의식은 여전히 낮은 계곡을 헤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여 샌드위치 신세가 되었다고 한탄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나?

결국 '과학적인 마인드'에 선진국으로 가는 해법이 있다고 본다. 과학적인 마인드와 논리적인 사고, 그리고 창의력의 배양 없이 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은 '언감생심', 가능하지 않다. 설사 선진국에 진입할하더라도 지속하기 힘들다. 과학 교육과 과학 마인드의 확산이 결국은 선진 문명의 기초를 다지는 비결이다. 다소 비약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제 과학 교육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것이다. 과학 마인드가 우선 제도 교육이 아니라 우리 생활에 과학이 스며들도록 해보자. 그러려면 무언가 만지기 좋아하고, 만들기에 정신이 팔려 있는 어린이나 학생들에게 좀더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

로봇 분야에 국한해서 얘기한다면 로봇과 대화해 보고, 더 나아가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분위기를 사회 전반적으로 조성해 보자는 것이다. 서두에 교육용 로봇 얘기를 꺼낸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교육용 로봇과 친숙해지다 보면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과학적인 상상력이나 논리적인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과학에 대한 호기심도 생긴다. 제도권 교육 기관이 이를 온전히 감당하는 것은 무리다. 무엇보다 예산이 많이 들기때문이다. 또 예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 전반의 과학에 대한 태도다.

우리 주변에 기왕에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좋은 대안중 하나다. 주변을 돌아보면 과학이나 로봇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시설들이 적지 않다. 과학관도 있고 로봇 캠프도 있다. 바야흐로 여름방학 시즌이다. 여름 방학을 맞아 여러 과학 관련 단체나 기관에서 과학캠프, 로봇 체험전, 로봇 상설 전시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여름 방학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과학관이나 로봇 상설 전시관을 찾는 게 전혀 의미없는 일이 아닐 것이다. 영어 배우는 것 못지않게 어린이들에게 과학 마인드를 심어주는 일도 중요하다. 이게 바로 미래 세대를 위한 현명한 투자다. 우리 과학 교육과 과학 마인드가 이런 방향으로 흐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수포자나 과포자(과학 포기자)를 양산하는 현상도 줄어들 것이다. 과학하는 마인드 없이 선진국 또는 선진 문명으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 올 여름 방학이 우리 아이들에게 과학 마인드 심어주는 소중한 시간이 됐으면 한다. 장길수ㆍ본지 편집국장

장길수  ksjang@irobo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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