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게는 자동차의 등장부터 인터넷, 스마트폰까지.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준다. 이전과는 비교되지 않는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사회적 혼란을 불러오기도 한다. 드론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드론이 우리의 일상뿐만 아니라 운송, 농업 등 여러 분야를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드론의 보급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 추락사고, 범죄 이용 가능성 등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기술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제도의 정비 그리고 사용자의 책임. 드론시대를 제대로 맞이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햇볕 좋은 어느 주말 오후. 서울시 중구에 사는 김 씨는 휴일을 맞아 초등학생인 아들과 집 앞 공터에서 드론을 날리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한가로운 휴일을 만끽하던 그때, 몇 명의 군인이 김 씨 곁으로 다가왔다. 김 씨는 현장에 출동한 군 관계자로부터 법규위반으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잠시 동행해 줄 것을 요구받았다. 비행금지구역에서 허가 없이 비행을 했다는 이유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조종자 준수사항 실제 위반 사례다.

국토교통부 조종자 준수사항 발표
얼마 전 국토교통부는 「항공법」에서 정한 조종자 준수사항을 정리해 발표했다.(표 1, 2) 국토교통부는 안전한 드론 운용을 위해 「항공법」에 조종자 준수사항을 제도화하고 있지만, 최근 위반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방위사령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10건 이하였던 법규위반 건수가 2014년에는 49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간 확인된 법규위반 사례 중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항으로는 비행금지구역에서 허가 없이 비행, 야간비행, 사업등록을 하지 않고 드론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한 경우, 사람이 많이 모인 곳 상공에서 비행한 경우 순으로 분석됐다.
조종자 준수사항은 드론의 무게나 비행목적(취미용ㆍ사업용)에 관계없이 드론을 조종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이와 별도로, 드론을 사업용으로 사용하려는 사람은 관할 지방항공청에 ‘초경량비행장치사용’사업등록을 해야 한다. 법규를 위반할 경우 국토교통부, 군, 경찰 등 관계당국의 조사를 거쳐 벌금ㆍ징역 등의 형사처벌 또는 과징금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 표 1. 국토교통부가 정리해 발표한 조종자 준수사항

▲ 표 2. 드론의 무게, 목적에 따른 사용 절차

비행금지구역 알고 계시나요?
비행금지구역 P-73AㆍB, 비행제한구역 R-75. 수도권 일대의 비행금지 및 비행제한 구역이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드론 사용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구역이다. 현재 항공법상 P-73AㆍB 구역 내에서는 드론을 띄울 수 없다. 무게, 비행목적, 고도 등과는 관계없이 어떠한 드론도 이 구역에서 사전허가 없이는 비행할 수 없다. R-75 비행제한구역에서도 고도 150m 이상의 비행은 사전허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구역이 실제로 어느 곳에 해당하는지 알고 있는 사용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조종자 준수사항이 발표되자 많은 사용자들이 혼란에 휩싸였다. 인터넷카페 등 드론 사용자 커뮤니티에는 자신의 거주 지역에서 드론을 날려도 되는지 묻는 질문이 하루에도 수십 개가 올라온다. 집 앞 공원에서 드론을 날리다 영문도 모르고 과태료를 물었다며 하소연하는 사용자도 있다. 국토교통부가 이번에 발표한 준수사항은 새로 신설된 제도가 아니다. 1999년부터 2014까지 15년에 걸친 항공법 개정에 따라 예전부터 운영해온 제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다수 사용자들은 비행금지구역 등의 준수사항을 전혀 모른 채 드론을 날리고 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우 수도방위사령부가 예하 사단과 함께 드론비행 신고안내 및 비행금지구역을 홍보하고 있다. 이미 2014년부터 홍보 전단을 수도권에 배포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입간판도 활용 중이다. 하지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사용자 증가 추세에 비하면 그 효과는 미미하다. 더 많은 관계당국뿐만 아니라 판매 업체에서도 책임감을 갖고 준수사항을 명시하는 등 적극적이고 다양한 방법의 홍보가 필요한 때이다.

▲ 수도방위사령부와 예하 사단이 배포 중인 홍보 전단

실효성 있는 제도 정비 필요
P-73AㆍB 비행금지구역은 서울 강북지역 대부분이 포함된다. R-75 비행제한구역까지 포함하면, 서울 대부분 지역이 이에 해당한다. 규정대로라면 비행금지구역 내에서는 고도, 비행목적 등과는 관계없이 어떠한 드론도 띄울 수 없다. 취미용 드론도 마찬가지다.
사용자들은 비행금지구역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특수한 안보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인구밀집지역 또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의 비행 금지’ 등 일부 사항의 경우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익명의 한 사용자는 “공항 주변 등 항공기와의 충돌사고 가능성이 있는 일부 공역에서의 비행금지는 당연하지만, 현재의 비행금지 및 제한구역은 지나치게 제한적이다.”라며, “사용 목적에 따라 비행구역을 재설정하는 등 준수사항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에서는 국내 제도는 미국, 호주 등 주요선진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향후 위험성이 낮은 취미ㆍ레저용 드론에 대해서는 제도개선 필요성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국토교통부가 밝힌 주요선진국과의 규제 수준 비교표

드론 문화 정착을 위한 사용자의 책임
아무리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규정이라 하더라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실제로 단속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행금지구역임을 알고도 드론을 띄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해 질 녘 공원을 걷다 보면 드론에 LED 조명을 달고 주위의 시선을 즐기듯 야간비행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판매업체에서 제공하는 안전수칙이나 조종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 무리하게 비행하는 사용자도 많다. 한 업체 관계자는 “추락으로 파손된 드론 수리요청의 대부분이 미숙한 자신의 비행실력을 과신하거나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비행으로 인한 것”이라며, “일부의 무분별한 비행이 사용자 전체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로 이어질까 염려스럽다.”고 전했다.

제이 스탠리 미국자유인권협회 수석정책 분석가는 “드론 규제가 어떤 식으로 정착될지는 사용자의 활동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드론시대를 제대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는 제도 마련, 단순 판매로만 그치지 않는 판매자의 책임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로 드론을 하늘에 띄우는 것은 사용자다. 사용자 스스로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결국 규정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스스로 발목을 묶는 셈이다. 일부 사용자들이 먼저 드론면허 필요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기술과 제도, 사용자의 책임 3박자가 하모니를 이룰 때 드론은 비로소 ‘문화’가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로봇' 7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표기는 '월간로봇'의 규정에 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