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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과 잉여사이 - ‘로봇공학을 위한 열린모임’ 참석 후기김홍석ㆍ생산기술연구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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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7.06  1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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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7월의 첫 토요일인 4일 오전 10시 경부터 8시간 넘게 강남역 부근의 ‘네이버 D2 스타트업 팩토리’ 강의실에서는 특별한 실험이 진행되었다. 축구나 야구, 또는 골프를 하이라이트가 아닌 전 경기를 현장에서 보려 하는 이유는 주요장면 뿐만 아니라 매 순간 이어지는 경기흐름과 장내 분위기까지 온전히 느끼고 즐기려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그래서 필자도 전날까지 바닥난 체력을 달래가며 하루 종일 이 변화의 현장에 기꺼이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온라인(페이스북 그룹)에서 만났다는 것은 거품과 같은 속성도 있지만 오프라인 기반의 모임에 비해 태생적으로 더 개방적이며 어떠한 이익과 개인의 명분보다는 한 가지 관심사에 집중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오프라인 모임은 온라인 상의 의견과 구성원을 실제로 확인하는 과정이 되며, 온라인 상의 느슨한 연결과 제한된 인격적 소통을 증폭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필자에게는 사회학적 분석력이 없으므로, 이에 대한 추측 또는 가설만이 가능하다.)

이 모임의 운영자들이 스스로 밝힌 평균 생년(生年), 1985년 ― 아아, 어쩌랴… 마침 필자가 박사과정을 입학하던 해이다. 그들 중 더러는 박사과정 초기 또는 말기(!)에 있다고 하니, 정말 (필자의 이기적 기준으로 보건대) 한 세대가 지난 지금, 그들은 현재 ‘초연결’이라는 파도의 머리에서 그 흐름을 타고 있는 것이다. 마음 속 깊숙이 감추고 억눌러왔던 그들의 ‘끼’를 마치 한풀이 하듯 이 모임에 모아들여 폭발시킨 것이다. 어느 학회나 학술대회에서도 하지 못한 10대에서 50대까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이다. 초등학생에서 대학생, 대학원생까지, 각자의 분야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회사원에서 전문연구자까지 작은 공간에서 소통하며 서로의 호흡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어린 친구들의 감수성과 꾸밈없는 표현, 경험에서 나오는 어른들의 인사이트(insight)에 현장의 아웃사이트(out-sight)가 버무려진, 서비스로봇 15년 만에 일어난, DRC 우승 이후 눈에 확 띄진 않았지만, 하나의 ‘사건’이다.

필자도 5년 반 박사과정에 있었던 바, 그 경험으로는 5년차 정도에 이르면 정말 지겹다. (아, 물론 모든 박사과정생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갑자기 내가 논문을 마무리할 수는 있을까, 졸업 후 어디서 뭘 하며 먹고 살 것인가, 나이가 벌써 서른을 넘겼는데(!) 나는 사람구실을 할 수 있는 걸까… 등등. 지나고보면 아무 것도 아닌 문제들, 특히 (지나고보니) 40대, 50대도 여전히 젊은 나이인 것을, 서른 즈음을 지나는 박사과정생들은 주위 같은 문하생들이나 서로 이해할 수 있을 ‘값진’ 고민이 뇌리에 들어앉는다. 그게 ‘박사과정이라는 터널’의 출구에 거의 다다랐다는 증거다. 그 수련의 과정이 거의 끝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그들이 ― 정확하게는, 이러한 사람들이 전체 반 정도인 운영자들이 ― 이번 오프모임의 준비를, 로봇의 저변을 만들기 위한 ‘잉여’라고 했다. 그 잉여는 박사학위를 위한 연구와 공부의 9부 능선을 넘는 극한 피로감의 적극적인, 긍정적인 해소방법이며, 그 잉여는 일반인들에게는 9부 능선에 걸린 비구름이 내려주는 단비가 되었다. 단비가 내려 일반인들은 ‘단비’로 목을 축일 수 있었고, 몸이 가벼워진 구름은 다시 대지로부터 올라오는 승화된 습기를 느끼며, 이 산을 지나 저 산을 향할 수 있게 되었다… 모임 운영자들의 한 달 여 간의 준비에서 오는 피로감, 행사를 마친 보람과 아쉬움, 관심과 열정 어린 참석자들과 주고받은 소통의 즐거움으로 뒤범벅이 되었을 마음을, 각자 본업의 현장으로 돌아가기 전 주말 일요일 밤까지 죽어라 댓글로 환호하는 모습에서 읽어볼 수 있었다.

이러한 흐름, 이러한 유기적(organic) 공동체가 지속가능하게 유지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초연결’과 ‘개방’의 패러다임에 맡겨야 한다. 더 잘 자라기를 바라며 제초제와 비료를 주는 비유기적 방법은, 어느 특정한 개체의 비정상적인 성장과 자유스런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또한, 각 개체는 자신이 어디에 뿌리박고 어떤 열매를 맺는 것이 자신의 ‘본질’인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본질이 있음에 ‘잉여’가 빛을 발하는 것이니, 본질과 잉여의 균형감각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마음이 아려오는 것은, 이리도 열정적으로 밤낮없이 매진해온 연구를 꽃피울 곳이 국내에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예컨대, 치타로봇을 연구하고 만들고는 정작 이러한 역량을 풀어놓을 곳이 없다는 것이니,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세상인가! 김홍석ㆍ한국생산기술연구원 청정생산시스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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