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나 아이폰 등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으례 스마트폰을 분해해 보고 주요 부품에 어떤 회사 제품이 사용됐는 지 확인해보는 게 흥미로운 일이 됐다. 특히 오랫동안 비밀주의를 고수해왔던 애플의 아이폰은 출시되자마자 인정사정없이 분해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은 내밀한 '속'을 들여다보고 싶은 소비자들과 개발자들의 호기심을 충족해준다. 그런 일만 전문적으로 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자제품을 분해하고 해체해 보는 일은 아마도 전자업계의 오래된 '습속(習俗)' 인 모양이다.의도나 속셈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호기심과 모방 욕구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수 있다.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이제 '분해와 해체'라는 전자업계의 오래된 습속이 로봇에게도 그대로 전이될 모양이다. 일본경제신문 테크니션팀들이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페퍼'를 분해해 봤다. 우선 머리 부분만. 전체를 다 해부하기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아니면 감정을 인식할 수 있는 센싱 기술이 가장 궁금했기 때문일까?

아무튼 본체로 부터 머리는 비교적 쉽게 분리됐다. 페퍼의 두개골을 열고 가장 먼저 확인한 사실은 '인텔 인사이드'였다. 인텔 인사이드는 PC를 사용하거나 조립하다보면 쉽게 접하는 용어다. 페퍼에는 인텔의 '아톰' 프로세서가 들어있었다. 머리를 본체에서 쉽게 분리할수 있다는 것은 앞으로 사용자들이 프로세서를 다른 것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수 있다. 아톰 프로세서 대신 다른 고성능 인텔 프로세서를 채택할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인텔말고 다른 반도체 업체의 프로세서로 바꿔 넣을수도 있을 것이다. 페퍼에 들어간 프로세서가 범용성이 크다면 쉽게 다른 프로세서로 교체할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프로세서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통째로 바꿀수도 있다. 앞으로 소프트뱅크가 머리 부분만 업그레이드 제품으로 판매할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부품은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 마이크로폰은 머리 윗부분에 있었다. 스피커는 머리 옆부분에 위치했다. 두개의 눈에는 심도 측정 카메라와 전송 기능이 탑재됐다. 한쪽 눈에는 적외선 신호를 포착할수 있는 심도 측정 카메라가 탑재되었고 신호는 다른 쪽 눈을 통해서 전송된다. 심도 측정 카메라는 대만의 에이수스 제품이라고 한다. 앞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중화되면 로봇 분해 해체 작업은 더욱 활기를 띨 것이다. 아직은 휴머노이드의 가격이 만만치 않아 힘들겠지만 가격이 하락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