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스바겐 공장

독일 폭스바겐에서 일하던 기술자가 로봇 작업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 로봇과 자동화시스템 도입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유럽에선 산업 현장에서 로봇 관련 사고가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산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산업용 로봇의 도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용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 도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까 주목하고 있다. 이번 사고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 등 유력 언론들도 비중있게 다루고 있어 산업용 로봇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번 사고는 독일 '카셀' 인근의 생산공장에서 발생했다. 21살의 젊은 기술자가 동료와 함께 로봇 설치 작업을 하던 중 로봇의 금속 부분이 근로자의 가슴을 타격했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는 로봇이 설치된 안전 펜스 안에 있었으며 부상을 입지 않은 근로자는 안전 펜스 밖에 위치해 있었다. 유럽에선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해 산업용 로봇을 안전 펜스안에 설치하는게 일반적이다. 다만 최근 보급되고 있는 협업용 로봇은 안전 펜스 없이 근로자와 로봇이 함께 같은 공간에서 작업을 수행한다. 협업 로봇은 근로자들이 다치지 않도록 부드로운 소재를 활용해 제작하고 있으며 근로자들이 로봇 가까이 가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는 기능도 들어있다.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로봇은 협업 로봇이 아니라 전통적인 의미의 산업용 로봇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는 로봇의 결함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폭스바겐측은 로봇 결함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로봇의 종류와 관련해선 최신 모델의 협업 로봇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번 근로자 사망사고는 인간이 인공 지능 로봇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지에 관한 의구심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 테크놀로지 분석가인 '폴 사포(Paul Sappo)'는 '파이내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산업용 로봇에 관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현 상황에선 타이밍이 '모든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산업 현장에서 많은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최근에 로봇 관련 사고가 증가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제조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치명적인 사고가 통계적으로 볼때 다른 분야보다 특별히 높은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3년 미국 제조업 부문에서 발생한 사망건수는 정규직 10만명당 2.1건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 2006년의 2.7건보다 낮은 수치다. 오히려 바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10만명당 사망 건수는 16.4건에 달한다. 제조업보다 무려 8배 이상 높다는 분석이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로봇밀도가 제조업 가운데 가장 높다. 최근들어 자동차에서 가전, 건강 등 분야로 로봇 도입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번 사고가 향후 산업용 로봇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별로 없겠지만, 당분간 안정성에 관한 논의가 확산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