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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공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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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7.21  23:3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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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전 무인자동차 주행기술을 연구하는 미국의 한 대학 교수가 자신의 연구 결과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0%를 줄여 지구온난화를 멈추는 데 기여하고, 자동차 사고도 십분의 일로 줄여 많은 생명을 구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 필자는 '연구주제는 나와 같은데 소위 대가들은 자기 포장을 참 잘하는구나' 하며 그냥 넘겼다.

이후 또 다른 미국인 교수는 핸드폰 바탕화면을 장식하는 앱을 개발하였다고 보여주었는데, 그 기능은 승용차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걷기를 많이 할수록 바탕화면 나무에 잎사귀 이미지가 많아지고 결국 꽃을 피우게 되는 간단한 것이었다. 그는 이 앱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동차를 덜 타고 걷기를 즐기도록 생활 습관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런 간단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이시대의 복잡한 삶과 사회의 변화를 이야기하다니 너무 과장이 심한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이 후에도 반복되는 유사한 경험을 통해 필자는 미국인들의 이같은 문제해결 방식들이 과장을 잘 해서도, 유식해서도 아닌, 우리와는 조금 다른 그들만의 접근방식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의 사고나 행동은 문제를 발견하거나 정의하고(why), 해결책을 탐색하며 고민한 후(what), 실제로 구현하는(how-to) 문제해결의 사이클에 충실해 보였다. 그들은 또 언제나 어떤 형태로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도록 문제를 해결한다는 구체적인 목적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기술이든, 제품이든, 서비스든, 그들이 제시한 솔루션 전후에 명확히 대비되는 변화를 찾아 갔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문제가 해결되고, 누군가의 고통이 해소되거나 완화되는 가시적인 변화가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든 엔지니어들이 문제를 해결하여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자신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뿌듯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엔지니어들은 일반적으로 사양을 정하는 것까지는 자신의 영역이 아니다. 사양이 주어지면 그때서야 비로소 그것에 만족하거나 초과달성하도록 기가 막히게 구현하는 능력을 자신의 임무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이 와중에서 엔지니어들은 자신을 언제든지 교체 가능한 부품의 수준으로 비하시키도 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교육에 문제라고 생각된다. 미국인의 공학교육이 ‘why’와 ‘what’에 강한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면, 우리에게는 어려서부터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문제의 파편’이 주어지면 그때서야 ‘how-to’만 집중 훈련하는 식이다. 불행히도 이같은 접근방식는 대학 교육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로봇 커뮤니티가 킬러앱을 갈망해 온 것도 저들과 반대 방향에서 출발했기 때문일 수 도 있다. 그 동안 우리는 로봇기술이라는 도구 활용을 전제로 이를 적용해 해결해야 할 문제, 그것도 세상을 크게 바꿀 문제만을 찾으려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기업들의 접근 방식 비슷했던 것 같다. 자신이 가진 최선의 ‘how-to’를 결합하여 제품을 먼저 만들었고, 잠재 고객이라 판단되는 그룹에게 제품을 나누어 주면서 어떻게 활용할지(what)를 고민하게 했었으니 말이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통해 제대로 된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커뮤니티에나 가치 있는 성장의 경험이 될 것이다. 다행히도 지난 십여 년 동안 연구개발을 진행하면서 톱다운/보텀업 또는 포워드/백워드의 시도 속에 다양한 경험이 쌓인 인재들이 키워진 것은 무엇보다 큰 자산이라 하겠다. 그런데 문제는 교육이다. 후학들에게 또다시 비슷한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깨우치고 바로잡는 과정을 겪게 할 것인가, 질문을 던져본다. 굳이 직접 체험하지 않고도 시행착오를 줄이게 하는 것, 이것이 교육의 힘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동안의 경험을 담아 우리의 공학교육, 좁게는 로봇교육이 전격적으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대학에서 '창의적 공학설계'라는 과목을 가르치면서 “다행스럽게도 공학은 천재만의 영역이 아니다, 우리 누구나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학생들을 부추긴다. 그리고 그들에게 세상을 바꾸어 볼 것을 주문하며 해결할 문제와 방법을 고민하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 구현 단계에서 도구로 쓸 수 있도록 로봇 키트와 소프트웨어, 유능한 조교를 야심차게 준비해 둔다.

그런데 누군가의 고통을 해결하거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실제 문제에서 출발할 경우, 로봇이 결정적인 해결책이 아닌 경우도 적지 않다. 로봇 키트가 주인공이 아닌 엑스트라에 그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 키트가 아예 대출조차 안되는 경우도 있다. 로봇이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매우 유연한 도구임에는 틀림없지만 동시에 로봇기술이 만능이 아니라는 사실과, 로봇기술을 어떻게 포지셔닝해야 하는지 시사점을 얻는 순간이기도 하다.

‘How-to’가 교육의 목적이라면 '골드버그장치 만들기' 등 재미있는 문제도 많다. 당연히 로봇은 바로 주인공이 되고, 학생들은 ‘how-to’에 집중하면서 더 열광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해결에 충실한 훈련, 세상을 바꾸는 훈련이 재미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필자는 계속 세상을 바꾸는 관점의 훈련에 집중할 생각이다.

기술과 환경의 변화가 워낙 빠르다 보니 교육 프로그램은 늘 뒤쫓는 입장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제 우리의 로봇교육은 세상의 변화를 보여주며, 크고 작은 관점에서 세상을 바꾸는 연습을 하는 과정이 되었으면 한다. 세상을 바꾸는 평범한 사람을 많이 키워 내는 사회, 그것이야말로 우리 교육이 지향할 방향이며 로봇산업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조혜경∙한성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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