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는 사람을 닮은 로봇을 일컫는다. 사람 처럼 두 다리로 걸어다니고 머리와 팔을 움직일 수 있다. 최근 등장한 휴머노이드는 희로애락을 얼굴에 드러내기도 한다. 인공 피부 기술 덕분에 로봇이 사람과 거의 유사한 피부를 갖는 일도 가능해졌다. 앞으로 기술 발전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 사람과 휴머노이드를 구분하는 게 힘들어질 수도 있다.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까지 갖춘다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로봇의 역습'이라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외관상 사람과 거의 유사한 휴머노이드의 출현은 지난 70년대 일본의 한 로봇 과학자가 제기한 '섬뜩한 계곡(Uncanny Valley)' 이론을 상기시킨다. ‘섬뜩한 계곡’ 이론은 일본의 로봇 공학자 '모리 마사히로' 박사가 처음으로 주장했다. 로봇이 사람과 비슷해질수록 호감이 증가하다가 ‘거의 비슷하지만 다른’ 단계에서는 섬뜩함을 느낀다는 이론이다. 마사히로 박사는 섬뜩한 단계를 지나 로봇이 사람과 완전히 똑같아지면 다시 호감도가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휴머노이드가 사람과 거의 비슷해지는 순간 혐오감이 생기는 현상에 관해선 그동안 여러 설명이 있었다. 고도로 발달한 얼굴 인식 기능의 부산물이라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거의 비슷한 얼굴이 개인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두려움때문이란 해석이 있다. 생김새가 사람과 똑 같은 로봇을 만들려는 시도는 섹스산업쪽에서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단지 외양만 사람을 닮는 것이 아니라 인공 지능, 가상현실(VR) 까지 접목된다. 최근 뉴욕타임즈는 한 업체가 개발 중인 섹스 로봇 '리얼보틱스(Realbotix)'가 '섬뜩한 계곡'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리얼돌(RealDoll)'이라는 성인용 인형을 제작하고 있는 '맥 멀렌(Mc Mullen)'은 최근 '리얼보틱스(Realbotics)'라는 성인용 인형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섹스 로봇'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생김새가 사람과 똑 같은 로봇을 개발해 공급하겠다는 것.

맥 멀렌은 지난 1996년부터 사람을 닮은 인형인 '리얼돌'을 제작해 공급하고 있다. 1인당 5천~1만 달러를 받고 고객 맞춤형 인형을 제작해준다. 전세계적으로 5천개가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들은 피부, 머리, 눈의 색깔을 지정할 수 있다. 생김새를 사람과 똑 같이 할수 있다면 과거 헤어졌던 연인을 닮은 인형, 죽은 아내와 비슷한 인형 등을 만드는게 앞으로 가능해질 것이다.

맥 멀렌은 '리얼보틱스'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리얼돌을 한단계 더 발전시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 등 로봇 업체에서 엔지니어들을 영입해 전담 팀을 구성했다. 핸슨 로보틱스는 사람과 놀라울 정도로 똑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핸슨 로보틱스 등 전문업체에서 엔지니어를 영입해 사람과 똑 같이 생긴 섹스 로봇을 만들겠다는게 맥 멀렌의 목표다. 맥 멀렌씨는 특히 '인공 지능' 기술을 리얼보틱스에 접목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람처럼 입을 움직이고 눈을 깜박일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가상현실(VR) 헤드셋을 도입하고, 가상의 도우미 처럼 활용할 수 있는 모바일 앱 기술도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섹스 로봇이 사람과 똑 같은 생김새를 하면 로봇 혐오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게 뉴욕타임즈의 우려다. 소위 '섬뜩한 계곡' 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

'섬뜩한 계곡' 이론을 처음으로 제기한 마사히로 모리는 인공 팔을 처음으로 만난 자신의 경험을 얘기한 적이 있다. 인공 팔과 처음으로 악수를 나누었을 때 팔의 재질과 차가움때문에 아주 놀랐다는 것. 리얼보틱스도 앞으로 이런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리얼보틱스는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헤쳐나갈까? 맥 멀렌은 사람의 생김새와 완전히 닮은 복제판이 아니라 인형 처럼 생긴 로봇을 개발해 '섬뜩함'의 문제를 피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람을 닮았지만 그래도 인형이라는 것을 알수 있는 로봇이 바로 그가 지향하는 목표인 모양이다. 그의 계획이 과연 실현될 지 두고볼 일이다.

맥 멀렌은 '리얼 보틱스'의 머리 부분을 2년안에 개발할 예정이다. 가격은 1만달러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객들이 리얼보틱스의 머리 부분만 구입해 기존의 '리얼 돌'의 몸체에 끼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머리 부분에 이어 전신 로봇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전신 로봇의 가격은 3만~6만 달러선이 될 전망이다. 앞으로 맥 멀렌이 내놓을 리얼보틱스가 과연 인간관계, 그리고 인간과 로봇간에 어떠한 미묘한 파장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휴머노이드의 윤리성 문제가 머지않은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농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