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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 '퍼시픽 림'... 절반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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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7.18  13: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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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특히, 로봇 장난감을 오랫 동안 수집하면서 많은 일본의 콜렉터들과 교류해 왔는데, 적지 않은 이들이 아주 독특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왜 우주의 모든 적들은 일본 만을 공격하느냐는 것이었다. 유난히 만화와 애니메이션, 이른바 특촬물이라 불리우는 고지라, 울트라맨, 가면라이더 류의 SFX 특수 촬영물이 발달한 일본. 그 작품들 속에서 항상 공격 당하고 불타고 송두리째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은 일본의 수많은 도시와 거리들이었다. 그런 작품들을 보고 성장한 어린 시절의 그들은 바로 그러한 것들이 재미나고 즐겼으면서도 현실처럼 다가와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다.

양철 로봇 장난감만을 30년째 모으고 있는 오사카 출신의 한 콜렉터는 정말이지 왜 영화나 텔레비전 속 우주 악당, 불을 뿜는 괴수, 거대한 로봇들은 왜 다른 나라 다 놔두고 일본만 짖밟고 공격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어른이 되면 괴수들이 좀처럼 쳐들어가지 않는 미국이나 유럽, 가까운 한국이나 대만에 가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곤 했었다고 말해 주었다.

연간 생산되는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서 애니메이션과 특촬물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일본. 그 중에서도 거대 괴수, 거대 로봇들이 등장하는 콘텐츠는 언제나 주류를 형성하게 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러한 현상이, 아무리 못잡아도 3000기 이상의 신을 한꺼번에 모시는, 그래서 유달리 신화가 많은 그들의 전통 문화적 배경과 그 상상력에서 출발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속내를 좀 더 파고 들어가 보면 그러한 현상은 결국 상업적 성공, 장사가 되었기 때문이라 분석이 되고 만다.

▲ 킹콩 대 고지라
1940년대 후반의 일본. 2차 세계대전의 패전으로 인한 상실감으로 극단적 사회 혼란을 겪던 당시, 무소불위의 거대 생명체가 도시를 휘젓고 다닌다는 내용의 1933년작 미국 영화 '킹콩'이 뒤늦게 개봉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여기에 맞추어 '킹콩'의 일본식 아류작들이 쏟아지던 중 탄생한 거대 괴수 영화 '고지라'(1954년)가 전무후무한 흥행 기록을 세우며 일본의 특촬 영화는 본격적인 출발을 하게 된다. 1954년 개봉 당시 961만명의 흥행 기록을 세웠는데, 당시 일본 인구가 대략 9000만명이었다고 하니 전 인구의 10% 이상이 영화 '고지라'를 본 것이다.

'고지라'는 고래를 뜻하는 '구지라'와 '고릴라'의 합성어. 영화 개봉 즈음 도쿄 우에노 동물원에 고릴라가 새로 들어 오면서 상당한 화제가 된 것도 배경이 되었지만 미국 영화 '킹콩'의 영향을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노골적으로 킹콩이 고지라와 맞대결을 펼치는 고지라 세번째 씨리즈 '킹콩 대 고지라'(1962년)는 역대 고지라 씨리즈 최고 기록인 1255만명의 흥행을 기록했다. 매출이 아닌 단순 입장객 수 기준으로 현재까지 일본 영화 흥행 10위 권 이내의 성적으로 남아 있을 정도이다. 믈론 '킹콩 대 고지라' 속 킹콩은 원작 영화 '킹콩'과 어떤 부분도 협의되지 않은 짝퉁 킹콩이었다.

그렇게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보니 일본의 수많은 영화인들은 너도 나도 특촬물에 뛰어 들었고 그 영향력은 애니메이션 계로 번져 나갔다. 그렇게 수많은 괴수와 괴생명체들이 지구 그 중에서도 일본 만을 집요하게 침략하니 그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매번 자위대의 탱크와 대포, 전투기로 대응해 보지만 그들은 초장에 박살이 나고 만다.

바로 그 순간, 그 괴생명체들에 맞서는 인간의 병기가 바로 거대 로봇들이었다. 거대 로봇은 1950년대의 '철인28호'에서 출발해 1960년대의 마징가제트와 자이언트 로보, 궤적은 다소 달리 하지만 이후의 건담과 에반게리온 등 애니메이션 콘텐츠 속에서 주로 거대체 악당들을 상대하게 된다. 물론, 특촬영화 속에서도 로봇 킹콩(아이언콩), 로봇 고지라(메카 고지라) 등의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표현 기술적인 문제로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한다. 주로 악당들은 실사로 등장하지만 그에 맞서는 거대 로봇들은 애니메이션이 주류를 이루었다고나 할까?

최근 개봉한 거대 로봇 소재 영화 '퍼시픽 림'을 보면서 필자는 길예모르 델 토로 감독의 추억과 정신세계를 엿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앞의 이야기에서 그 시대의 많은 일본인들이 왜 그 수많은 괴수들이 일본만 쳐들어 오는지 고민했다고 했는데, 그런 류의 몽상을 즐기던 적지 않은 서구 젊은이들은 왜 자기 나라에는 그런 괴수들이 쳐들어 오지 않는지, 그런 류의 영화가 왜 만들어지지 않는지 아쉬워했다고 한다. 상상력하면 어디 뒤지지 않는 젊은 날의 델 토로 감독도 그 중의 하나. 일본 괴수 영화, 거대 로봇 애니메이션 계보를 줄줄 꿰고 있다는 그의 오타쿠적 기질이라고 할까?

▲ 철인28호
그러나, 영화의 만족도는 딱 거기까지. 현란한 그래픽과 수많은 일본 괴수 영화 속에 나오는 장면들의 오마쥬처럼 느껴지는 격투 장면들. 그 '마징가제트' 의 그것, '투장 다이모스'의 조종 방식,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세계관 등 그것을 아는 이들이라면 아 저 장면, 아 저 구도하며 반길 수 있겠지만 과연 그 수가 얼마나 될까하는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 엄청난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영화 곳곳에서 발견되는 허투루한 스토리, 부족한 개연성, 도대체 왜 저 여자를 썼을까 싶은 캐스팅 문제 등 아쉬운 점들이 하나 둘이 아니며 그것은 오랜만에 등장한 거대 로봇 영화의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는 느낌마저 든다.

아니다 다를까, 엄청난 마케팅의 결과로 한국 내 흥행은 나름 순조롭지만 7월 12일 개봉한 미국 내 흥행 기록은 3830만달러, 영화사 자체 기대치의 30%에 불과하다고 한다. 더욱 슬픈 것은 지독히도 냉소적인 박스오피스 예측 언론들의, 말도 못하게 부정적인 예측마저 꽉 채우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어지간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차지한다는 개봉 첫 주 1위도 차지하지 못하고 3위에 만족해야 했다.

2차세계대전 이후, 패전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어찌어찌 탄생한 괴수 영화와 그 맞상대로써의 거대 로봇들. 철인28호, 자이안트 로보, 마징가제트 거기에 아톰과 같은 걸작 콘텐츠들이 어린이들을 로봇의 세계로 유인해 냈고, 그들이 성장하며 가진 로봇 과학자의 꿈이 오늘 날의 전자제국, 로봇 왕국 일본을 만들었다 평가하기도 한다.

재미나고 흥미롭지만, 나름 기분 좋게 볼 수도 있지만, 좀 더 아기자기 빼어나게 만들어서 그것을 본 어린이들이, 젊은이들이 거대 로봇에 대한 꿈을 꾸게 하는 것만으로도 '퍼시픽 림'의 역할은 훌륭하다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뭔가가 부족해 보이기만 하는 현실과 결과. 로봇 좋아하고 로봇 꿈꾸는 이의 마음 속에 실망이라는 거대 생명체 한 마리가 쿵쿵 아프게 걸음을 내디디는듯 하다. 김혁 테마파크 기획자, 테마파크파라다이스 대표

김혁  khege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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