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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업계 극일(克日) 해법은?장길수ㆍ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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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14  1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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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 캘리포니아주 포모나에서 열린 'DRC(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 결승전에서 '팀카이스트'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휴보'가 정상에 올랐다. 세계 각지에서 날라온 최고 기량의 로봇들이 갑작스럽게 다가온 재난 상황에 대비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했다. 내로라하는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수년간 공들여 개발한 로봇들이 경연을 펼치는 자리인데다 국가 대항전 성격까지 띠면서 이 대회는 일찌감치 전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런 대회에서 팀카이스트가 정상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은
우리 과학사에 한 획을 긋는 대사건임에 틀림없다.

팀카이스트의 우승 소식에 그동안 대회 경과를 숨죽여지켜보던 국내 과학계와 산업계는 환호 일색이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로봇 선진국들과 제대로 기량을 겨뤄볼 수 있는 위치에 섰다는 기대감으로 잔뜩 부풀었다. 하지만 '팀카이스트'를 이끌었던 카이스트의 오준호 교수는 환호만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우승 직후 로봇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오 교수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고 해서 우리 로봇이 세계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갈길이 멀다"라고 일갈했다. 또 "국민들이 보기에 국내 로봇 연구의 발전이 답답할 정도로 더디게 느껴지겠지만 앞으로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의 선구자이자 국내 최고의 권위자인 오 교수의 이 같은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휴보'의 우승 소식은 우리에게 더할 나위없는 최고의 기쁨을 주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이 순간의 환희를 온전히 누려보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환희는 오래가지 않는다. 우리 앞에 또 다른 무거운 현실이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환희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성찰의 시간이 온다. 과학계를 포함해서 우리 로봇 산업계가 당면한 문제가 간단치 않다는 점을 우리는 뼈아프게 인식하고 있다. 가정이기는 하지만 만일 이번 대회에 일본의 로봇 스타트업인 '섀프트'가 출전했다고 하면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일본 섀프트는 2014년 실시된 예선전에서 2위를 큰 점수차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작년에 1등을 차지한 일본 섀프트는 구글에 인수되면서 연구의 방향을 상업용 시장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이번 결승전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상업용 로봇에 전념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위를 떠나 팀카이스트가 섀프트와 제대로 겨뤄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굳이 일본의 섀프트 얘기를 꺼낸 이유는 국내 로봇산업에 미치는 일본 로봇계의 막대한 영향력 때문이다. 최근 본지는 창간 2주년을 맞아 로봇 산업계 전문가들을 모시고 로봇산업의 향후 과제에 관한 좌담회를 가졌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일본 로봇산업의 잠재력에 대해 높은 평가를 했다. 특히 로봇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에서 일본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봇에 들어가는 부품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일본 업체의 제품이 많다는 점을 국내 전문가들은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었다. 일종의 '트라우마'처럼 보이기 조차 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우리나라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던 50~60대에게 일본은 일종의 '넘사벽'이었다. 일본을 '모방의 천재'라고 애써 낮춰 보기도 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일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질투와 시샘으로 가득찼던 것은 아닌지 모른다. 그들의 철두철미함과 섬세함은 우리에겐 한계처럼 느껴졌다. 지금에 와서는 우리 전자산업이 소니를 극복했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마음 한편에선 과연 그럴까하는 일말의 의구심도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국내 로봇 전문가들에게 아직 일본의 로봇 산업은 '넘사벽'처럼 보인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결코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이 은연중 베어나온다. 국내 내로라하는 로봇업계 한 CEO는 "우리 로봇을 찬찬히 뜯어보면 핵심 부품 가운데 상당수가 일본 제품"이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우리가 과연 일본을 극복할수 있을 지 의구심이 든다고 얘기한다. 어쩌면 그게 우리의 현실인지도 모른다. 휴보의 DRC 우승의 이면에는 이 같은 우리 로봇산업의 안타까운 현실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물론 산업부와 로봇산업진흥원이 앞장서 로봇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일부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로봇산업의 인프라를 떠받치고 있는 핵심 부품은 취약하기 이를데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 일본 로봇산업계에 벤처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일본 아베 정부가 로봇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데다 일본의 로봇 기술력이 세계 최강 수준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아베 정부는 로봇혁명(robot revolution)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 미국 애플과 한국의 삼성전자 등에 빼았겼던 첨단 테크놀로지 분야의 주도권을 되찾아오려 하고 있다. 일본 보스턴컨설팅 그룹 대표 출신으로 지난 2000년 '드림 인큐베이터'라는 벤처 캐피털을 설립한 '코이치 호리' 컨설턴트는 "그동안 일본 벤처기업 투자에 인색했던 벤처캐피털들이 최근들어 일본 로봇 산업의 혁신성에 주목해 투자를 검토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미국의 테크놀로지 발전 추세를 따라잡지 못했던 일본이 인공지능 기반의 로봇산업을 앞세워 새로운 혁신을 꾀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보도 내용을 유추해보면 최근들어 일본 로봇 산업이 또 다른 도약의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로봇 업계가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한 일본 로봇 업체가 만든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야스카와 전기라는 로봇 및 자동화 업체가 '야스카와 부시도(무사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제작한 동영상이다. 사무라이 로봇과 무사도 최고수인 '이사오 마치'가 고난도 검술을 통해 자웅을 겨루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야스카와 전기는 이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이사오 마치의 동작을 모션 캡쳐 기술을 이용해 컴퓨터에 저장하고 이를 로봇에 이식했다. 로봇은 사람과의 대결에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사람은 지치지만 로봇은 전혀 지치지않는 모습이다.

야스카와 전기가 만든 동영상을 거론하는 이유는 회사 창립 100주년을 맞아 이 동영상을 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야스카와 전기가 창립 초창기부터 로봇을 만든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나라 로봇 업체보다 훨씬 앞서 로봇을 연구하고 개발했다는 것은 놀랍다. 일본 산업계의 깊은 내공을 느끼게 한다. 이런 기업들이 모여 일본의 로봇 산업 인프라를 형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령화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그들의 노하우는 세대를 넘어 이전되고 있다고 볼수 있다. 오랜 시간 체화된 로봇 기술력이 바로 일본의 로봇 산업을 지탱하는 '근원'이다.

이제 일본 로봇 산업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 노력만으로는 결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그 쉽지 않은 과제가 우리에게 놓여있다. 짧은 시간에 여러 분야에서 일본의 기술을 따라갔지만 여전히 로봇 분야는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포기하지않고 차근차근 한다면 로봇업계에 회자되던 '넘사벽'이란 말도 어느 순간 우리에게 먼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로봇업계의 저력을 믿는다. 장길수ㆍ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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