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니버설 로봇'의 산업용 로봇

자동차, 가전 등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신세대 로봇 도입 바람이 거세다. 그동안 제조업용 로봇은 이동성이 떨어지고 수행할 수 있는 작업도 단순했으나 최근들어 이동성이 개선되고 복잡한 공정을 처리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또한 현장 작업자와 협업 능력이 개선되고 인간 친화적인 기능이 강화되는 추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제조업 현장에서 로봇의 세대 교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글로벌 제조업 생산 시스템 전반에 걸쳐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분석한 생산 현장의 세대 교체 현상을 중심으로 산업용 로봇의 변화 양상을 소개한다.

경량화, 이동성 강화 등 새로운 로봇의 등장

로봇의 세대 교체 바람은 '지능화', '이동성 강화', '협업 능력 제고', '적용 분야 확대' 등을 특징으로 한다. 과거 생산 현장에 도입된 로봇은 덩치가 크고 현장 작업자에게 위협적인 존재였다. 로봇 팔을 움직이다보면 자칫 작업자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또 작업도 용접, 도색, 무거운 제품 옮기기 등 하나의 작업만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도입되는 산업용 로봇은 사람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 또 처리할 수 있는 일도 항공기 제작부터 스마트폰 제조까지 다양해졌다. 하나의 작업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게 중요한 특징이다.

로봇 가격이 하락하고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대규모 제조업체 뿐 아니라 소규모 공장들도 로봇을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로봇 가격의 하락으로 그동안 고임금 문제로 중국 등 동남아나 멕시코 등 남미 지역으로 생산 공장을 옮겼던 미국 제조업체들도 미국 본토에 산업용 로봇을 적극 도입해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굳이 중국이나 멕시코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 공급되는 로봇은 가전 제품 조립과 같은 정교한 작업도 처리할수 있다. 그동안 이들 공정은 아시아 지역의 저임금 노동자들에 주로 의존했다. 미국의 한 기업은 의류 생산 라인에 의류 제조용 로봇을 투입할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저임금 노임에 의존했던 의류산업 분야에도 로봇 도입 바람이 서서히 일고 있는 것이다. 미 아틀란타 지역에 위치한 스타트업 기업인 '소프트웨어 오토메이션'은 의류를 제조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을 도입하면 저임금 국가에서 의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임금 국가인 미국, 유럽 등에서도 의류생산이 충분히 가능해진다.

자동차 공장에도 새로운 로봇 도입 바람

자동차 산업은 산업용 로봇 도입이 가장 일반화 되어 있다. 자동차 산업계는 용접, 도색, 접합, 차체 이동 등 단순 분야에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보다 정교한 조립 공정은 숙련 노동자에 의존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특히 소형 부품 조립이나 배선 작업 등은 로봇이 하기 힘든 영역이었다.

하지만 이런 자동차 산업계의 추세도 최근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클레옹에 있는 르노자동차 공장은 유니버설 로봇의 산업용 로봇을 도입해 엔진에 나사 조이기를 하는 공정 등에 투입하고 있다. 로봇을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투입하고 있는 것. 이 곳 로봇은 50인치 이상 팔을 뻗을 수 있고 6축 회전이 가능하다. 이 로봇은 자동차 부품이 올바르게 들어갔는지 검사하는 작업도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르노 생산 공장에 들어간 로봇은 기존 로봇 보다 가볍다. 무게는 64파운드 정도. 르노 자동차의 '도미니크 그레이유'씨는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로봇을 쉽게 다른 곳으로 옮겨 다시 설치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르노는 15대의 유니버설 로봇을 도입했는데, 연말까지 배로 늘릴 계획이다.

로봇이 경량화되면 생산설비 투자도 유연하게 할 수 있다. 과거 로봇을 도입하면 공장에 볼트로 고정시켰기 때문에 유연하게 생산라인을 설계하기 힘들었다. 조지아텍 로봇소장인 '헨릭 크리스텐슨'은 "오직 하나의 목적에만 사용됐던 '구조화된 공장 기계들'을 쉽게 재설계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협업 능력의 제고

'협업 로봇'의 도입도 생산 현장의 큰 변화 중 하나다. 과거 산업용 로봇은 작업자의 근처에 위치해 작업자를 위협하는 일이 많았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강철로 만들어진 로봇 팔에 작업자가 다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협업 로봇은 카메라, 소나 등을 채택해 작업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 로봇 가까이 있으면 작업 속도를 낮추거나 아예 작동을 멈춘다.

이 같은 이노베이션은 자동차 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ABB나 리씽크 로보틱스 같은 업체들은 가전 제품 조립 라인을 위한 로봇을 내놓고 있다. 이들 로봇은 사람 가까이 위치해 작은 부품을 조립하는 공정에 투입할 수 있다. 단순히 용접하거나 도색하는 수준이 아니다. 보다 정교한 작업에 투입하는 것이다. 독일 로봇업체인 쿠카 로보틱스는 식기세척기 안에 튜브를 설치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해 지난 4월 독일 무역전시회에 선보였다. 쿠카의 로봇은 '힘 토크' 센서를 활용해 부품이 제대로 설치됐는지 검사할 수 있다. 마치 사람이 작업하는 것 처럼 부품을 살짝 살짝 움직이면서 고정할 수 있다.

▲ ABB의 산업용 로봇

로봇이 정교한 작업에 투입되는 사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미국내 JCB 레보러토리는 미국 켄터키주에 오는 11월 새로운 공장을 준공하는데 주사기에 약물을 투입하고 마개를 씌우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로봇은 일본 공장자동화 업체인 화낙에서 도입한다. 이 로봇은 사람보다 작업 속도가 5~6배 빠르다고 한다.

로봇을 사용하면 사람의 실수나 오염 문제도 많이 줄일 수 있다. 그들은 아무리 노동을 해도 피곤하지 않고 작업이 매우 정확하다. 만일 사람을 로봇으로 대체하면 생산직 노동자들을 보다 복잡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로봇을 도입하는 분야가 확대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ABB의 글로벌 로봇 담당 임원인 '페르 베가드 너세스'는 최근 시계, 면도, 칫솔, 장난감 제조 분야에서도 로봇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로봇 도입은 전세계적으로 확산 추세에 있다. 특히 중국은 적극적인 로봇 도입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재 중국은 종업원 1만명당 30대의 로봇을 도입하고 있다. 한국(437대), 일본(323대), 독일(282대), 미국(152대)에 비해 크게 뒤진다. 국제로봇연맹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내년중 산업용 로봇 도입대수가 북미 지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HS테크놀로지는 중국의 로봇 도입이 작년 5만5천대에서 오는 2019년 21만1천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뿐 아니라 북미, 아시아 등에도 산업용 로봇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이렇게 산업용 로봇 도입이 확산되면 글로벌 산업 지도는 다시 그려질 것이 분명하다.

▲ 종업원 1만명당 로봇 도입 대수

▲ 미국의 산업별 로봇 도입 분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