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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지능의 진화는 인간에게 약이 될까 독이 될까?조영조 ㆍETRI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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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5.25  21: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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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헐리우드 SF 영화는 사람의 지능 수준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로봇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올해 개봉한 ‘엑스 마키나’, ‘채비’, ‘어벤저스2’에서 등장하는 로봇들은 하나 같이 소위 ‘강한 인공지능’이라 불리는 의식이 있는 두뇌를 갖고 있다. ‘엑스 마키나’의 인공지능 로봇 ‘에바’는 일종의 튜링 테스트에서 인간 감정을 역이용하는 팜므 파탈식의 지능을 선보였고, ‘채비’에서는 기본적인 선한 심성을 갖고 있으나 환경을 통해 학습하는 지능을 갖는 로봇과, 사람의 의식과 지능을 다운로드 받아 그 사람의 삶을 이어가는 로봇이 등장한다. ‘어벤저스2’에서는 기본적으로 악한 심성의 인공지능을 받은 ‘울트론’과 착한 심성의 인공지능을 갖는 ‘비전’이 등장하여, 강한 인공지능의 미래가 선이 될 수도 있고 악이 될 수도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헐리우드의 로봇 영화들은 대체적으로 인간과 적대적 관계의 로봇을 그려냄으로써 일반인에게 로봇 지능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주고 있는 듯하다. 더군다나 2011년 IBM 왓슨 컴퓨터가 퀴즈쇼 ‘제퍼디’에서 인간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승하고, 최근 구글, IBM, 페이스북, 애플 등에서 딥러닝을 통해 획기적인 패턴인식과 음성인식 결과들을 공개하면서 기계의 사고능력이 사람을 앞서는 시기가 곧 도래하리라는 생각에 불안해 하는 사람들도 많아 보인다. 이 시기를 ‘특이점’이라 하여 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커즈와일’은 앞으로 30년 뒤인 2045년 정도에 이 시기가 올 것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로봇의 뇌에 해당되는 인공지능은 대부분 로봇의 몸과 분리된 상태로 발전하고 있어 로봇 지능을 사람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로 생각된다. 로봇은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갖고 운동하는 기계이기 때문에 로봇 지능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변화하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센서 시스템과 운동을 하는 몸체를 떼어 놓고 뇌 부분만을 강조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에서 로봇 지능은 뇌보다는 환경 인식과 유연한 운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로봇 센서를 통한 환경인식 문제는 환경의 다양성과 변화무쌍함 때문에 최근 각광받는 컴퓨터 시각을 통한 패턴 인식 문제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렵다. 또한, 현재 아무리 잘 만들어진 휴머노이드라 해도 1시간 이상 비정형 환경에서 이동하며 주어진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즉, 로봇 지능은 센서와 구동기, 동력원 같은 하드웨어적인 한계 때문에 컴퓨터 인공지능에 비해 발전 속도가 현저히 떨어져 지극히 초보적인 상태에 있다. 몸이 말을 안 듣고 감각기관도 잘 작동하지 않는데 뇌가 아무리 똑똑해도 인간을 위협할 수준의 로봇이 될 수 있을까?

인간에 비해 지극히 초보적인 수준이긴 하지만 로봇 지능(RI: Robot Intelligence)은 로봇이 세상에 등장한 이래 3단계 진화의 과정을 거쳐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1세대 RI는 환경 변화가 없는 작업 공간에서의 단순 이동 및 조작 지능으로 산업용 로봇 도입기인 1962년부터 활용되었고, 제2세대 RI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는 자가 센서 기반 이동 지능, 조작지능, 소셜 지능으로 199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서비스 로봇에 적용되어 왔다. 이어서 제3세대 RI는 인터넷에 공유되는 지능과 지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이동지능, 조작지능, 소셜 지능 등 다중 지능을 융·복합하는 것으로 2010년 말 이후에 실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제3세대 RI에는 인간의 명령과 프로그램에 따라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약한 인공지능이 결합하게 될 것이며 로봇에 있어서 인식과 운동 지능이 안정적으로 발휘되고 지속 가능한 동력원 문제를 해결하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로봇 지능의 진화에 따른 로봇 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왔다. 유해한 환경에서의 노동을 대체하고, 우주 및 해양 탐사를 통해 자원을 개발해 왔으며, 장애인과 노약자들의 인지 및 운동 능력을 보조하는 등 로봇은 인간의 착한 동반자로서 인간의 지시에 따라 잘 움직여 왔다. 물론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점점 빼앗아 간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지만, 인간의 능력을 모두 로봇이 대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이 다른 능력을 발휘하는 직업으로 이동하며 로봇과의 공존에 따른 이익을 잘 취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발전되어 갈 것이다. 문제는 강한 인공지능이 로봇에 심어지는 시대가 올 것이냐에 달려 있다. 현재의 반도체 기반 컴퓨터에서는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뇌를 완벽히 모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즉 특이점을 주장하는 미래학자들이 근거로 대고 있는 무어의 법칙이 현재와 같은 컴퓨터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순간이 곧 올 것이라는 말이다. 만일 새로운 물리학에 기초한 양자 컴퓨터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면 컴퓨터 두뇌가 인간을 뛰어넘는 날이 올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 때까지는 적어도 5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여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올해 초 미국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인류에 혜택을 주는 인공지능 글로벌 연구 프로그램을 위해 ‘삶의 미래연구소’에 1천만달러를 기부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최근 인공지능 연구자들 사이에 컴퓨터가 인간과 독립적으로 스스로 프로그래밍하는 일을 원천 봉쇄시키는 것 같은 안전한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에게는 미래 로봇 지능의 진화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도록 기술적 안전장치를 만들 수 있는 시간과 능력과 도덕성이 충분히 있다는 믿음을 갖고, 미래 인간에게 도움이 될 로봇 지능 기술 개발에 매진해도 좋을 것 같다. 조영조ㆍ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형인지기술연구부 책임연구원/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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