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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기 어려웠던 로봇방정식 “R + χ = iR ”변증남 KAIST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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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12  23: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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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 χ = iR ”. 이 방정식은 “로봇(R=Robot)에 무엇(χ)을 더하면 지능로봇(iR=Intelligent Robot)이 되겠는가?"라는 문제다.

요즈음 과학상식으로, 금방 χ=AI(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답을 생각해 낼만한 쉬운 문제 같다. 그러나, 30~40년 전 내가 로봇을 배우기 시작했던 옛날엔, 풀기가 쉽지 않은 고민스런 방정식이었다. 로봇이라는 게 기둥 같은 몸통에 덩치 큰 팔뚝이 달려있고 손가락 두 개짜리 손만 덜렁 가진 모양이었으며, 그것도 공장에서만 볼 수 있었기에, 그런 로봇을 ”지능“이란 형용사로 멋을 내봐야 어울릴 것 같지 않았다.

로봇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하던 80년대 초반 우리가 기업체 엔지니어들에게 소개할 때 강점으로 내세운 산업용 로봇의 두 키워드가 유연성(flexibility)과 다기능성(versatility)이었다. 기존의 전용 자동기계장치와는 달리, 산업용 로봇은 사람이 팔과 손을 쓰듯 다축(다자유도) 구조를 활용하여 유연한 동작으로 작업을 할 수 있고, 또한 여러 가지 다양한 종류의 작업도 기계는 그대로 두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만 변경하여 처리할 수 있다는 설명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흥미로워하고 놀라워하였다.

그런 중에 세계 연구 추세를 체크하러 도서관을 찾으면 이따금씩 '지능로봇'이란 단어가 눈길을 끈다. 내가 1982년도에 수행한 학교 기본 연구과제 제목이 “지능 산업용 로봇의 제어에 관한 연구”로 돼 있는 것을 보면, 산업용 로봇에게 무슨 지능을 부여하고 어떻게 다뤄야할지 꽤 궁금해 했던 것 같다. 1984년 여름에는 일찍부터 로봇분야 연구를 해 왔다는 일본의 한 원로교수를 단기 초청하여, 일본 학계, 산업계의 로봇 연구 활동에 대한 얘기와 함께, 관심사였던 “Intelligent Robot Systems"이라는 주제에 대해 강연을 청해 듣고 긴 질의응답시간도 가졌다. 사석에서 환담하면서까지 논의를 해보았으나 "지능(Intelligence)"이라는 개념이 어떤 특별한 방법, 기술로 로봇에 구현되는지 구체적 설명은 듣지 못하였다. 학자들이 연구비를 계속적으로 지원 받기 위해 곧잘 새로운 현학적 용어를 등장시키는데, 이 경우도 혹시 그런 유행어(trendy term)일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스쳤다. 사실, 자동제어(AC=Automatic Control)분야에서는 1970년에 K.S. Fu가 그 당시 새롭게 부각되고 있던 AI와의 접목을 시도하여 AC+AI=IC (Intelligent Control:지능제어)라는 신조어를 제안하였으며, 80년대에는 ‘IEEE 지능제어 웍크샵’이 열리는 등, 제어 분야의 한 지류를 형성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런 방법이 수학적이 아닌(덜 엄격한) 방법이라 생각하여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첫 '산업용 로봇 프로젝트' 이후 몇 년을 주로 산업용 로봇의 제어문제((PID→Optimal→Adaptive) Control)로 씨름하는 한편, 과기처와 과학재단의 지원을 받아 로봇을 이용한 공장자동화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랩이 산업용 로봇에 관한 연구에만 매달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강화하게 된다. 80년대 중반부터 산업용 로봇을 제작, 수입하여 판매하는 회사들이 여럿 생기면서 학교가 산업 현장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는 데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제한성이 분명해졌고, 앞서가는 리더를 양성해야 할 대학의 연구과제는 현실적이면서도 앞을 내다보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80년대 중반, 산업용 로봇에서 미래지향적인 다른 기능, 형태의 비(非)산업용 로봇으로 연구 내용을 옮긴다면 어떤 테마가 우리 실정에 적절할지 여러 관심있는 분들과 자주 논의하였다. 여러 가능성 중에, 산업용 로봇과 대조되는 '4각보행로봇'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산업용과 대조적으로, 이동성(mobility) 기능도 있고, 사람의 5감과 같은 각종 센서를 부착하여 자체 판단능력을 갖는 지능로봇 형태로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KAIST, ETRI 그리고 KIMM의 세 기관 연구원들이 공동연구팀을 구성하고 "다각 보행로봇 개발"이라는 국책 프로젝트 제안서를 제출한다. 고맙게도 이 계획이 1987년에 승인되었고, 나는 대형 과제의 책임자로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탈-산업용로봇 프로그램의 시작-신호탄을 쏘는 일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참여인력의 전문성을 참조한 4개의 세부과제 ((1)로봇의 기계학적 설계,제작 (KAIST 기계과) (2)서보제어계 구성(KIMM) (3)고급제어방법개발(ETRI) (4)시각장치 및 보조센서를 이용한 피드백 콘트롤러와 인공지능을 갖는 관리제어시스템의 개발(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로 분담하였는데, 우리 연구실 팀이 맡아 하기로 한 소과제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내용이 있었다. 즉, 관리제어시스템에 인공지능을 접목시키는 과업으로서, 그 당시 나는 ‘어떻게 인공지능(AI)을 구체적으로 로봇에 적용할 수 있을가?’에 대하여 막연한 그림만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내가 1년간 연구연가를 갈 수 있는 여건이 되어, AI도 배우고 미국이나 일본의 선진 로봇 연구 상황을 직접 견학하기로 하였다. 1987년 가을부터 한 학기동안 지인이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있는 미국 시라큐스대에 머물면서 그 학과에서 강의하는 AI과목을 수강하는 한편, '전문가시스템'과 같은 AI관련 강의 비데오 테입을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보며 공부하였다. 대학원 학생 때처럼 철저히 많이 배우지는 못하였으나, 로보틱스에 활용될 수 있는 AI기법들에 대한 대강의 큰 그림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나를 초청한 교수와 함께, 그 시점까지 알려진 로봇 관련 지능기법들에 대한 조사논문을 공동으로 집필하여 학술지에 발표하였다.

“Making Robots Intelligent: Incorporating AI Techniques in Robotics" 라는 제목의 이 논문을 통해, 다음과 같은 조사결과를 보고하였다: (i) iR에 대한 개념정의/스펙이 다양하다는 것, 그리고, 1987년 말 현재, 누구라도 인정, 동의하는 지능로봇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ii) 지능로봇이 보유하여야 할 주요기술 중 많이 언급되는 두 가지 큰 기술로 a.불확실성의 적절한 처리 (Handling Uncertainties) 능력과 b.학습(Learning)능력을 꼽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AI라는 숲을 보고 몇 나무 자세한 살핌이 있었으나, 그 분야의 전공자 같은 깊이를 갖지는 못했다는 부족함을 느끼며, 여러 종류의 AI기술들을 완전히 내 도구처럼 활용하려면 또 하나의 학위과정을 밟는 정도의 인고(忍苦)를 요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남은 6개월은 동경공대의 제어전공 교수 연구실에 머물면서 로봇을 다루는 여러 연구소를 방문하고 견학하였는데, 내가 만나 본 몇 몇 미국 대학의 컴퓨터학과 교수들이 장난감 같은 로봇을 이용하여 인공지능의 소프트웨어 실증실험을 하고 있었던 경우와 달리, 일본에서는 학교나 국립연구소, 기업체연구소 등에서 대단한 규모와 열정으로 여러 가지 로봇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참고: Int'l Federation of Robotics(IFR) Newsletter No.3 Nov., 1990 판에 소개된 1989년 말 현재 산업용 로봇을 보유한 국가 25개국에 대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보유 수량이 일본- 219,700대이며 미국- 37,00대였고, 한국은 그 때 그 리스트에 없었음)

연구연가 중, "다각보행로봇의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를 그 당시 개통되어 쓰이기 시작한 인터넷을 통해 교신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귀국한 1988년 가을부터는, 직접 대전과 창원을 오가는 여러 회의에 참여하면서 프로젝트를 진척시켜 나갔다. 드디어, 2차년도 사업을 마쳤던 1989년 여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半人半馬) “센토”(Centaur)라 명명된 우리의 '4각 보행로봇'이 몸체 무게 60kg을 이끌고 분당 33 m의 속도로 걸어 다니는 시연을 하게 된다. 89년 7월 3일자 매경신문에 “걸어다니는 로봇 탄생”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자료를 인용하자면, “(국내 최초로 탄생된) 이 로봇의 걸음마는 갓난 송아지의 걸음마 만큼이나 위태롭게 보였지만 5cm높이로 발을 들어 보폭 42cm의 한걸음 한걸음을 정확하게 떼어나갔다.”고 소개하며 지능형로봇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고 치켜세웠다. 미국이 이미 70년대에 6각 보행 로봇을 개발했다고 하고, 일본의 경우도 80년대 초에 4각 보행로봇에 대한 논문을 발표할 정도였으므로, 우리의 '센토' 로봇 등장은 늦은 데뷔였다. 그렇더라도, 첨단 시각장치와 촉각센서, 힘센서등 여러 보조장치를 부착하여 지형,계단의 불확실한 상황을 감지,수집한 데이터에 AI기술을 적용하여 걸음새를 결정하도록 한 것은 진일보한 버전이었다.

그 당시 우리가 개발한 4각보행로봇은 한동안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한 경제신문의 후원하에 코엑스에서 열렸던 KIECO '90 전시회에 출품되어 여러 개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모도 며칠간 반복하였다. 그런 식으로 특히 청소년 학생들로부터 환호를 샀던 보행로봇 데모의 화려한 이면에는 아찔한 사고가 될 뻔한 에피소드도 있다. 실험실에서 있었던 일인데, 로봇 몸체의 높이를 손으로 조정하던 중, 60kg짜리 쇳덩어리 로봇이 기울어져 넘어지는 상황이 발생하자 그 작업을 하던 학생연구원이 로봇을 껴안고 같이 넘어졌다고 한다. 순간적으로 망가질 것 같아 그랬다는 것이다. 신체적으로 약간의 찰과상 정도였다고 하여 큰 소동없이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그 사건을 계기로, “로봇은 사람과 달리 매우 위험한 물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내내 공유하게 된다. 우리의 '4각보행로봇'에 대한 연구는 1990년 여름 3년짜리 프로젝트로 마무리 되었다. 그 당시 국내 연구 지원, 인력구조 형편상 이런 연구 내용이 지속 지원되어 실용적인 과실로 연결되지 못한 것은 퍽 아쉽다.

요즈음 유튜브 동영상에 보스턴 다이나믹스사의 사각보행로봇(Spot Robot)이 발길질에도 넘어지지 않고 꽤 울퉁불퉁한 언덕도 씩씩하게 오르는 모습을 보니, 새삼스레 우리가 개발했던 옛날 '센토'를 기억나게 한다.

이제, 방정식 “R + χ = iR ” 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자. 이 방정식에서 제일 주목을 받는 “지능(형)로봇(intelligent Robot=iR)”이란 말에서, '지능(형)'이란 수식어의 역할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원래 “로봇”은 소설세계에 처음 등장했던 존재로 사람의 형태를 가지면서 사람처럼 일하는 기계였다. 그런데, 수 십 년이 지나 현실세계에 탄생된 로봇은 초반의 모양이나 기능이 너무나 엉뚱하였다. 이런 특별한 기계를 기능, 정서적으로 인간과 연결시켜주는 교량 역할을 하는 어휘가 지능(형)이다. 지능은 상당히 매력적인 말이다. 높은 지능을 가진 사람은 대단한 부러움을 산다. 그래서인지 사물이나 개념에 형용사 “intelligent"를 붙여 돋보이게 하려는 경향도 있다. 70년대 컴퓨터 입력장치에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내장하면서 이를 지능터미날(intelligent terminal)이라 한 적이 있다. 기존의 입력장치를 바보터미날(dumb terminal)로 격하하였다. 우리도 HWRS-ERC에서 설계한 주거공간을 ”인텔리전트 스위트 홈"이라 불렀으며, 애플이 자체 운영체계(OS)를 iOS라 부르는 것도 지능이라는 말이 주는 매력 때문일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 지능이라면, 인공 지능은 인간이 기계에게 부여하는 능력이다. 이런 맥락에서 인공지능(AI)이란 말도 덩달아 근사하다는 취급을 받는다. AI는 스필버그의 영화제목이기도 했고, 며칠 전 우리나라 한 방송국에서 진행했던 대중 강연의 주제였다. 또, 우리의 30년 뒤 세계를 다룬 “유엔미래보고서 2045”에도 AI가 핵심 주제 중 하나로 나온다.

그런데, 말(語彙)이란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릴수록 넓고 다양한 의미가 함축되어 녹아있게 마련이다. “지능”의 의미도 상당히 복잡하게 이해되고 있으며, “인공지능”도 기술적으로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인공지능을 크게 AI(Artificial Intelligence), BI(Biological Intellgience) 및 CI(Computational Intellgence)라는 분류체계에 포함하여 구별한다든지, 직접 RI(Robot Intelligence)를 다루면서 1G, 2G 및 3G(Generation)로 나누어 이해하는 예(최근 <로봇신문>에 소개된 “다중지능로봇 융합클러스터 심포지움” 참조)도 있다.

이와 같이 생각할 때, 방정식 “R + χ = iR”을 다루기 위하여는 먼저 iR에 대한 구체적 기술(Description),스펙을 정한 후에 그런 로봇을 만들기 위한 인공지능 기술로 어떤 것이 적절할지 답을 유추해 내는 과정을 추천하고 싶다. 우리 랩의 경우, 90년대에 접어들면서 노약자,장애인을 위한 보조로봇(Assistive Robot)을 주목하게 되고 우리의 지능로봇(iR)으로 인간친화적인 복지로봇을 목표로 정하게 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AI 기술로서 SCT(Soft Computing Techniques)로도 알려진 계산지능(CI) 기술, 즉, 퍼지(FUZZY), 인공신경망(ANN), 진화연산(EC) 기술들이 활용된다는 내용을 다음 글에서 얘기하기로 하겠다. 변증남ㆍ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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