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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로봇(Friend Robot)의 조건변증남 KAIST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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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01  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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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쯤 있었던 일이다. 과학재단에 제출한 “인간친화 복지로봇연구센터” 설립제안서가 도전 두 번째 만에 선정되어, 축제분위기로 첫 운영회의를 마치고 위원들과 저녁을 하게 되었다.

식사장소를 추천한 동료교수가 인사차 잠시 자리한 음식점 여주인에게, “이 분들이 앞으로 인간친화복지로봇을 만들 대단한 분들”이라고 소개를 한다. 인사말이 오간 뒤, 그녀가 당혹스런 표정으로 그게 무슨 로봇이냐 되물었고, 떠들썩한 설명들이 쏟아졌으나, 결국 알기 쉽게, “친구같은 로봇의 일종‘이라는 표현으로 낙착되었다. 그런데, 바빠서 곧 나갈 것 같던 여주인께서 다시 앉으며 정색을 하고 말을 건다. 친구로봇이라면 자기 같은 사람한테 꼭 필요하다, 혼자 지내다 보니 가끔 매우 적적할 때가 있는데, 그런 로봇을 하나 사서 친구로 삼고 싶다- 대략 그런 내용이었다. 우리는 웃으며 10년쯤 기다리면 근사한 친구로봇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장담하였다. 그 날, 여주인의 특별 배려로 푸짐한 곁들임 음식(side dish)으로 대접도 잘 받았다.

그런데 그 후, 필자를 포함해서 운영 위원들 중 아무도 그렇게 유난스레 장담했던 일을 생각해 낸 사람이 없다. ”기억은 자존심에 굴복한다-(Nitsche)"고 했던가? 우리는 개발자 입장에서 주장하는 ’친절한 로봇‘, 즉, 프렌들리 로봇(Friendly Robot)의 초기 버전을 만들었을 뿐, 사용자 입장에서 느끼는 진정한 벗이 되는 친구로봇(Friend Robot)을 구현하는 대단한 일은 해내지 못한 것이다. 아쉽고 죄송스럽다.

친구로봇은 사용자가 느끼기에 인간친구와 같은 친한 기분을 주는 로봇을 말한다. 보통, 가볍게 아는 사이에 대하여도 친구라는 말이 쓰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누구라도 마음이 여유롭고 상상력이 넘칠 나이에는 웬만한 로봇이라도 쉽게 친구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사전에서는 친구를 ‘함께 어울리는 사람’ 정도, 또는 좀 더 구체적으로 "호의(affection), 존중(regard)의 감정을 갖고 대하는 사람"이라 설명한다. 요즈음엔, 얼굴 한 번 본적 없어도 친구라 부르는 페북친구도 있다.

그런데, 외롭거나 무료하여 절실하게 친구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친구라는 의미가 가볍지 않다. 박인수가 노래한 “친구이야기”에 나오는 “친구”는 “(많지 않아도 그리고 자주 만날 수 없어도) 소중하고 행복을 주는 사람”으로 돼 있다. 노래방에서 조용필의 “친구여”를 함께 부를 때는 아르바이트하며 어렵게 지냈던 학창시절에 함께 꿈을 꾸던 그리운 옛 친구를 떠올리게 된다. 내 경우를 봐도, 많은 사람들을 친구라 부르고 있는데, 종류도 적지 않고 친한 모습도 다양하다. 어려서부터 한 동네 같은 학교를 다니며 오래 사귀어 온 죽마고우도 몇명 있고, 나이들어 대학이나 군대, 직장 그리고 사회생활을 통해 가까워져, 서로 친구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들이 꽤 많다. 외국인 친구도 상당 수 있다.

복잡한 사회생활을 잘 영위하려면 많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착한 요령이라 하여, 친구는 다다익선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친구가 중요하다”,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며 귀 따갑게 어려서부터 들어온 어른들의 처세훈도 있고, “만일 당신이 나에게 당신의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준다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 줄 수 있다-(세르반테스)”와 같은 말들이 아무나하고 친구사이 되는 것에 제동을 건다. 역사를 통해 관포지교와 같은 위대한 우정 스토리를 알게 되면서, 부지불식간 내게 형성된 친구 개념은 사뭇 이상적인 인간관계 근처에 가 있다.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지만, 신상 조사자료 문항 중에 2~3명의 절친한 친구를 적으라는 난을 대할 때마다 새삼스레 나에게 진정한 친구란 어떤 의미인가 생각하며 머뭇거린 적이 있다.

이처럼, 사람이 사람을 친구로 여기는 일이 입장 따라 바뀌고 성향 따라 다른데, 하물며, 사람이 로봇을 친구로 한다는 것이 그리 쉽게 이해될 일이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미래사회에는 로봇친구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면, 그런 로봇이 갖춰야할 조건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따져보는 것은 당연한 준비단계라 본다.

이견들이 여럿 있겠으나, 필자 생각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친구가 되기 위하여 꼭 필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 그것은 공감능력이다. 명언집에 실린 말 중, “진짜 친구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다.-(아리스토텔레스)"라든지,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믿어야하고, 친구들은 서로 이해해야 한다-( 아벨 보나르)"라는 말들이, 곧 ”공감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둘이 만나, 얘기를 나눌 때 공감하는 바가 없는 사이면 친구가 될 수 없다. 공감한다는 것은 상대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희로애락의 공유 뿐 아니라 내가 자부심 느끼는 것들을 함께 자랑스러워하고, 더 나아가, 약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격려할 줄 아는 것이 공감하는 친구의 마음가짐이다. 대화할 때는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 묻고 슬쩍 이견도 표할 수 있어야한다. 로봇의 경우에도, 공감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응, 응, 그래, 그래‘”-식의 응수만이어선 안 된다. 듣는 말이 전에 한 말과 다르면 지적도 하고 왜 그런지도 알아 내야한다. 언어적 표현만 갖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표정과 옷차림, 제스쳐 등 상대의 주변을 잘 인식하여 그의 기분이나 마음의 상태를 읽고 이해하려 해야 한다.

공감표현의 요령과 관련하여,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다. 로봇에게는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표현, 행동하는 것이 생명이지만, 모순되거나 비논리적으로 들리는 상대 인간의 표현에 대하여, 지적하는 대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략된 가정(assumption)을 찾으면, 모순스런 명제도 용납할 수 있다. 대화 소통 중에, 정확하고 논리적인 것을 고집하는 것이 공감관계에 해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아 둬야 한다. “확신은 거짓말보다 위험한 진리의 적이다. (니이체)”라는 말은 나이든 사람들을 위한 설득력 있는 명언이다.

필자가 내 또래 친구들을 만나 얘길 나누다 보니, 자기 경험과 자기가 알고 있는 바에 확신하여 남의 얘길 듣지 않으려는 사람도 적지 않고, 나름대로는 정곡을 찌르는 핵심을 얘기하는데 주변으로부터 동감을 얻기보다 외면을 당하는 경우를 발견하곤 한다. 오히려 구름잡는 얘기, 유머나 조크, 또는 비유를 말하는 것이 더 인기 있다.

공감능력이 큰 사람도 있고 크지 않은 이도 있으니, 로봇의 경우에도 단번에 완전한 공감능력을 부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학습과정을 통해 각 사용자에게 적합한 공감능력을 강화하는 접근방법이 유효하다고 본다. 기술적으로는 퍼지와 같은 계산지능기법에 기반한 감성공학분야 툴(tool)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내용적으로는 데일 카네기의 “친구 만드는 법(How to win a friend)”과 같은 책 내용도 참고가 될 것이다. 그리고, 베런-코언 (Simon Baron-Cohen)이 개발했다는 공감지수테스트(Empathy Quotient Test)항목을 잘 분석, 활용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IQ 테스트가 저능아를 도울 목적으로 개발된 것처럼, EQ 테스트도 처음에는 자페증 어린이와 같이 정서적 결핍을 갖는 아이를 가려내는데 일조하기 위하여 개발되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역으로 잘 활용하여 EQ 점수를 높히도록 구현하면 적어도 공감능력 제로(Zero)의 꼴통로봇은 되지 않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친구로봇은 무엇보다 감성을 중요시하므로 휴머노이드 타입의 기계적 로봇이 아니어도 가능할 것 같다. 로봇이 소프트웨어로봇 형태를 취하고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다면, 적절한 각종 첨단 입력장치를 통하여 로봇-휴먼 간의 소통과 인터랙션을 현실감 있게 구현할 수 있고, 훌륭하게 “친구로봇”의 역할을 수행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변증남ㆍ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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