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福岡)는 일본에서 도쿄, 오사카, 나고야에 이어 4번째로 큰 도시이다. 1889년 사무라이의 영향력이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던 시절, 상인들의 거주 지역 하카다(博多)와 사무라이들이 모여 살던 후쿠오카가 통합하면서 탄생하게 되었다. 세가 약했던 후쿠오카가 통합 지명이 된 것은 사무라이의 완력이 드세었던 탓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러한 통합당시의 흔적들은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 행정 구역 명칭으로 하카다구가 있고 도시를 대표하는 시설에 그 이름들을 번갈아 쓰고 있기도 하다. 공항은 후쿠오카공항이지만, 철도역과 국제여객터미널은 하카다역과 하카다항으로 부르는 식이다. .

후쿠오카는 관광, 식도락의 도시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곳이 일본의 로봇마니아와 로봇 산업 종사자에게 상당히 친숙한 도시라는 사실은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후쿠오카는 로봇에 대한 인식이 높은 일본 내에서도 특히 그 비중이 높은 지역에 해당한다. 도시 전체가 로봇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시청이 직접 ‘로봇과 만나는 도시, 후쿠오카’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로봇 산업 육성과 로봇 문화 확대에 적극적이다. 일본 내에서 로봇 관련 산업의 혜택이 가장 많은 곳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후쿠오카시는 2003년 로봇 축구대회 로보컵을 유치한 뒤로 로봇을 도시 기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로봇 연구로 유명한 인근의 기타큐슈대학과 협력해 로봇 연구 조직을 지원하고, 소규모 로봇 기업들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로봇 산업 단지를 기획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로봇 경진 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후쿠오카에서 로봇 문화를 대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곳이 로보스퀘어(Robosquare), 후쿠오카의 랜드마크 후쿠오카타워 바로 옆 TNC(서일본방송) 방송회관 2층에 위치한 로봇 체험관이다. 하카타역과는 조금 떨어진 거리지만 어지간한 시내 버스가 대부분 경유하는 곳으로 후쿠오카의 자부심, 다이에 호크스 야구단의 돔구장(야후재팬 돔)과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명칭과 체험관이라는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이 로보스퀘어는 로봇 도시를 표방한 후쿠오카에서 시민들에게 로봇 문화를 체험하고 알려 주도록 만든 공간이다. 가까운 전철이 없어 주로 버스나 택시로 도착하게 되는데, 건물 앞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곳곳에 나붙은 로봇 광고들이 멋들어지게 사람들을 맞이하지만 정작 그 공간은 생각보다 작다. 그 명칭 만으로 로보스퀘어를 찾는 사람들은 꽤나 큰 규모의 로봇 박물관이나 로봇 테마파크가 아닐까 생각하지만, 의외로 규모가 작다. 우리 식으로 친다면 대략 150여평 조금 큰 실습실 정도의 공간에 다양한 로봇을 전시하는 공간과 조립하고 연구할 수 있는 공공 실습실, 로봇과 조립물을 중심으로 매대를 꾸린 판매 공간과 사무실로 나뉘어져 있다. 전시 공간에는 일정한 시간에 따라 로봇들의 공연이 펼쳐지기도 하는데, 우리나라 공연용 로봇들의 공연도 여러 차례 이루어졌다.

로봇스퀘어에 전시된 로봇들은 대부분 기성품으로 출시된 것들. 그리 대단한 로봇들, 심오한 신기술의 로봇을 발견할 수 없어 이게 첨단 전시관인가하는 실망감이 들 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상용화된 현대 일본 로봇, 그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 가치를 가진 로봇, 거품을 뺐다면 뺐다고 할 로봇들이 전시되어 있어 건조하게 일본 현대 로봇 기술의 발전 현황을 마주칠 수 있는 곳으로 받아 들여진다. 시민들의 발걸음도 꾸준해서 2013년 6월 개관 11년 만에 방문객 15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150여평 규모의 실내 전시관 규모를 감안했을 때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그곳에는 어마어마하게 첨단이라거나, 경외심이 저절로 들 정도로 놀라운 기술도 아니고, 그냥 현재 팔리는 현실 속의 로봇들이 전시돼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그냥 구입할 수도 있는 로봇들이어서 관람객들에게는실망감을 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곳에는 자동차 영업소에서 반짝 반짝 잘 닦여진 자동차를 보고 멋지다며 감탄하다가 불쑥 계약을 하는 것처럼 언제든지 소유하고 만져볼 수 있는 로봇들이 오히려 현실감을 넘쳐나게 해준다. 입장료도 받지 않는 그곳을 찬찬히 돌아 보면 실망감은 이내 현실적 느낌, 아! 벌써 로봇이 이렇게 우리 삶 속에 깊숙히 들어와 있구나하는 느낌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후쿠오카의 로보스퀘어에서 언제나 최고로 크고, 최고로 돈 많이 들이고, 최첨단이어야 한다는 고집을 버리지 못한 우리네 현실이 읽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부해야지, 뭔가 배워가야지 기를 쓰고 찾아 온 것이 아니라 그저 동네 마실 나오듯 느긋하게 놀러 나와 로봇들을 보며 눈을 반짝거리는 시민들, 아이들을 바라 보며 우리네 현실을 떠올린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에 잠겨 본다. ▒ 김혁 ∙ 테마파크 기획자, 테마파크파라다이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