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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현실계에 발을 들여놓다.
11월이 되면 항상 휴머노이드 학회가 기다려진다. 이번엔 얼마나 좋은 논문들이 발표가 될까 하는 기대로 학회 참석이 언제나 즐겁다. 휴머노이드 학회는 다른 로봇 학회와는 달리 휴머노이드 로봇에 집중하기 때문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연구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관심과 애정이 상당히 많이 가는 학회이다. 이 학회에 참석하시는 많은 학자 분들이 필자와 같은 마음으로 오시는지 학회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한 가족 같이 금방 친해지고 여기저기서 이야기꽃이 피워졌다.
휴머노이드 학회는 2박 3일 동안 열리는 작은 학회이다. 더구나 논문 발표가 여러 방에 나누어져서 동시에 발표되는 것이 아니라 참석자 모두가 다 같이 한 장소에 모여서 한 개의 논문만 발표하고 경청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래서 휴머노이드 학회에서 논문을 처음 발표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은 청중들 때문에 당황스러워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참석자 모두가 논문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져주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이 진정한 동료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이 학회를 좋아한다.
실험실보다 현실 임무에 초점이 맞추어진 이번 학회
휴머노이드 학회는 해마다 그 규모와 내용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만큼 이번에도 2013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렸을 때보다 훨씬 좋은 논문들이 쏟아졌다. 특히 2013년다르파로보틱스챌린지에 참가했던 팀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이론을 경쟁적으로 발표했기에 논문들이 보다 실질적이고 살아 있다고 느껴졌다. 지금까지의 휴머노이드 논문들은 2족보행에 집중하거나 아니면 사람/사물 인식방법 또는 매니퓰레이션이 주된 주제들이었는데 이번에는 다르파로보틱스챌린지와 같이 실질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그래서 이제는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가 실험실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실제 세상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2015년 6월에 열릴 다르파로보틱스챌린지 결선에 임하는 결의들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이번 결선에서는 좋은 결과를 보여줄 것으로 주목받는 자타 공인 팀들이 있다. 그중에 가장 두드러진 팀은 2013년 12월에 열린 다르파로보틱스챌린지 트라이얼 대회에서 2등을 했던 제리 프랫 (Jerry Pratt) 교수가 이끄는 Ihmc와 새로 합류하게 될 동경대학교의 이나바 (Inaba) 교수가 이끌고 있는 Inaba lab. 이다. 각각 플래너리 토크 시간을 할당받아 각 1시간씩 그간의 연구 결과와 앞으로의 계획들을 발표했는데, 내 예상을 뛰어 넘는 훌륭한 연구 성과들을 보고 넋을 잃고 말았다. 다르파로보틱스챌린지 결선에 대한 전초전 격인 이번 학회에서 두 연구실의 기 싸움이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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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T에서는 ATLAS 로봇이 다르파로보틱스챌린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전신 제어 방법을 발표했다. |
그렇게 다르파로보틱스챌린지 결선에 진출하는 대부분의 팀들이 자신들의 연구 성과들을 발표하고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는 모습들에서 대회의 경쟁자가 아닌 같은 동료 연구자로서 진실을 추구하는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정신이 우리 사회를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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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뮌헨대학은 로봇이 인간의 행동을 보고 배우는 방법과 그 실험 결과를 보여줘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
학회에 전시하러 나온 기업들의 전시들도 볼만했다. 학회 장소가 스페인인만큼 스페인의 대표 로봇 PAL 로보틱스의 REEM 시리즈 로봇들과 유럽의 대표 로봇인 IIT대학교의 iCub 가 전시장에 나타나 기량을 뽐내었다. 그리고 필자가 가지고 간 로보티즈의 똘망도 그에 질세라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시품들에서 받은 인상은 이제 휴머노이드의 스케일이 실제 생활에서 쓸 수 있는 1.2~1.8m 키의 사이즈의 시대로 본격적으로 들어섰다는 점이었다. 이전에는 30~60 cm 의 휴머노이드 플랫폼들이 대세였다면 이제는 1.2m 이상의 플랫폼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휴머노이드의 역량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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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회에서 전시중인 로보티즈의 똘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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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L로보틱스의 REEM-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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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IT대학교의 iCub |
이번 휴머노이드 2014 학회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크게 성장한 모습이었다. 특히 다르파로보틱스챌린지가 끌어내는 동력이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내년 2015 휴머노이드 학회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된다. 그때 또한 얼마나 많은 좋은 논문들이 학회를 빛낼 수 있을까 기대된다. 특히 세계에 대한민국 로봇의 역량을 세계에 뽐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내년 휴머노이드 학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많은 로봇 관계자들이 알짜배기 학회인 휴머노이드 학회에 주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 본 기사는 '월간로봇' 12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표기는 '월간로봇'의 규정에 따랐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