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오 한국로봇산업협회장이 글로벌 3대 로봇 강국 도약을 위한 도전과 전략이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기술혁신보다 사회혁신이 먼저다"

김진오 한국로봇산업협회 회장(광운대 명예교수겸 로봇앤드디자인 대표)은 “글로벌 3대 로봇 강국 도약을 위한 도전과 전략”이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에서 그동안 우리나라가 기술혁신 중심의 연구 과제에 집중하면서 충분히 실패를 경험했다며 이제는 기술혁신 보다는 사회혁신이 먼저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는 현재 인구소멸, 지방소멸, 제조소멸 등 3중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국내 로봇산업의 글로벌 3대 강국 진입에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 김진오 한국로봇산업협회장이 글로벌 3대 로봇 강국 도약을 위한 도전과 전략이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그동안 로봇산업계가 로봇의 애플리케이션을 확장하는 ‘로봇 플러스(Robot Plus)’ 측면의 시도를 많이 했다면, 지금은 로봇산업 바깥에서 로봇산업 쪽으로 다가오는 ‘로봇 러시(Robot Rush)'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로봇산업이 큰 변곡점을 맞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지금은 '시장 대응(로봇 러시)'을 잘 하면 되는 시기로 넘어가고 있다는 게 긍정적"이라며, 로봇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들이 많아지고 있고 바뀌고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앞으로 10년간 우리가 로봇산업을 어떻게 육성하느냐에 로봇 3대 강국의 성패 여부가 달려있다고 했다. 앞으로 로봇 활용 능력이 국가 경쟁력의 지표이자, 국민의 삶을 나타내는 지표가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로봇산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기술혁신 중심의 현행 국가 로봇 연구 과제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정부에서 나온 연구 과제를 보면 실제로 하고 싶은 과제가 별로 없고,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들이 기술 혁신 중심의 정부 연구 과제를 따려고 매달리고 있는현실을 보면서 정부가 고객이 되는 로봇산업 구조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회장은 기술혁신보다는 사회 혁신에 주력해야한다고 비전도 제시했다. "우리 로봇산업은 그동안 사회혁신보다는 기술혁신을 중시했다"며, "앞으로는 작업 혁신을 포함한 사회혁신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사회혁신 없는 로봇 연구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일침이다.

▲ 김진오 한국로봇산업협회장이 글로벌 3대 로봇 강국 도약을 위한 도전과 전략이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사회혁신 없는 로봇 연구 사례로 소방 로봇 개발을 꼽았다. 프랑스는 '콜로서스'라는 화재 진압 로봇을 실제 투입했는데 우리나라는 5년간 33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화재진압 로봇을 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 이는 기술 혁신은 이뤘지만 사회 혁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로봇 SI 육성에 관한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SI라고 하면 단순히 자기 기술 없이 기술을 연결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며, 앞으로는 SI라기보다는 '건축가'라는 의미에서 SA(시스템 아키텍처)라는 용어를 쓰자고 제안했다.

김 회장은 로봇 3대 강국이 되려면 로봇 러시(Robot Rush)에 대응해 직업 전환을 위한 인력 양성 강화, 로봇자동화 전환(시스템 아키텍쳐 능력 강화, 협업공동체 육성), 로봇비즈니스 전환(로보틱스 4.0 강화 등)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나라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교육과 연구보다 사업화 대상을 발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12년 10월 지식경제부가 마련한 '로봇미래전략(2013~2022)'에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로봇 기술을 "잘 만드는 국가"보다는 "잘 활용하는 국가"를 비전으로 제시했으나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또 2020년 정부가 발표한 3차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3년까지 글로벌 4대 로봇 강국으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당시 3대 강국 목표를 포기한 것을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김 회장은 최근 정부가 ‘자율제조‘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바라는 것은 오히려 '24/8 유연생산'을 이루는 것이라고 전했다. 사람이 8시간 일하고 로봇은 24시간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게 현장에서 더 필요한 기술이란 설명이다.

김 회장은 '로봇 러시'를 우리가 앞으로 잘 소화하기 위해선 미국 보스톤에 있는 매스 로보틱스와 같은 역할이 중요하며, 우리나라의 미래는 로봇산업이 지켜야한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