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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1주년 기획] 내가 경험한 로봇산업, 그리고 지금은 세대 교체가 필요한 때[로봇 전문가들이 보는 로봇 시장의 미래 ⓛ] 고경철 고영테크놀러지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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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6.10  11: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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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경철 고영테크놀러지 전무

지금부터 20여 년 전 일이다. LG산전 시절 나에게 로봇실장 자리를 양보했던 예전 팀장 K박사가 부른다. 그래서 방문한 M산업 제2공장. 나는 그날로 인생이 한번 바뀌게 된다. 그곳에는 바로 우리 모든 로봇인이 꿈꾸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그가 안내한 공장 안에는 마운터 생산 라인이 양옆으로 멋지게 설치되어 있었고, 100여 대의 칩마운터가 제조되고 있었다. 칩마운터는 2~3 마이크로미터(μm) 정밀도로 5m/sec의 고속으로 움직이며, 1분에 3천개 이상(cpm)의 전자칩을 PCB 기판에 조립하는 첨단 제조 로봇이다.

IMF 당시 LG산전(현 LS산전)이 로봇 사업을 포기하며 사업을 접을 때, 당시 칩마운터 연구실에 근무하던 30여 명의 인력이 한 명의 이탈자 없이 그를 따라 M산업으로 옮겨간 이후 그들이 이룩한 로봇 현장의 모습이다. 당시 K박사가 J회장을 찾아가서 담판을 지은 스토리는 훗날 J회장의 자서전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M산업에서 마운터 사업으로 성공한 K박사와 망설임 없이 그를 따라나선 B박사(현 로봇앤드 디자인 부사장), J부장(현 엔시스 대표) 등 4명의 팀장들은 훗날 모두 미래산업 이사가 되어 제어, 기계, 비전 부문을 이끄는 책임자가 된다. 그들이 일본 '프로테니카(PROTEKNICA)'라는 전시회에 참가해 마운터로 세계 1등을 차지하겠다고 비전을 선포한 날, 나도 먼발치에서 그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리고 선문대 교수로 가기 전에 M산업으로 오라는 K박사의 권유를 뿌리친 것을 땅을 치며 후회했다. 그러나 역시 인생에는 2번째 기회(second chance)가 있었다. 바로 KAIST 후배 K박사. 그는 삼성전자에 입사해 AOI 검사기를 개발하는 등 그야말로 펄펄 날고 있었다. 그와 자주 만나 대화하면서 비전 검사기 사업이 얼마나 유망한지, 특히 그중에서도 핵심 기술인 컴퓨터 비전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회사를 나와 사업을 해보겠다는 것이 아닌가? 기회의 신이 나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머리가 전광석화처럼 번쩍했다. 이 사실을 바로 K박사에게 알렸다.

​그는 무릎을 탁치며, 마침 신사업을 고민 중이었는데 그게 바로 검사기라는 것이다. 그때가 2000년이다. 나도 제자 H(현 고영테크놀러지 미주사업 본부장), 제자 L(현 고영테크놀러지 비전팀장), 제자 C(현 고영테크놀러지 SW팀장) 등을 투입하며 이 개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했다. 정말 다시 K박사와 함께 일하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실로 16년 만의 일이다. 신바람 나는 일이었다.

그리고 2002년 걸려 온 새벽의 전화. 바로 K박사였다. 회사를 그만두게 될 것 같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이제부터 함께 하겠노라며 그를 위로했다. 선문대 검사기 프로젝트도 착수 2년 만에 모두 중단된다. 마치 LG산전이 로봇산업에 손떼며, 로보스타와 DST로봇이 생겨났듯이, M산업의 K박사 사임과 검사기 사업 중단이 고영테크놀러지와 시냅스이미징 시작의 도화선이 된다. 물론 K박사는 고영을 설립하고, 카이스트 후배 K박사는 시냅스이미징을 각각 설립했다. 나는 양쪽 회사의 사외이사를 모두 맡으며, 두 회사의 힘찬 출발을 도왔다. 고영은 SPI를 초기 아이템으로 잡았고, 시냅스는 AOI를 개발하며, 초기 사업적 충돌을 서로 피했다.

설립 초기 매주 세미나를 하면서 SPI의 원리와 설계방법론을 공부했다. 여기에는 바로 옆 연구실 선문대 P교수의 도움도 크게 한몫했다. 그는 KAIST K교수의 수제자로서, 정밀 3D 측정 분야의 전문가였다. 그로부터 어떻게 PMP 기술이 구현되는지 기초적인 원리부터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 나의 첫 제자 H의 석사논문 연구주제를 PMP 기술로 방향 잡으며 고영의 SPI 개발을 도왔다. 물론 제자 H는 초창기 컴퓨터 비전 개발자로 고영에 합류했다. 모아레 원리를 바탕으로 하여 납 도포량을 3차원으로 측정하는 고영의 3D SPI 검사장비는 출시하자 마자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다. 대박 성공을 거둔 것이다.

​한참 고영이 일취월장하며 승승장구할 무렵인 2003년 나는 또 한번 운명의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는 KAIST K교수였다. 새로 공모하는 정통부 로봇 PM에 나설 마음이 없냐는 것이다. 국가적으로 로봇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데, PM이 되면 국가 로봇 R&D의 총책임자가 되어 모든 로봇 관련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놓고 K박사님과 상의했다. 나는 정통부 PM 지원을 통해 로봇이라는 또 한번 운명의 회오리 속에 빠져 들어간다.

무려 3개월을 준비했지만 2003년 8월경 나는 PM 선정 발표장에서 보기 좋게 떨어졌다. 그리고 정통부 로봇 PM자리는 O박사(현 KIST원장)에게 돌아간다. 다음 해인 2004년 L박사에게서 전화가 온다. 정통부 PM 도전에 떨어진 소식을 들은 것이다. 그는 산업부 사업단장 후보에 나서고 있었다. 그와 함께 일하기로 결심하고, 산업부가 설립한 지능형 로봇사업단 기술위원장직을 맡게 된다. 그리고 국가 로봇산업 비전 및 발전전략, 로봇 기술 로드맵, 로봇산업 특별법 등 현 로봇산업 정책에 큰 획을 긋는 굵직굵직한 일들을 L박사와 후임 로봇단장이 되는 고 김홍석 박사와 함께 하게 되었다. 물론 2005년 고영테크놀러지는 설립 3년 만에 전세계 검사기 시장을 제패하는 신화를 창조한다.

그렇게 3년간 지능형 로봇 사업단에 있으며 첨단 제조 로봇, 가사 지원 로봇, 사회 안전 로봇 등 수많은 대형 국책 과제 기획을 담당했다. 2007년에는 정치에도 참여했다. 당시 민주당 대통령 예비후보 손학규 지사 캠프에 들어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해 보기도 했다. 2008년에 다시 산업부 로봇 PD에 마지막으로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관운이 나에게는 따라 주지 않았다.

하지만 로봇 PD를 도와 2009년 본격적으로 의료 로봇을 기획하게 된다. 그리고 2010년 미래컴퍼니, 2011년 고영테크놀러지, 2012년 큐렉소가 차례로 복강경 수술 로봇, 뇌수술 로봇, 정형외과 로봇 국가 R&D 과제를 수탁하며, 의료 로봇 상용화 시대를 여는 데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이후 한양대 L교수, K교수와 함께 의료 로봇 개발에 집중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L교수와도 교류하며, 수술실 참관을 통해 의료 현장의 현실도 파악했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팀이 인공지능으로 이세돌을 선수를 누를 때, 나는 18년 6개월을 재직했던 선문대를 떠나 KAIST K교수 연구실에 연구교수로 합류했다.

그후 5년을 KAIST에 몸담으며 인공지능 연구에 전념했다. '고영-KAIST AI 공동연구소'도 만들어 삼성전자에서 일하던 L박사를 고영으로 영입해 공정 최적화 솔루션 개발 팀장을 맡도록 했다. 그리고 LG전자 생산기술원에서 일하던 L박사도 영입해 의료로봇 PM을 맡게 한다.

나의 로봇인생 20년을 회고해 보았다. 2024년 현재 시점에서 보면, 세계는 인공지능 로봇이 화두다.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경쟁적으로 휴머노이드 개발에 뛰어 들고 있다. 이제 전산업이 로봇화되고, 세계 경제는 인공지능과 로봇산업이 주도할 것이다. 과연 대한민국 로봇산업의 미래 시계는 어디로 갈 것인가.

앞으로가 문제다. 무엇보다도 세대 교체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많은 후배 로봇인들이 지금까지 로봇산업을 주도해 온 1세대 로봇인들의 역할을 이어갈 수 있도록 더 많은 길을 활짝 열어주어야 할 때라고 본다. 1세대 로봇인들이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로봇 세대가 대한민국의 로봇산업을 보다 창의적으로 이끌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올해로 창간 11주년을 맞는 로봇신문도 나름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고경철  kckoh@kohyo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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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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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ome
전무님같이 박식한 로봇전문가가 있으신데.. 왜 이렇게 주가는 하루가 멀다하고 빠지는지모르겠습니다.. 좋은글기고도 좀 좋지만 주가에 신경좀 써주세요.. 개인투자자들 다죽습니다.
(2024-06-24 22:23:21)
고경철
10년후 다시 창간 20주년 축하 컬럼을 기고할 것은 약속합니다~^^
(2024-06-10 13:22:45)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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