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신문사
> 뉴스 > 종합
사람을 모방하는 로봇, 사람이 될 수 있을까두뇌 탐구와 로봇 연구의 발달로 사람과 로봇 간 경계의 모호성 주장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4.09.25  00:37:25
트위터 카카오톡 페이스북

최근 사람의 두뇌 탐구와 로봇 연구의 발달로 인해 사람과 로봇의 경계가 모호해질 날이 올 것을 예상하는 과학자들의 주장이 늘고 있다. 그리고 로봇의 지능과 자율성 상승에 따른 로봇의 지위와 책임에 대한 논의는 생각보다 시급해 보인다.

인공지능, 로봇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대개 다음과 같은 목표를 마음에 두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컴퓨터나 로봇이 사람과 같이 말을 하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혹은 사람의 수준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이유야 제 각각이겠지만, 그중 하나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고 능력이 지구상 그 어떤 생명체보다도 (적어도 지금까지는) 뛰어나기 때문이고, 만약 그 정도 수준까지 인공지능이 발달한다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대신하며 사람과 동등한 수준에서 상호교감까지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로봇이 정밀한 제어나 반복 작업에서는 이미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기는 했지만, 과학자들은 그 이상의 수준을 바라보고 있다.

컴퓨터 과학의 선구자 앨런 튜링은 이미 1950년에 사람과 같은 수준의 기계가 만들어질 것이고 그 기계가 마음을 갖고 있을지에 대해 논쟁하게 될 것이라 주장했었다. 그리고 뇌과학과 신경과학이 발달하며 인간의 뇌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고, 사람의 두뇌를 컴퓨터로 모방할 수 있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와 관련된 기대와 논쟁들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우리가 만약 뇌의 각 기능에 대해 온전히 밝혀내 이해하고, 뇌세포 하나하나를 모델화해서 컴퓨터 프로그램에 담아낼 수 있다면, 정말 그 시스템은 사람처럼 말을 하고 생각하는 의식이 있는 지적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이런 비슷한 연구로 2012년에 IBM에서는 신경 세포를 모델화하는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평균 860억 개의 신경 세포로 구성된 사람의 뇌 만큼의 규모를 갖는 실험은 아니었다. 한편 그 많은 신경 세포들을 모델화하는 것은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미국 위스콘신 대학 연구팀의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항상 그 한계를 뛰어넘어 왔기에 벌써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어 보인다.
▲ 그림설명: 컴퓨터에서 시뮬레이션된 뉴런과 연결망들을 개념화한 그림그림출처: 파퓰러사이언스, Hermann Cuntz via Wikimedia Commons
인간의 뇌를 모델화하여 로봇이 사람 수준으로 말을 하고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으며 의식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공상과학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로 생각될 수 있지만, 이미 사람처럼 걷고, 뛰고, 표정을 짓고, 정서적 제스처를 만드는 로봇들이 개발된 현시점에서 한 번쯤은 고민해볼 만한 이야기다.

지난 12일 파퓰러사이언스에서는 이러한 주제에 대해 MIT 스캇 아론슨(Scott Aaronson) 교수의 의견을 실었다. 아론슨 교수는 만약 우리의 뇌가 프로그램으로 기술될 수 있고, 그 프로그램이 생각과 느낌들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면, 그 로봇의 ‘의식(Consciousness)’ 상태는 우리가 갖고 있는 자의식과 어떻게 다르다고 이야기할 수 있느냐며 인간과 로봇의 경계의 모호성에 대해 시사했다. 의식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로봇 시스템과 아닌 시스템의 경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고도 주장했다.

지난 6월에는 ‘유진(Eugene)’이라는 대화형 인공지능 시스템이 튜링테스트를 통과해 13세 우크라이나 아이와 같은 수준의 인공지능을 갖고 있다고 발표되었다. 비록 추후 다른 인공지능 연구자들에 의해 그 결과가 사실상 기각되긴 했지만, 그 발표는 세간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고 로봇과의 대화가 곧 사람과의 대화와 구분이 없어질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발표였다.

미국 최대의 영화상인 오스카상을 받은 영화 ‘그녀(Her)’에서는 한 컴퓨터 시스템이 소개된다. 그 시스템은 말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개념들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며 질문도 하고, 나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남자 주인공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기까지 한다. 영화 주인공은 물론이고 영화를 보는 관객마저도 그들의 대화를 듣고 보면서 그 컴퓨터 시스템을 그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의식을 갖고 있는 존재로 바라보게 된다. 물론 그 컴퓨터 시스템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친숙한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 때문인 것도 부인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최근에 개봉한 연화 ‘루시’에서는 여주인공이 자신의 뇌를 컴퓨터화하여 전산 시스템에 등록시키고, 그 지식을 USB에 담아 건네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녀의 의식은 사람의 몸이 아니라 전산 시스템, 통신이 닿는 모든 곳에 다다르게 되며 마지막에 ‘나는 어디에든 있어’라는 문제 메시지를 보내기까지 한다. 여담이지만 재미있게도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앞서 영화 ‘그녀’에서 컴퓨터 시스템 목소리를 연기한 스칼렛 요한슨이기도 하다. 더불어 역시 최근에 개봉한 영화 ‘트랜센던스’에서도 남자 주인공이 자신의 두뇌 정보와 의식을 컴퓨터 시스템과 인터넷에 복사하는 이야기를 담아냈었다.
▲ 사진설명: 영화 트랜센던스의 한 장면사진출처: http://www.belfasttelegraph.co.uk/news/world-news/lucy-limitless-transcendence-why-the-underused-brain-is-a-filmmakers-myth-30445915.html
아론슨 교수는 더 나아가 만약 사람의 두뇌가 시뮬레이션 될 수 있고, 프로그램 코드화될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충분한 시간 안에 종이 노트에도 적을 수 있을 것이며, 그 노트들은 시간만 멈춰있는 것이지 어느 자극에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가 정해져 있는 지각이 있는(sentiment) 하나의 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인간의 두뇌가 모델화 됨에 따라 사람과 기계, 컴퓨터 시스템, 로봇의 경계가 모호해질 뿐만 아니라 사람의 존재와 의식의 정의까지도 새롭게 바꾸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철학적인 질문까지도 던지게 만든 것이다.

19세기 이후의 과학자들은 우주의 팽창과 무한한 크기를 접하게 되면서 우주 어딘가에서 갑자기 의식이 있는 뇌 혹은 존재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확률을 생각했다. 그게 가능하다면 지금 의식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은 과거에서부터 존재해온 ‘진짜 나’인 것인지, 우주 어느 공간에서 갑자기 잠깐 나타난 임시적 존재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결론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우리의 두뇌와 의식이 구성 물질들의 특정 패턴으로 표현될 수 있다면 어느 순간 나타난 지적 존재가 현재 나와 똑같은 패턴의 물질들로 구성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고 그 둘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잠깐 나타난 의식이 있는 뇌를 볼츠만 두뇌(Boltzmann Brain)라 부른다. 연장 선상에서 그렇다면 사람의 두뇌를 똑같이 모방한 로봇이 개발된다면 그 로봇의 두뇌는 볼츠만 두뇌인가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이 이야기들은 개념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들이기에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이야기를 다시 현실로 돌려와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을 살펴보자. 코넬, 스탠포드, 브라운, 버클리의 로봇연구자들은 거대 로봇 두뇌, 일명 ‘로보 브레인(Robo Brain)’를 만들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이 연구는 거대한 로봇 두뇌를 만들고 방대한 양의 자료를 처리하고 학습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처리하고자 하는 데이터의 양은 무려 십억 개의 사진, 12만 개의 유투브 영상, 일처리 요령이 담긴 1억 개의 문서와 기기 메뉴얼 등이다. 이 정도 규모의 데이터는 라이센스 지불료부터 데이터를 처리하는 시스템 인프라 구축까지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그동안 쉽게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그래서 이번 연구는 ‘빅데이터’ 연구 방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사진설명: 인간의 두뇌 형상사진출처: 비지니스 인사이더, Mauricio Lima/AFP

또한, 이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사용되는 학습 방법은 ‘구조화된 딥 러닝(structured deep learning)’이라 불리는 방법이다. 데이터와 그 속성들 간의 관계를 직접 혹은 한 두 단계를 걸쳐 학습시키는 방법을 확장해 그 관계를 10단계, 20단계까지 만들어 다단계 층을 만들어 학습시키는 방법이다. 코넬 대학교 로봇연구자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방법을 사용했을 때, 로봇이 머그컵을 인식하면 그것을 단순히 컵으로 인식할 뿐만 아니라 그 컵을 이용해 물을 담거나 쏟을 수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손잡이를 손으로 잡아야 하며 이동시킬 땐 컵이 뒤집힌 방향이 되면 안 되고 세척기 안에서는 거꾸로가 되어야 한다는 등의 다양한 연관관계들을 함께 인식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의자를 인식했을 때, 그것이 의자의 한 종류일 뿐 아니라 그 상위 개념인 가구의 한 종류임도 이해하게 되고, 무언가 앉을 수 있는 용도로써 벤치나 잔디밭 등도 떠올릴 수 있다는 개념이다.

해당 로봇 연구자들은 이 거대 로봇 두뇌를 인터넷 클라우드 공간에 올려놓고, 다른 로봇들이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지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 계획에 있다. 그렇게 되면 각각의 로봇들은 저마다의 ‘로봇 두뇌’를 가질 필요 없이 자신이 얻은 정보들을 인터넷에 연결하여 전송하고 인터넷 클라우드에 있는 로봇 두뇌가 인식된 결과를 다시 전송해주면 내려받아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

http://youtu.be/D_EvBEtVodY
영상설명: RSS 2014 국제학회에서 로보 브레인 대해 발표하는 코넬 대학의 아슈토쉬 색시나(Ashutosh Saxena)

사람의 뇌에 대한 연구는 두뇌 간 통신까지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미국, 스페인, 프랑스의 연구자들로 구성된 다국적 연구팀은 지금까지 개발된 뇌 연구와 최신 기술들을 접목해 인도에서 프랑스까지 5,000마일(약 8,000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외과적인 수술 없이 두뇌끼리의 통신에 성공했다. 구체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인도에 있는 사람은 손이나 발을 움직이고, 그 사람의 머리에 씌워진 탐지기는 각각의 움직임에 따라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 신호를 구별해 0이나 1의 숫자로 전환한다. 이렇게 전환된 숫자는 인터넷을 통해 프랑스에 있는 시스템으로 전달되고, 그 시스템은 경두개 자기 자극(TMS) 방법을 통해 눈을 가리고 있는 사람의 시각 관련 뇌 부위에 자극을 준다. 그러면 그 사람은 두 종류의 자극에 따라 눈 앞에서 반짝이는 시각 신호의 위치를 구별해 신호의 종류를 맞추는 것이다. 따라서 인도에 있는 사람의 두뇌 신호가 프랑스에 있는 사람의 두뇌에 전달된다는 것이다. 현대판 텔레파시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해 두뇌 신호를 전자적으로 바꾸는 것은 물론, 전자 신호가 두뇌에 전달될 수 있고, 그것이 원격으로까지 전달 가능하다는 것이 실제로 확인되었다. 그동안 연구되어온 뇌파를 통한 로봇 팔, 의수, 의족 움직임뿐 아니라, 센서나 외부 로봇 장치로부터 들어온 데이터를 원격으로 사람의 뇌로 전달하게 하는 로봇 분야도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의 지능이 사람 수준의 지능에 도전하고자 하는 연구들이 발전하면서 로봇의 지위와 책임에 대한 논의도 더불어 늘어나는 추세다.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에서 로봇 앤드류가 사업자로서 사람의 연봉을 뛰어넘어 자금력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로봇이 가진 자율성이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실제로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홍콩에 위치한 딥날리지벤처스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회사의 신규 이사로 임명했고, 구글의 무인자동차는 미국 주(state)의 자율 주행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지난 10일 IEEE 스펙트럼을 통해 발표됐다. 그리고 영국 브리스톨 로봇 연구실의 앨런 윈필드(Alan Winfield)는 지난 2일 한 모임에서 윤리적 로봇에 대해 언급하며, 두 명 이상의 사람을 구해야 할 때 누구를 먼저 구하느냐를 고민하다가 오히려 아무도 못 구하는 상황의 간단한 로봇 실험 결과를 보여줬다. 설령 어느 한 명을 구했다 하더라도 그 선택의 책임은 로봇에게 있는 것일까? 최근 이슈화됐던 살상용 로봇에 대한 논의도 로봇의 지능과 자율성에 따른 지위와 책임에 대한 연장 선상에 있다.

로봇이 인간의 도구 역할을 넘어 사람을 닮아가면서 로봇의 지능도, 로봇의 사회적 지위도 커지고 있다. 로봇이 사람과 같아진다면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법칙도 언제까지 유효할지 모르는 법이다. 로봇이 정말로 사람의 존재를 위협하는 날은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일지 몰라도, 몇몇 분야에서는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 준비를 시작해야 할 시대가 다가왔다.이원형 KAIST 로보트 연구실

조규남  ceo@irobotnews.com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조규남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밴드 뒤로가기 위로가기
인기기사
1
㈜에이로봇(Aei Robot)
2
범용 로봇 개발 기업 '스킬드 AI', 3억달러 투자 유치
3
中 넷이즈, 로봇 브랜드 '링둥' 발표...굴삭 로봇 등 공개
4
엔젤로보틱스, 연구실증센터 '플래닛대전' 투어 행사 개최
5
반 고흐 그림을 이해하는 중국 딥로보틱스 4족 보행 로봇
6
MIT-UC 샌디에이고, 몰입형 로봇 원격 조작 시스템 ‘오픈-텔레비전’ 개발
7
中 선전시 인공지능로봇연구원, 교량 점검 케이블 로봇 개발
8
美 노스웨스턴대, 사람 근육 닮은 소프트 로봇 개발
9
"소셜 로봇의 사회적 감수성 높이려면..."
10
美 캡센로보틱스, 빈 픽킹용 3D SW 2.0버전 출시
로봇신문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국제표준간행물번호 ISSN 2636-0381 *본지는 인터넷신문위원회 자율심의 준수 서약사입니다
08298) 서울 구로구 공원로 41(구로동, 현대파크빌 526호)  |  대표전화 : 02)867-6200  |  팩스 : 02)867-6203
등록번호 : 서울 아 02659  |  등록일자 : 2013.5.21  |  발행인·편집인 : 조규남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경일
Copyright © 2013 로봇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ditor@irobo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