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집을 이뤄 공동의 임무를 수행하는 '킬로보츠'

집단인공지능(collective artificial intelligence)의 거보(巨步)가 내딛어졌다.

하버드 컴퓨터 과학자 마이클 루벤스타인(Rubenstein) 교수는 “이것은 로봇의 무리이다. 다시 말해서 공동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로봇의 집단인 것이다”라고 요약해서 말했다.

이 로봇 개발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루벤스타인 교수는 “만약 우리가 집단인공지능을 하나의 조직체로서 행동하는 무리들의 능력이 합쳐진 하나의 총화(總和)라고 본다면 이 로봇들, 즉 킬로보츠(Kilobots)를 집단인공지능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말을 이었다.

17일 구글뉴스에 따르면 여러 사람들이 순식간에 모여서 퍼포먼스를 행하는 플래시몹처럼 주어진 작업을 1000여 개의 로봇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킬로보츠가 세계적인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소개됐다.

이 킬로보츠는 간단하면서도 값이 저렴한 로봇들의 군집이다. 이 군집로봇은 적외선을 이용해서 다른 상대방의 위치를 인식할 수 있고 통신할 수 있다. 이 로봇들은 표면을 미끄러지듯 이동하기 위해 진동 모터를 사용한다.

그 표면은 반드시 매끄러워야 한다. 이 킬로보츠 연구에서 사용된 표면은 2.4mX2.4m 크기의 화이트보드이다. 거의 마찰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종이처럼 마찰이 극히 작은 곳에서 킬로보츠는 멈출 수 있다.

이 로봇의 개당 크기는 직경이 약 1.2인치 정도이고, 높이는 2인치이다. 제작에 들어가는 재료의 가격은 개당 14달러 정도로 저렴하다.

루벤스타인 교수는 “이 연구 덕분에 여러 로봇들이 한 가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일사불란한 조직체로서 행동하는, 이런 집단지능로봇 체계가 유용하게 활용될 날이 가까워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로봇이 집단으로 움직이게 되면 예상치 못한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모래언덕을 넘어갈 때는 뱀 모양으로 서로 어울려 형상을 만들고, 언덕을 내려올 때는 공처럼 돌돌 말리는 모습으로 모일수 있다”고 설명했다.

▲ '킬로보츠'가 서로 통신하며 주어진 형상을 만들어 나가는 모습.

그는 또 “킬로보츠는 오작동에 대한 대응력이 뛰어나다. 왜냐하면 1000대 가운데 한두 대가 잘못돼도 나머지 다수가 주어진 임무를 완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킬로보츠는 군대 개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군대개미는 떼로 몰려들면서 뗏목을 만들거나 심지어 다리를 건설하기도 한다.

킬로보츠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과학자들은 킬로보츠가 앞으로 수색과 구조현장에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다에 침몰한 여객기를 수색하거나 혹은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동굴 등에 침투해 상세한 지도를 그릴 수 있다. 이를 통해 구조작업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킬로보츠라는 이름은 디지털 정보 단위인 킬로비트, 즉 1024비트에서 따왔다고 루벤스타인 교수는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