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신문은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공동으로 ’테크‘를 주제로 2023년 제2차 로봇플러스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2차 세미나에선 유태준 마음AI 대표가 ‘인공지능과 휴먼로봇 기술’, 오상규 메타클 대표가 ‘메타버스 산업의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번 세미나 내용은 15일 로봇신문 유튜브 채널인 로봇플러스TV(https://www.youtube.com/channel/UCYHL3zWm_PXpdzwyq1uG91g)를 통해 공개됐다. 오상규 메타클 대표의 발표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메타버스 산업의 현황과 미래’(오상규 메타클 대표)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1992년 미국 니일 스티븐슨이라는 작가의 SF 소설 '스노우 크래시'에서 유래되었다. 메타버스는 기본적으로 현실 세계를 모방한 사회, 경제, 문화 등의 활동이 이루어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미국 비영리 기술연구재단인 미래가속화연구재단(ASF)은 메타버스의 실현 형태로 증강현실, 라이프로깅, 미러월드, 가상세계 등 4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시장 규모는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촉발된 비대면 시장의 확대로 급상승했다. PwC 자료에 따르면 2030년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약 1조 5429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 기관들의 자료들이 상당히 과장돼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 시장이 방대해질 것이란 예측에 이견은 별로 없다.

메타버스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이 존재한다. "기존의 VR, AR 시장을 재포장한 수준이다", "킬러 앱이 없다", "너무 엔터테인먼트 쪽에 치우쳐 있다" 등등 부정적 의견이 있다. 가능성만 제시할뿐 미성숙한 플랫폼들만 난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궁극적으로는 킬러 비즈 모델 발굴의 실패로 또 다른 IT버블로 전락하고 말 것이란 전망도 있다.

메타버스는 크게 엔터테인먼트 메타버스(B2C 메타버스)와 인더스트리얼 메타버스(B2B 메타버스)로 분류할 수 있다. 두 영역 모두 현실 세계가 있고, 그 현실 세계를 복제 또는 모방한 가상세계가 존재한다. B2C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를 가상 세계로 모방해 미러월드를 만드는 것으로, 단방향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B2B 메타버스는 실세계의 외형뿐만 아니라 내면의 메카니즘 구조까지 그대로 복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선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 공정 혁신을 지향한다.

B2C 메타버스는 주로 영화, 광고, 게임, 가상 인플루언서 등 산업에 적용되고 있고 B2B 메타버스는 자동차산업, 조선해양산업, 건설산업, EPC(선박, 플랜트, 건설) 산업 등 전통 산업군에 적용되고 있다.

B2C 메타버스의 응용사례를 보면 AR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홍보, XR 기술을 이용한 오프라인 홍보, VR 기술을 이용한 가상 도시 홍보, 아바타를 활용한 주거시설 홍보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메타버스에 나타난 현상들은 현실 세계의 외형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B2B 메타버스 역시 B2C 메타버스처럼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존재하는 형태다. 현실 세계의 산업 현장을 가상 세계로 복제하는 것인데, B2C 메타버스와 달리 외형만 복제하는 게 아니라 내면적인 구조들이 동작하는 메카니즘까지 복제해 가상 세계에서 현실 세계와 거의 동일한 형태의 어떤 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현실 산업 현장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이 가상 세계에선 가능해진다. 가령 건축이 완료된 가상 건물을 대상으로 화재를 유발하고, 화재의 효과 등을 점검하고, 현실의 산업현장으로 옮겨 설계를 변경하는 게 가능하다. 또한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대부분의 전문성들이 인적자원에 종속되지만 가상세계에선 AI 인공지능을 통해 학습하고, 메타버스 시스템 자체의 전문성이 이식되는 특징을 갖는다.

메타필드라는 가상 현장이 생성되면 메타필드에서는 데이터와 전문성이 자산화되고, 공정은 전체적으로 자동화 혹은 반자동화되는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특징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현실세계에서의 공정 혁신, 비용 절감, 인적 의존도 최소화 등을 꾀할 수 있다.

B2C 메타버스의 가장 기술적 요소는 게임 기술이다. AR, VR, XR, 그래픽 엔진 기반 기술이며, 여기에 시나리오, 콘텐츠가 합해지면서 B2C 메타버스를 구축하게 된다.

B2B 메타버스를 구축하기 위해선 각종 첨단 IT, 공학기술들이 융합되고, 산업 현장의 전문성이 이식되어야 한다. B2B 메타버스는 B2C 메타버스에 필요한 기술적인 요소 외에도 상당한 규모의 고급 소프트웨어 역량, 대용량의 데이터 처리 등 고급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요하다. 여기에 다양한 기초공학, 화학, 물리, 바이오 등 기술들이 접목돼야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 등 고급 인공지능 기술도 들어간다. 특정 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하나로 융합되어야 하기 때문에 B2B 메타버스 구축에 대한 기술적인 장벽은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다행스러운 점들은 B2B 메타버스를 구축하기 위한 기반 요소 기술들을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이미 각각의 영역에서 검증된 산업 기술 영역이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B2B 메타버스는 복수의 메가트렌드들이 융합돼서 산업 공정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다. 즉 VR, AR, XR, MR, 디지털 트윈, 버추얼 매뉴팩처링, 블록체인 등 모든 메가트렌드들이 하나로 융합되어야만 실질적으로 B2B 메타버스 혹은 인더스트리얼 메타버스 구축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B2B 메타버스는 왜 필요한가. 선박, 플랜트, 건물 등 대표적인 EPC 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EPC 산업 현장에선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다. 바로 동일 작업, 동일 비용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제조 현장에 나갔을 때 설계 의도가 현장에 전달이 되지 않아 소통 오류로 인해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고, 시간과 자재 낭비 등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이들 산업에선 전문성에 대한 인적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EPC 산업 현장에 보면 이런 문제점들이 지속되고 있는데 아직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B2B 메타버스 기반으로 공정을 전환하면 상당히 많은 공정 혁신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선박제조시 기존에는 CAD에 의존해 선박 설계를 수행했는데, 메타버스 구현시에는 MAD(Metaverse Aided Design)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다. 수동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를 하는 패러다임에서 자동으로 추천을 받고, 추천된 모델을 수정하는 형태로 설계 패러다임이 바뀐다. 메타버스 기반 설계 환경으로 옮길 경우 설계인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현재 B2B 메타버스 시장의 플레이어들로는, 전통적인 캐드(CAD) 업체, 전통적인 제조 솔루션 업체, 대형 제조 업체 등 3개 산업군을 꼽을 수 있다. 이들 기업들은 메타버스 기반의 설계 도구, 설계 툴들을 개발하는 과정에 있다. 각 업체들은 B2B 메타버스 기반으로 공정을 전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 시장에 출시된 B2B 메타버스 솔루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메타클과 같은 B2B 메타버스 스타트업들과 협력해 공정 혁신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단계다.

향후 2년에서 3년 사이에 전통 캐드 업체 혹은 제조 솔루션 업체들이 B2B 메타버스 솔루션들을 출시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향후 10년 안에 대형 제조업체의 패러다임이 B2B 메타버스 플랫폼 형태로 전환될 것이다. 그동안 실체가 없었던 4차 산업혁명이 10년 안에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실체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