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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형 로봇(Robot with Artifial Wisdom)변증남 KAIST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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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8.03  22: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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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보통 자동차들인데 지구적 재난이 닥치면 너댓대가 조립되면서 거대 로봇으로 변신하여 위기를 해결한다는 스토리가, 또봇(Tobot)이라는 장난감 로봇을 가지고 노는 아이를 신나는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 이런 로봇 얘기들이 꼬마들에게 영웅심을 길러주는 긍정적 소재가 되기를 바라면서, 언뜻 큰 재난에 성공적으로 쓰인 로봇이 별로 없다는 우리 현실이 떠올라 씁쓸하다. 얼마 전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로봇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뭐라도 없었느냐는 힐문을 받은 적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처럼 변명성 설명 밖에 못하였다.

돌이켜보니 위험한 상황이나 재난에 투입될 구조용 특수 목적 로봇의 개발은 산업용 및 서비스용과 더불어 초창기부터 언급되어온 핵심 R&D 명분이었고, 선진국의 경우 그동안 상당한 연구비를 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특수 카테고리의 재난방재용 로봇은 실험실을 나와 현장에 데려가면 그 존재감이 미미해진다. 수학(통계)적 모델링 혹은 경험의 규칙화 베이스를 이용하는 전문가시스템과 퍼지논리 같은 근사추론을 활용하는 현재의 지능형 로봇 패러다임으로는 대형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적 재난이란 자주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 패턴이 시변적이며 비슷하게 반복되지도 않는 난해한 상황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지능형 시스템과는 다른 어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주어진 여건이 아무리 복잡하고 불확실하여도 상황의 본질을 빨리(골든타임 안에) 파악하여 결정적인 한 방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그런 로봇을 만들 수는 없을까? 세상사 중에 보통의 지식이나 논리로는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적 상황에서 엉뚱한 사람이 멋진 해결책을 내놓는 경우를 본다. 솔로몬이 내린 “지혜의 판결”같이 나이듦이나 교육정도와도 관련 없는 이런 능력을 엇비슷한 형태로라도 로봇에게 심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현재의 ‘지능형 로봇’보다 한 수 높은 격인 '지혜형 로봇'을 상상해 본다.

그런데, 지혜란 무엇인가? 어려서부터 많이 들어온 말이지만, 노자처럼 도(道)가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이 지니는 나와는 거리가 먼 어떤 깨달음 정도로 생각했다. 여기 저기 체크해보니 불교에서는 지혜를 “제법(諸法)에 환하여 잃고 얻음과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마음의 작용으로서 미혹을 소멸하고 보리(菩提)(Enlightment)를 성취함"이라 하였고, 어느 성리학도의 글에 지(智)를 ”마음의 심층에 존재하는 일체의 분별적 지식을 성립시키는 신령한 앎“이라면서 맹자가 말하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을 지(智)의 작용이라 설명한다. 기독교 성경 중에 지혜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지혜란 ”하나님의 속성 중 하나이고 하나님께 구하여 얻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라며 은유적으로 일러준다. 그런가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 '형이상학'에서 지혜를 앎의 다양한 형태 중 최상의 단계라 보았으며, ”제일(第一) 원인과 핵심 원리들에 대한 앎“이라 정의하였다. 지혜를 그리스 말로 소피아(SOPHIA)라 하고 '철학( philosophy)'이 지혜를 사랑한다는 뜻말에서 작명되었다는데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필자는 아무리 들어도 그 개념이 신비스럽고 어렵기만하다. 오히려 ”분수에 맞게 사는 것이 지혜“라는 마크 퉤인의 말처럼 가끔 지혜라는 단어가 들어간 경구들을 통해 어떤 동감을 얻을 수 있다. 대학(大學)에 나오는 치지(致知)의 知와 구별하여, 智를 암묵지(暗默知)라 한다는 말과 서양인 헨드릭스의 말 (“Knowledge speaks but wisdom listens.”)이 서로 잘 어울린다. 노자의 도덕경 48장에 나오는 爲學日益) 爲道日損(학문은 배울수록 날로 더해지고, 도는 닦을수록 날로 덜하게 된다’는 의미)이란 말씀이 지혜관련 금언 중 인기순위 1위라고 인터넷에 소개되었다. “삶의 지혜는 필요치 않은 것들을 제거하는데 있다”는 임어당의 경구도 같은 맥락인 것 같다.

이런 개념들이 진화하여 현재 우리가 접하는 사전적 정의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닫고 문제를 정확하게 처리하는 정신적 능력”)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설명들은 추상적이어서 지혜형 로봇과 관련시키기에는 별 도움이 안 돼 보인다. 다행히 지혜라는 개념을 지식경영분야 관점에서 재구성한 설명이 좀 더 구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듯하다. 예컨대, 1990년에 3M의 G.S 터트힐이 제안한 데이터 계층 모델에, 인간의 마인드 컨텐츠를 자료, 정보, 지식, 지혜라는 4계층으로 나누고 이해라는 프로세스가 각 단계 사이의 관계, 패턴과 원리를 파악하는 과정으로 표기하였다. 한편, 각 단계의 위상을 배경독립성과 오성(悟性)의 두 축 공간상에 위치하도록 배치하였다. 이 후에 G. 베링거외 2인의 글에 붙여 제시된 7 노드(Node) 흐름도에는 이론과 경험노드가 추가되었으며, 낮은 단계들이 수행하는 지각활동이 ‘일을 바르게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지혜의 미션은 ‘바른 일을 하는 것’이란 멘트를 달았다. 다른 자료에 “지식”, “이해”와 “지혜”를 피드백 룹 형태로 구성한 후, 결과와 제일원인(1st Cause)을 연결하여 이를 2nd order 사이버네틱스 메타시스템이라 칭한 언급도 있다. 아마도, 지혜를 언급할 때 성공적인 결과가 뒷받침되어야 가치를 갖는다는 의미를 반영한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지혜에 대한 분석적/도식적 이해를 공유하면서 스마랜대시(Smarandache)의 뉴트로소픽 로직(Neutrosophic Logic)과 같은 새로운 논리시스템을 적용/시도하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인공지혜(Artificial Wisdom)'라는 개념이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지혜라는 개념을 로봇과 연관지어 생각해 본 것은, 현재 사용되는 로봇과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로봇 사이에 능력상 큰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옛날 SF 드라마 '스타트렉'에서, 논리지능을 대표하는 외계인 ‘스폭’보다 지구인 선장 ‘커크’의 지혜로운 직감적 판단이 위기를 극복한다는 얘기가 주종을 이룬 것을 보면, 지능/논리와 달리 지혜는 쉽사리 기계화되지 않는 인간만이 갖는 능력이라는 점을 주장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그런가하면 아시모프의 SF '파운데이션'에 등장하는 1만년 뒤의 로봇은 거의 인간과 구별이 되지 않는 꾀와 기지와 통찰력을 가지고 은하계를 살아간다. 지혜를 로봇에 이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얘기다. 처음엔 매우 추상적으로 보이는 개념일지라도 컴퓨팅으로 근사하게 접근하여 유용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이 그동안 인공지능이나 인공생명과 같은 새로운 개념을 탄생시켰으며 여러 공학적 시스템으로 활용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인공지혜'의 개념이 도입-발전되어 로봇에 접목될 수 있으면 좋겠다.

엊그제 중국에서 날라 온 홍보물 중, “지혜도시(智慧城市:Wisdom City)”란 단어가 WCCIE 2014(2nd Int'l Conference on Wisdom City and Advances in City Infrastructure Engineering)란 학술대회의 토픽 중 하나로 돼있는 걸 보았다. 과연 지혜도시란 어떤 곳일까 궁금하다. 지혜형 로봇이 서비스하면서 돌아다니며 온 시민이 이런 지혜형 로봇들을 사랑하는 철학적 도시일까? 변증남ㆍ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명예교수

변증남  zbien@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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