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조 ETRI 책임연구원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조영조 ETRI 책임연구원은 지난 17일 ‘KRoC 2023’에서 'ICT융합 서비스로봇 연구개발의 역사와 현황 및 전망’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조 책임연구원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형로봇연구단 단장, 지능로봇표준포럼(KOROS) 운영위원장, 한국로봇학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지능로봇표준포럼(KOROS) 소프트웨어프레임워크분과(SC4) 위원장, 한국로봇학회 로봇역사문화연구회장을 맡고 있다.

<강연 요약>

최근 로봇기술은 클라우드컴퓨팅,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되면서 접객로봇, 물류로봇, 반려로봇, 사회안전로봇 등 고부가가치의 서비스 로봇 사업화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정부지원 연구개발과제들을 통해 이러한 움직임을 선도해왔다. 이번 기조강연에서 조 책임연구원은 정부 로봇 연구개발 및 정책의 배경과 역사를 되돌아보고, 특히 그 중에서 ICT융합 서비스 로봇을 대상으로 한 주요 연구개발 과제들을 소개했다.

또한, 연구개발 결과물의 사업화 진척 현황 및 문제점을 분석하고, 향후 성공적인 사업화를 위해서 RSP(Robot Service Provider)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BM)을 정립함과 동시에 해당 BM을 지원하는 기술을 위주로 연구개발과제들을 기획 수행할 것을 제안했다.

<강연 주요 내용 정리>

우리나라에서 서비스 로봇 연구의 역사는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로봇을 10대 성장동력사업으로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산업자원부는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을, 정보통신부는 네트워크 기반 서비스 로봇 사업, 그리고 과학기술부는 21세기 프론티어 지능 로봇 사업을 추진했다. 산업자원부는 서비스 로봇, 제조업용 로봇 등 다양한 로봇 개발을 통해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발굴하는 쪽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었고, 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 인프라를 적용한 IT 기반 서비스 로봇을 모델로 하고 있었다. 2008년에이명박 정부가 정보통신부를 폐지하면서 정보통신부에서 수행했던 네트워크 기반 서비스 로봇 사업이 산업융합 원천기술 개발 사업으로 흡수 통합되었다.

주요 로봇 R&D 과제와 성과를 살펴보면,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청소 로봇 플랫폼 및 스마트 로봇 환경 기술 개발 과제가 추진됐으며, 생산기술연구원, 전자부품연구원, LG전자, 다사로봇 등이 수행기관으로 참여했다. 그 결과물이 LG전자의 가정용 청소 로봇 로보킹 3세대, 다사로봇의 빌딩 내부 청소 로봇이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는 재난 극복 및 인명 구조 로봇 기술 개발 과제를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수행했다. 이를 통해 동일파텍의 실내 화재 진압 로봇, 위아의 실외 화재 진압 로봇이 개발됐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헬스케어로봇 공통인터페이스 기술 개발사업도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추진됐다. 대경산업의 안마로봇, 로보테크의 생체인식 라이프케어 로봇, 유도스타자동화의 승마로봇 등의 결과물이 나왔다. 또한 퍼스널 로봇 3단계 서비스/감성 기반 퍼스널 로봇 기술 개발 과제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추진됐다. 이를 통해 유진로봇의 서빙 로봇 갤럭시, 마이크로 로봇의 퍼스널 감성 로봇이 개발됐다.

정보통신부는 IT 기반 서비스 로봇의 이름을 URC(Ubiquitous Robotic Companion)라고 불렀다. URC 연구개발 사업은 크게 URC 인프라시스템 기술, 네트워크 기반 서비스 로봇, URC 컴포넌트 기술, 네트워크 기반 휴머노이드 등 4개 분야로 나뉘어 진행됐다.

URC 인프라시스템 기술 분야는 URC 인프라시스템 개발(2004~2005년), 능동형 URC 서버 프레임워크(2006~2007년), URC 콘텐츠 통합 개발환경(2007~2009년) 등 과제가 진행됐고, 네트워크 기반 서비스 로봇 분야는 공공 도우미 로봇(2004~2005년), 정보콘텐츠 로봇(2004~2005년), 신뢰성/유용성 강화 URC(2006~2007년), 씬 클라이언트(2008~2009년) 등 과제가 수행됐다. URC 컴포넌트 기술 분야는 URC 내장형 컴포넌트 및 표준화(2004~2007년), 유비쿼터스 로보틱 스페이스(2005~2007년), URC센서시스템(2004~2009년) 등 과제가 진행됐다.

정통부는 URC 상용화도 추진했다. 2006년 100만원대의 가정용 서버스 로봇(국민 로봇, 보급형 U-로봇) 4종이 개발됐다. 유진로봇의 정보콘텐츠 로봇 아이로비-Q, 이지로보틱스/아이오테크의 감성형 콘텐츠 로봇, 한울로보틱스의 콘텐츠/청소로봇 네토로, 다사로봇의 감성형 애완로봇 제니보 등이 나왔다. 국내 유치원 교육 보조 로봇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수천개의 유치원을 대상으로 유진로봇의 아이로비-Q와 다사로봇의 제니보를 보급하는 사업들이 진행했다. 컴퍼넌트 기술 개발 과제에 참여한 로보티즈는 네트워크 기반 소형 액추에이터를 개발하고 수출했다. 이 제품은 요새 로보티즈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음은 ICT융합과 서비스 로봇과의 관계를 살펴보자. ICT 융합이라는 용어는 2008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인공지능 융합과 디지털 전환이 ICT융합 분야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슈로 자리잡았다.

인간의 집단지성은 다수의 인간 개체들의 협력 또는 협업을 통해 얻게 된 집단적 능력을 의미한다. 인류는 집단 지성을 통해 진보해왔다. 이 과정에서 과거에는 문자가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ICT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서비스 로봇 분야를 살펴보면 서비스 로봇 시스템의 집단지능은 인간과 서비스 로봇, 관련 계층(컴퓨터, 다른 로봇, IoT 장치) 등이 협력 또는 협업을 통해 얻어지는 인간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집단적 능력이다. 개체들 간의 소통과 협력의 수단이 바로 ICT다. 서비스 로봇은 ICT를 매개체로 하고 집단지능을 통해 진보한다. 이러한 서비스 로봇을 ICT 융합 서비스 로봇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ICT 융합 서비스 로봇 시스템은 디바이스 레벨, 네트워크 레벨, 플랫폼 레벨, 콘텐츠/서비스 레벨로 구분할 수 있다. 각 분야별 이슈를 살펴보면 디바이스 레벨(로봇 자체의 적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온디바이스 AI, IoT 장치<센서, 스마트 카메라, 웨어러블 장치> 등), 네트워크 레벨(M2M 통신, 개방형 API), 플랫폼 레벨(개방형 로봇운영체제, IoRT/클라우드 플랫폼), 콘텐츠/서비스 레벨(로봇 서비스 실환경 운용 SW, UI/UX 지원 로봇 콘텐츠 제작관리 소프트웨어) 등의 이슈가 있다.

2008년부터 추진한 ICT 융합 서비스 관련 연구개발 과제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지식경제부의 'U-시티 환경 기반 하이브리드 u-로봇 서비스 시스템 기술 개발' 과제가 진행이 됐다. SK텔레콤, ETRI, 모빌토크, 버추얼빌더스 등이 수행기관으로 참여했다. 이 과제를 통해 인천 송도 투모로우시티에서 서빙 로봇, 안내로봇, 길안내 및 포터 로봇, 패트롤 로봇, 야외 홍보 로봇 등을 운영하는 시범 계획을 수립했다.

지식경제부 산업원천 과제로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비정형 환경 대응 네트워크 기반 군집 지능 로봇 기술과제가 추진됐다. ETRI, 생기원, 서울대, 충남대, 성균관대, 드렉셀대, 라스테크, 휴메이트 등이 수행기관으로 참여했다. 그 결과물로 광주 가전 로봇센터에서 통합 시연을 했다.

2011년에는 HRI 2.0 프로그램이 진행됐으며, 2015년부터 2016년까지는 대형 기획 과제를 수행해보자는 차원에서 다중지능 로봇 융합 클러스터 과제가 추진됐다. 전자통신연구원, KIST, 생기원, 기계연구원, 전기연구원 등 로봇 관련 5개의 정부 출연 기관들이 협동해 대형 과제를 기획하고 수행 기관으로 참여했다. 이밖에도 실환경 휴먼케어 로봇 기술 개발, 클라우드 로봇 복합 인공지능 핵심기술 개발 등 과제가 추진됐다.

이처럼 많은 로봇 개발 과제들이 추진됐지만 문제점도 상당 부분 노출됐다. 첫 번째로 서비스 로봇 사업화로 이어지는 핵심 원천 기술 개발의 부진을 지적할 수 있다. 실제 로봇 서비스에 대한 구체적인 기획 없이 서비스 로봇의 일반적인 성능 확보 개선을 위한 원천 기술 개발에 그쳤다는 한계를 보였다. 서비스의 구체적인 기획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선(先) 플랫폼 개발 후(後) 로봇 서비스 적용이라는 로봇 제조사 중심의 R&D 체계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2015년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15년 동안 많은 R&D 자금을 로봇 부문에 투자했는데, 왜 서비스 로봇의 사업화가 부진한가에 대한 리포트를 내놓았는데 단선적인 연구 개발과 제품 서비스 보급 지원 추진 체제의 문제점을 꼽았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로봇 서비스 공급자(RSP)를 참여시켜 서비스 R&D 비중을 높이고, 리빙랩을 통해 수요자 피드백을 반영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연구 개발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ICT 융합 서비스 로봇 연구개발 사업화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 전세계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확대일로에 있다. 연평균 9.72%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전문 서비스 로봇이 비중이 크다.

비즈니스 모델(BM) 차원에서 유망 서비스 로봇 분야를 살펴보면 접객 로봇, 반려 로봇, 전문 청소 로봇을 꼽을 수 있다. 서비스 로봇 BM 지원 R&D를 위한 ICT융합 핵심으로는 ROS2 기반 IoRT 소프트웨어 플랫폼, RaaS, 서비스 로봇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 등의 도입을 꼽을 수 있다.

특히 RaaS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중요하다. RaaS는 로봇을 판매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봐야한다. 서비스 개념으로 접근하면 중간에 로봇 서비스 프로바이더, 그리고 로봇 시스템 통합자가 중요해진다. 서비스 업그레이드가 빠르게 이뤄지고 비용 부담이 적어지면 로봇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로봇 비즈니스도 산다. 로봇 서비스 프로바이더를 많이 육성해 로봇 제작사와 수요자 사이를 연결해 주는 선순환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마지막 이슈는 디지털 트윈이다. 서비스 로봇 시스템에 디지털 트윈이 왜 필요할까 생각할 수 있지만 디지털 트윈을 통해 진열 물품 배치 최적화 등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