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휘닉스 평창에서 열린 ‘KRoC 2023’에선 황동현 KIST 책임연구원(미학습 물체 파지를 위한 체성감각 기반 로봇핸드), 황보제민 KAIST 교수(민첩하고 동적인 보행 로봇 라이보 개발), 배석형 KAIST 교수(“Shall we 3D sketch robots?” : 3D 스케칭을 활용한 새로운 로봇 디자인 패러다임 제시), 이정호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로봇,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이 초청강연을 했다.

◇ 황동현 KIST 책임연구원(미학습 물체 파지를 위한 체성감각 기반 로봇핸드)

▲ 황동현 KIST 책임연구원

황동현 책임연구원은 이번 강연에서 물체 파지/조작을 위해 로봇 머니퓰레이션 분야에서 개발된 다양한 유형의 로봇핸드/그리퍼 시스템의 특징을 분석하고, 최근 비정형 환경 조건 하 미학습 물체 파지/조작을 위해 개발되고 있는 로봇핸드/그리퍼 시스템의 기술 동향을 소개했다. 또한 촉감 및 역감을 기반으로 연성, 무게, 표면 거칠기 등 물체의 비가시적 내재적 물성을 파악하고 적응형 파지를 수행하기 위해 개발한 KIST 로봇핸드 시스템의 주요 특징 및 연구 성과에 대해 발표했다.

로봇핸드의 적응형 파지 역량을 높이기 위해선 대상 물체 고유의 내재적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대상 물체의 크기와 형상은 시각 정보에 기반한다. 이와 함께 무게ㆍ연성ㆍ거칠기ㆍ취성(fragility) 등 촉각정보에도 기반한다.

황 연구원은 비정형 환경에서 핸들링하기 어려운 다양한 물체(체리, 토마토, 장어 등)를 파지하는 기술에 도전해왔다며, 역감과 촉감 기능을 로봇 핸드에 극대화해서 물체를 잘 파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4개의 손가락을 갖고 있는 16자유도의 로봇 핸드 구현 사례 등에 대해 발표했다. 로봇 핸드 개발을 위해 체성감각 피드백 기반의 모듈러 액추에이터, 6자유도의 'MagTac' 촉각 센서 등을 개발해 적용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촉각 정보뿐 아니라 시각 정보도 로봇핸드 기술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황 연구원은 로봇핸드에서 나아가 물체의 조작 능력이 점점 향상되는 로봇의수 개발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로봇의수는 사용자가 처음 제품을 구입할 때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는 데 사용하면서 성능이 점점 좋아지는 로봇의수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 로봇의수는 스스로 학습하면서 기능적 성장의 확산이 가능하다. 또한 학습경험의 축적과 공유가 가능하다.

◇ 황보제민 KAIST 교수(민첩하고 동적인 보행 로봇 라이보 개발)

▲ 황보제민 KAIST 교수

미래의 보행 로봇은 동물과 같이 민첩하게 다리를 움직여 복잡한 지형을 극복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보행 기술만으로는 이런 민첩한 움직임을 만들어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황보제민 교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카이스트 라이랩에서는 설계, 제어, 경로 계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새로운 4족 로봇인 라이보를 개발했다. 황보제민 교수는 딥러닝을 활용하여 기존 알고리즘들을 발전시키거나 대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황보제민 교수는 보행로봇의 실제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선 배터리 수명, 보행 속도, 지능, 강건성과 신뢰성, 가격, 애플리케이션의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현재 보행 로봇이 상용화됐으나 상업적으로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보제민 교수는 라이보를 바닷가 모래 지형에서 넘어지지 않고 빠르게 주행하는 기술을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보급되고 있는 대부분 4족 보행 로봇이 공장 감시나 검사 등 업무에 활용되고 있지만 배터리 능력의 한계로 2시간 이상 작동하기 힘들다며, 라이보는 3시간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앞으로 나올 새로운 버전의 라이보는 5시간 이상 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라이보의 성능 개선을 위해 라이보 액추에이터2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황보제민 교수는 강화학습 기반 로봇 제어기를 통해 성능을 크게 개선했으며, 5~6년 로봇을 작동해도 2년에 한번 정도만 넘어지는 로봇 제어 기술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면의 상태를 추정할 수 있는 기술을 딥러닝으로 구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황보제민 교수는 현재 4족 보행 로봇이 공장 모니터링 등에 활용되고 있지만 매니퓰레이션 기능이 추가돼 잘 작동한다면 환경 미화, 길거리 청소 등에 활용될 수 있고, 15년 전후에는 실제로 재해 현장에 들어가 무너진 잔해를 제거하는 일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배석형 KAIST 교수(“Shall we 3D sketch robots?” : 3D 스케칭을 활용한 새로운 로봇 디자인 패러다임 제시)

▲ 배석형 KAIST 교수

3D 스케칭은 자동차 디자이너, 제품 디자이너 등 디자인 전문가가 펜 드로잉만으로 입체 형상을 쉽고 빠르게 저작하는 기술이다. 배석형 교수는 디자이너들이 CAD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디자인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다자이너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3D 스케칭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세계 주요 학회와 기업들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배 교수는 2D 드로잉과 3D 모델링 사이의 '끊어진 연결고리'를 3D 스케칭으로 이어줌으로써 제품 개발 기간을 비약적으로 단축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형태뿐만 아니라 구조, 자세, 동작까지 함께 고려하는 최신 3D 스케칭 기술을 로봇 디자인에 적용하는 새로운 가능성에 관해 소개했다.

배 교수는 3D 스케칭 기술에 VR(가상 현실) 기술도 접목했다. 3D스케칭 시스템으로 생성한 자동차나 로봇의 스케치를 VR을 통해 바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개발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3D 스케칭 기술을 협동 로봇 개발 과정에 적용한 사례도 소개했다. 처음에는 무척 투박했지만 3D 스케치를 이용해 관절별로 분할해서 움직임과 자세를 취하는 것이 가능했으며, 이런 과정을 거쳐 형상과 움직임이 모두 만족스러운 협동 로봇 디자인을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복잡한 구조의 다양한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3D 스케칭 기술을 활용하면 직관적인 디자인 개발 도구를 이용해 복잡한 구조의 로봇을 빠르게 설계하고, VR을 통해 조작해보는 느낌을 경험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넓은 디자인 영역을 탐색하고,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로봇 디자인을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호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로봇, 레인보우로보틱스)

▲ 이정호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

이정호 대표는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바라보는 로봇의 정의와 로봇산업의 현주소 및 발전 방향에 대해 소개하고 휴머노이드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금은 사회적으로 인력난도 심각하고,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로봇을 쓸 수밖에 없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 로봇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재 레인보우가 제작한 협동 로봇이 여러 산업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협동 로봇이 산업 현장 뿐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서 확대 보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일본 혼다가 이익이 전혀 나지 않는데도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 개발에 수십년 투자해왔다며 지금도 내부적으로 연구를 계속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테슬라, 샤오미 등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지만 레인보우 로보틱스는 이들 기업과는 방향성이 좀 다르다고 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로봇 기술의 종합적인 성격이 강해 기술 개발과정에서 다양한 로봇 핵심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또한 로봇의 지능화를 통해 로봇의 자율성을 높이면 동시에 위험성이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결국 이 위험성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로봇은 아직은 전문가가 쓸 수밖에 없는 플랫폼이지만 미래에는 가전 제품처럼 아주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더라도 조금만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그러한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