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각국이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로봇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ABB의 산업용 로봇 현장(사진=ABB)

세계 각국은 로봇산업을 4차산업혁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이라고 보고 적극적인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등 세계 로봇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들의 로봇산업 정책을 살펴본다.

미국

미국이 로봇자동화를 중요한 정책 어젠다로 고려하기 시작한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이다. 지난 2011년 6월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제조업 부흥에 로봇을 적극 활용하는 ‘첨단 제조업 육성정책’(Advanced Manufacturing Partnership) 계획을 발표하면서, 금융위기 이후 경기안정을 위해 제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로봇을 활용해 제조업 부흥을 추진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첨단제조업 육성정책’의 일환으로 ‘국가 로보틱스 이니셔티브(NRI·National Robotics Initiative)’를 제시하고, 국가 로봇 정책의 근간으로 삼았다.

미국 정부는 2011년 NRI 1.0, 2016년 NRI 2.0, 2021년 NRI 3.0을 발표했다. NRI 1.0과 2.0이 협동로봇 도입 확산에 중점을 뒀다면 3.0은 로봇 기술의 통합(인테그레이션)의 혁신에 중점을 두었다. NRI 3.0은 기존 NRI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로봇통합과학을 증진할 수 있는 기초 연구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NRI 3.0은 공식적으로 일몰을 맞았다. 미국은 이와 함께 국가 로보틱스 이니셔티브 도입 이전인 2009년 처음으로 미국 로보틱스 로드맵 발표했다. 로보틱스 로드맵은 2013년, 2016년, 2020년에 각각 개정판이 나왔다.

미국은 코로나 감염병 사태와 중국과의 무역 분쟁이후 제조업의 경쟁력 제고와 자체적인 공급망(Supply Chain) 강화에 정책적인 주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스마트 제조, 로봇, 3D 프린팅 등 첨단 기술의 개발 및 보급이 큰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 미국 과학재단 로봇 육성 프로그램의 이미지(사진=NSF)

미국의 로봇 연구 개발 지원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학재단(NSF)은 NRI 3.0 일몰 이후 FRR(Foundational Research in Robotic) 프로그램을 통해 로봇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NSF는 NRI에서 지원했던 협업 로봇 공학 및 로봇 공학 통합의 주제를 포함해 로봇공학 기초 연구의 광범위한 범위에 대한 민간의 제안을 받아들여 로봇산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정부는 NSF에 기술혁신국을 설치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290억달러를 투입해 미래 전략 분야의 기초, 응용기술 연구 및 상용화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 상원은 지난해 혁신경쟁법(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 of 2021)을 가결했는데 이 법안에 따라 인공지능, 로봇자동화, 첨단 제조기술, 양자기술 등 10개 핵심 전략기술 연구개발에 향후 5년간 1200억 달러를 투자할 전망이다.

중국

중국은 2011년부터 시행에 들어간 ‘제12차 국가경제발전 5개년 발전계획 (2011~2015년)’을 통해 산업용 로봇을 첨단설비 제조업의 주요 업종으로 확정하고, 국가 차원의 지원 방침을 분명히 했다. 2013년 발표한 산업 구조조정 지도 목록에선 로봇산업을 중점 육성산업으로 지정하고 우수기업 육성, 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 구체적 지원 방향을 명시했다.

중국은 2015년에 중국 산업고도화 및 제조 강국 도약을 위한 로드맵인 ‘중국제조 2025’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로봇을 제조업의 10대 전략적 육성산업으로 제시하면서 본격적인 ‘로봇 굴기’시대를 열었다. 중국 정부는‘중국제조 2025’를 통해 중국 산업계의 제조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집중했는데 특히 ‘혁신 중국(Innovation China)’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능형 로봇산업 육성 정책을 펼쳤다. 이를 통해 첨단 지능형 로봇, 차세대 로봇, 로봇 핵심 공통 기술, 산업용 로봇, 서비스 로봇, 특수 로봇 기술의 개발 및 발전에 집중했다. 또한 스마트화 수준 제고, 로봇 본체, 감속기·서보모터·제어기·센서·구동기 등 핵심부품 및 시스템 통합(SI) 분야의 기술 경쟁력 제고를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2021년 12월 28일 공업정보화부(工业和信息化部), 국가발전개혁위원회(国家发展和改革委员会), 과학기술부(科学技术部) 등 15개 부처 공동으로 ‘14차 5개년’ 로봇산업발전계획(“十四五”机器人产业发展规划)을 발표했다. 이 발전계획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발전 방안을 담고 있다. 중국 정부는 14차 5개년 로봇산업발전계획에서 로봇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제조업이라는 ‘왕관의 꼭대기에 있는 명주(明珠)‘에 비유하며 로봇의 연구 개발, 제조, 응용이 국가 과학기술혁신과 첨단 제조업의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밝혔다. 이 계획에 따라 당 중앙과 국무원은 로봇 산업 발전을 중시하고 로봇을 국가 과학기술 혁신 중점 영역에 포함하며, 로봇 연구 개발 혁신과 산업화 응용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은 ‘14차 5개년(十四五, 2021~2025년)’기간 중 로봇 산업의 혁신 능력을 제고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로봇 시스템 개발과 운영체제 등 범용기반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의 난제를 해결하고 바이오닉(Bionic) 기술 감지·인지 등 선진기술을 연구·개발(R&D)하기로 했다. 또한 인공지능(AI), 5G,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신기술과 로봇기술 간의 융합과 응용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아베 총리 시절 "로봇 혁명"이라는 발언에서 시작된 일본의 로봇 정책은 "세계 최고의 로봇 활용 사회"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로봇 전략", 산학-정부 로봇혁명 이니셔티브 협의회(RRI) 설립 등으로 구체화됐다.

일본은 특히 저출산 고령화, 생산인구 감소, 그리고 단순노동이나 과중한 노동에 대한 인력부족 문제 등이 나타나면서 이러한 현상들이 일본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러한 문제점을 로봇을 도입해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2014년 6월 로봇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로봇시장을 제조분야에서 2배(6천억 엔→1조 2천억 엔), 서비스 등 비제조분야에서 20배(600억 엔→1조 2천억 엔)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베 총리 이후 일본은 지난 2019년 내각실, 교육문화·스포츠·과학기술부, 후생노동부, 경제통상산업부가 공동으로 설립한 로봇을 통한 사회변화진흥협의회에서 '로봇을 이용한 사회변화촉진 계획'을 수립했다. △로봇 도입 및 보급을 가속화하는 생태계 구축 △산학 협력을 통한 인적자원 개발 프레임 워크 구축 △중장기 문제에 대응하는 R&D시스템 구축 △사회 구현을 가속화하는 개방형 혁신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15년 ‘로봇 신전략’ 실시기관으로 설립된 ‘로봇혁명이니셔티브협의(RRI)’이 주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또한 2020년부터 2억 5000만달러(약 3239억원)의 예산을 들여 문샷 프로그램 중 하나로 AI와 로봇에 대해 지원하고 있다. 문샷 프로그램의 목표는 2050년까지 로봇이 자율적으로 학습하고 환경에 적응하며 지능적으로 진화해 인간과 함께 행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EU

유럽연합(EU)은 로봇 산업을 차세대 핵심 전략 산업으로 선정하고, 기존의 제조업용 로봇 분야뿐만 아니라 차세대 지능형 로봇 산업 분야로의 확대를 목표로 하고있으며, 각 국가 별, 국가 간 다양한 협동 연구·개발이 대규모로 진행하고 있다.

2021년 1월에 시작된 ‘호라이즌(Horizon) 유럽’은 '호라이즌 2020'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EU는 2021년부터 2027년까지 EU 과학 지출 수준을 50% 인상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승인했다. 이 같은 구상에 EU는 2021년부터 2027년까지 955억유로(약 125.4조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로봇 관련 R&D 활동은 제조 및 건설 분야의 디지털 전환, 자율적 솔루션, 향상된 인지, 인간-로봇 협업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